산은-정책금융공사 통합에 불똥 튀나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수협중앙회의 금융부문인 수협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는 수협중앙회에서 신용ㆍ경제 부문을 분리한 후 수협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쪽에 손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수협의 소관 부처인 해양수산부나 상임위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이러한 논의에서 배제돼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대로라면 수협이든 원래 논의되던 정책금융공사든 둘 중 한 기관은 부산으로 이전하게 돼 해당 기관들의 이해타산이 갈릴 실정이다.

금융위-정무위, 정금공 대신 수협 주고받기?
지역 위해 도 넘은 정치 논리…결과는 이달 중

논란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박금융공사 설립 공약이다. 앞서 박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이던 선박금융공사 부산 설립은 사실상 무산됐다. 금융위가 선박금융공사 설립 후 보조금을 지급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8월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

대신 금융위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의 관련 업무부서만을 부산으로 내려보내 해양금융종합센터를 만드는 절충안을 내놨다. 현재 있는 정책금융 기관들을 활용해 선박금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였다.

그러자 성난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선박금융공사 설립 대신 정책금융공사의 부산 이전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해당 지역 의원들은 정금공이 부산에 내려와 선박금융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금공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을 추진하는 금융위의 정책금융 개편 방향과 어긋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금융위는 오는 7월까지 통합 산은을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중이었다. 산은법 개정안과 정금공법 개정안이 정면으로 대치되는 셈이다.

결국 금융위는 예정보다 한참 늦은 지난해 12월 말에야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시킬 의원을 찾았다. 이제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부산 지역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지역 의원들은 오는 1월말까지 선박금융공사를 대신할 만족스러운 대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산은법 개정안도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상태다.

상황이 이처럼 돌아가자 난감한 금융위는 산은과 통합해야 하는 정금공 대신 수협을 대타로 지목했다. 금융위 측은 정금공 대신 수협의 금융부문인 수협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정무위 관계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망한 해수부-농수위
“신ㆍ경 분리가 먼저”

이와 관련해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수협 금융부문의 부산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오는 21일 부산에 내려가 선박금융공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1월 내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즉답을 피했으나 딱히 부정하지도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수협 소관 부처인 해수부와 상임위인 농수위는 이 같은 논의에서 배제되는 아이러니를 빚었다. 해수부는 수협 이전을 위한 법개정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당황해했다. 또 농수위는 이러한 법개정이 어째서 금융위와 정무위 차원에서 논의되는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협의 신ㆍ경 분리를 중점으로 하는 수협법 개정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농수위의 불쾌감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분리조차 안 된 수협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타 부처와 상임위에서 오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논란의 주인공인 수협은행은 부산 이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수협은행이 신·경분리를 앞두고 대대적인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부산 이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수협은행이 분리되면 당장 2조 원가량의 자본금이 마련돼야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1조1600억 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추가적인 자본금 지원이 확약되면 부산 이전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정무위원장은 “최근 수협은행장을 만났는데 정부가 지원한다면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만큼 수협은행 내부의 반발도 예상된다. 수협의 부산 이전 카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수협 노조 측은 “신ㆍ경 분리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 이전에 대한 고려는 이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정금공의 경우 산은과의 통합보다는 차라리 독자생존해 부산에 내려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금공은 분리된 지 5년도 되지 않은 상태로 산은과의 재통합을 앞두고 있어 예산ㆍ인력ㆍ시간 등 모든 면에서 손해를 입었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해수부 소관의 수협이 금융위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은 다소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게다가 정무위는 정금공이든 수협이든 둘 중 하나는 부산에 안겨줄 기세로 금융위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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