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구학서·김재철 회장 ‘평범한 여성’과 황혼재혼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재계에도 황혼재혼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구학서 신세계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연이어 재혼을 했다. 세 사람 모두 재혼상대가 평범한 여성으로 알려지면서 일반적인 재계의 혼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2011년 재혼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부부의 쌍둥이 출산 소식으로 재계 내 재혼 풍습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각 회장들의 재혼이 회사에 미칠 영향과 지분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구학서 신세계 회장·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임원들에게도 뒤늦게 알려…철통 보안
오너가 지분 구조·경영권 싸움 우려도

재혼한 남자 중 50대 이상 재혼자의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이런 와중에 재계를 주름잡는 재벌가 회장님도 노년의 쓸쓸함을 사랑으로 달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창재(63) 교보생명 회장은 2010년 아내 고 정혜원 여사와 사별한 뒤 환갑이던 지난해 11월 40대 초반의 여성과 재혼했다.

부인은 재벌가 출신이거나 금융계 종사자가 아닌 평범한 집안 출신의 이화여자대학교 기획예산처 교직원이었다. 신 회장과 결혼하면서 현재는 퇴직한 상태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났으며 결혼식은 직계 가족들만 모여 조용히 치러졌다.

신 회장의 재혼 사실은 지난해 12월 말 열린 임원진 송년회에서 밝혀졌다. 신 회장이 직접 임원들에게 재혼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결혼 사실에 대한 철통 보안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 측은 이 밖의 상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학서(66) 신세계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학 동문 후배인 50대 초반의 여성과 재혼했다. 14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결혼식은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진행됐고, 가족들과 몇몇 지인들만 초대됐다.

구 회장의 전 부인인 고 양명숙 여사는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로 인해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냈었다. 두 사람은 슬하에 2남 1녀를 뒀으며 재계에서 금실 좋은 잉꼬부부로 불렸었다.

구 회장과 재혼한 김씨는 연세대학교 출신인 구 회장의 대학 후배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이번이 초혼이며 결혼 후에도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임기 3년을 채운 후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대외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김재철(79) 동원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60대 여성과 재혼했다. 두 사람은 2012년 10월 첫 만남 이후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공교롭게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구학서 신세계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모두 재혼 상대가 ‘평범한 여성’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화려한 혼맥을 유지하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결혼 풍속이었기 때문이다.

재계의 2·3세들이 연예계나 금융계 혹은 같은 재벌가 출신들과 열애설이 나거나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되는 경우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세월이 흐르면서 배우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했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 회사에 따르면 사회적 이슈를 몰고 다니는 재벌가의 결혼은 보통 비슷한 조건이 갖춰진 상대와 중매를 통한 방식을 선호한다. 이들이 선호하는 집안은 보통 재벌가나 장관, 국회의원, 국무총리 정도다.

가족의 탄생
승계 변동 있을까

회장들의 재혼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너 일가 지분 구조도 덩달아 주시되고 있다. 재혼으로 변화가 생긴 가족 관계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풍제지 오너일가는 이무진(80) 영풍제지 회장의 재혼으로 지분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008년 재혼한 아내 노미정 부회장(45)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량인 123만여 주(51.28%)를 증여했다. 이 회장이 장성한 두 아들인 장남 이태섭 전 사장과 차남 이택노 이사를 제치고 재혼한 부인에게 전 재산을 넘긴 것이다.

장남 이 전 사장의 2세 경영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차남인 이 이사 역시 특별한 경영 활동 없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지난해 노 부회장에게 모든 지분을 넘겨준 뒤 회장과 등기이사 직함만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과 노 부회장이 슬하에 둔 아들의 나이는 6살에 불과해 경영 참여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노 부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한 것이다. 현재 이 회장의 장남과 차남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이렇다보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일가의 지분도 화제에 올랐다. 현재 신 회장은 홀로 최대주주 지분 33.8%를 보유하고 있고, 두 아들 중하(34), 중현(32)씨가 보유한 지분은 없다.

특수관계인(친인척)으로 신 회장의 사촌동생 신인재 필링크 사장이 2.5%를 보유하고 있고, 신 회장의 누나 영애, 경애씨가 각각 1.4%, 1.7%씩 지분을 갖고 있다.

2세 승계와 관련해서는 두 아들들의 나이가 아직 젊은데다가 각각 교보생명과 관계없는 회사에서 재직 중이거나 학업을 계속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의 경우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이 지난 1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회장의 차남이 부회장으로 낙점되면서 동원그룹은 사실상 2세 경영 후계 작업이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 회장의 재혼으로 인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신세계 내에는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결혼 외에도 재혼과 관련된 다른 경사가 생겼다. 정용진(46)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초 1남 1녀의 쌍둥이 아빠가 된 것이다.

정 부회장은 1995년 배우 고현정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뒀지만 2003년 이혼했다. 둘의 양육권 모두 정 부회장이 갖고 있다. 현재 두 자녀는 미국에서 유학중이다.

이혼 후 정 부회장은 2011년 5월 고 한상범 대한항공 부사장의 딸 한지희(34)씨와 재혼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쌍둥이 출산으로 2남 2녀의 자녀를 두게 됐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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