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와 '고급정보'는 백짓장 차이
특히 정치부 기자 초년병으로선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적쟎았다. 취재할 필요도 없이 정보지를 보고 아이템을 잡어 기사화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선임 기자들은 ‘참고만 해라’며 기사화하는 것에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확인 취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카더라식’보다 많았기 때문에 ‘찌라시’에 대한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기사화하지 않더라도 취재원과 만나 ‘가십거리’ 삼아 대화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뭔가 아무도 모르는 정보를 나만 알고 있는 듯한’ 자만에 빠지기도 했다. 착각에 빠졌다가도 ‘아니면 말고식 대화’로 넘기고 ‘사실일 경우 단독보도를 할 수도 있어’ 쪽박과 대박사이의 위험한 대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런 대화는 기자와 취재원과 관계가 전보다 돈독해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유혹이었다. ‘찌라시’ 정보 자체가 구하기 힘든데다 고급정보였고 유통망 역시 한계가 있어 받아보는 사람들이 적었다. 내공이 있는 사람만 갖고 있는 특권처럼 보였다. 그래서 ‘찌라시 좀 달라는’ 취재원들에게 골라 주면서 으쓱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찌라시 시장’의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찌라시’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있는 찌라시도 정보의 질이 한참 떨어져 책상위에 인터넷에 SNS에서 쉽게 볼수 있다. ‘찌라시’ 시장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보 제공할려는 자가 없다는 데 있다. 노무현 정권을 지나 이명박 정권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 이르면서 ‘비밀’, ‘보안’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히 높아진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정부 요직 인사를 맞추려고 언론사가 상금을 걸 정도다.
두 번째는 정보를 받을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만드는 사람은 적어지고 요구하는 사람은 여전하니 만들기는 하지만 ‘질’이 높을 수 없다. ‘박리다매’로 판매하거나 ‘짜깁기’식 찌라시가 넘쳐나면서 시장이 더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여전히 ‘제값’을 받는 동네가 바로 ‘경제계와 ‘연예계’다. 경제가 힘들고 먹고 살기 힘든 현실에 서민들은 정치나 사회 이슈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경제나 주식관련 정보 역시 ‘경기’가 호황일 때 개미 투자자들도 관심이 있지 불경기가 지속되는 데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이쯤 되면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라는 의문이 들만 하다. 결국 찌라시도 정보의 한 형태다. 정보는 만인에 평등하게 주어줘야 한다. 소수가 독점하면 폐해는 더 크다. 찌라시라고 공격하면서 정보가 특정 권력과 돈 많은 사람에게만 몰리는 것은 더 위험하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가끔 ‘연예계’소식이나 그것도 ‘카더라식’ 정보를 흘려 혼을 빼고 추후에 ‘아니다’라고 국민들을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범죄다. 사실 ‘찌라시’와 ‘고급정보’는 백짓장 차이다.
10년전 찌라시는 고급정보에 가까웠지만 일반인과 ‘가십거리용’으로 자주 활용됐다. 술 좌석에서 취재원이나 친구들과 농담삼아 얘기하고 끝났다. 사실일 경우에는 반드시 확인을 하고 공개했다. 찌라시 내용이라고 무시하거나 경도되지 않았다.
지금 박근혜 정권 청와대 핵심 참모로 가 있는 인사가 박 대통령이나 자신이 모시던 영감 관련 곤란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기자한테 한 말이 있다. “홍부장은 왜 시중에 떠도는 찌라시 내용 같고 얘기해고 그래~ 아마추어처럼~” 그러나 정작 곤란한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준 기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