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後 연예계 찌라시 판친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여의도 증권가의 사설 정보지 이른바 ‘찌라시’가 주목받고 있다. 2월20일에는 ‘위험한 소문:찌라시’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된다. 한 여배우가 찌라시로 인해 죽음을 당하면서 그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언뜻 보면 2009년 3월 터진 장자연 사건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계 찌라시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언제든지 ‘제2의 장자연’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검찰의 ‘연예인 성매매 의혹 수사’로 수십 명의 유명 연예인이 실명으로 SNS와 인터넷 퍼졌지만 수사결과 무명 여배우가 다수인 것으로 밝혀져 부화뇌동했던 일반인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시작돼 정치권으로 다시 연예계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찌라시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검찰·국정원·경찰·국회發 찌라시 ‘맥 못춰’
연예가 찌라시 ‘인기’ ‘돈’ 눈멀어 ‘막장’전락

현재 여의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찌라시는 두 종류다. 하나는 ‘CEO 리포트’와 ‘Neo News’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정보지다. 둘 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언론에 보도되지 못했지만 사실에 근거를 둔 가십성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한 주요 경제지에서 만드는 연회비 1000만원 이상하는 고가의 정보지가 있다. 매체내 별도의 팀을 꾸려 운영해 발간되는데 경제 이슈가 주를 이루지만 정치, 사회 핫이슈도 포함돼 있다. 워낙 고가로 비밀스럽게 운영돼 기자들조차 쉽게 구할 수 없다. 주로 국회의원, 정부 고위인사, 금융기관 고위직이나 대기업 부장급 이상이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회비 1천만 원 이상 정보지는…

정보지가 유행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여의도 증권가에 금융인들이 주식투자나 기업 동향 파악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기에 서초동이 있는 검찰 관계자, 국정원 관계자, 경찰 관계자 등 사정기관 관계자까지 찌라시 시장에 뛰어들면서 2000년대 초반은 ‘찌라시의 전성기’를 이뤘다. 특히 검찰발 찌라시는 그 내용이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임원들의 숨겨진 사생활이나 비리가 여과없이 게재되면서 각광을 받았다. 급기야 국회 보좌관, 사무처 직원, 당직자 등 국회 관계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찌라시’는 정보사냥꾼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정보의 독점’만큼 폐해도 컸다. 특히 주식 투자에 활용되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커졌고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색되면서 명예훼손 소송이 발생하기도 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 전현직 사정기관 관계자들이 낀 찌라시의 경우 내부 비밀스런 정보가 외부로 나가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럴 경우 검찰은 대대적인 ‘정보지 단속’에 나섰고 그럴 때만 잠시 수면 아래로 잠수했다가 다시 성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전문가 그룹이나 사정기관 관계자들끼리 유통되던 정보가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국회, 언론인 등이 합세해 정보지를 작성하면서 찌라시 시장이 새롭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기존 찌라시가 ‘그들만의 리그’였다면  각 분야별 전문지식을 가진 인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규모도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주 무대가 여의도 증권가 거래소였다. 그동안 한 기관에서 하나의 찌라시를 만들던 방식에서 여러 기관이 서로 정보를 맞바꾸면서 ‘찌라시 종합판’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내용도 정치, 경제, 검찰, 언론 등 분야별로 나뉘었고 간혹 마지막 장에 ‘연예계’ 가십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2000년 중반기를 넘으면서 찌라시가 한파를 맞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횡행하는 정보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되면서 상대적으로 단속과 처벌 수위가 높아져 찌라시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정치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던 사정기관 전현직 종사자들 역시 발을 빼면서 정치권 찌라시 시장은 고사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동시에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정치권과 사정기관 인사들이 사라진 정보지 시장에 그동안 ‘심심풀이 땅콩’수준으로 거론됐던 연예관련 찌라시가 성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자연 성매매 의혹’ 사건이었다. 장자연 사건 당시에는 성매수자로 거론된 인물군으로 대기업 임원뿐만 아니라 언론사 사장, 국장, 부장 등 실명이 나오면서 찌라시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소속사 ‘스타’ 살리고 경쟁사 죽이고

<뉴시스>
정치권이나 사정기관의 내부 동향을 주로 다루던 정보지가 연예인관련 스캔들이나 은밀한 사생활로 채워지면서 현재는 ‘찌라시=연예 정보지’로 인식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졌다. 가장 최근 벌어진 대형 사건으로 대표적인 연예인 찌라시 사건이 바로 ‘연예인 성매매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메신저, 휴대폰 SNS를 통해 삽시간에 유명 연예인 수십명의 실명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또한 500만 원부터 5000만 원까지 연예인들의 구체적인 성매매 금액까지 나돌면서 해당 연예인들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검찰이 해당 연예인들과 ‘무관하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다수의 성매매 여인들이 ‘무명 여배우’로 알려지면서 일반 대중들을 허탈하게 만든 사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황수경 kbs 아나운서 부부 ‘파경설’ 역시 찌라시 형태로 퍼져 유포자가 실형에 처했고 현아-장현승 ‘임신설’은 기사보도형식을 띄었지만 역시 찌라시의 변종으로 볼 수 있다.

연예계에 찌라시가 번창하는 것과 관련 ‘사설 정보지’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1월 1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치권 찌라시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내용이 ‘섹시하거나 찐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며 “반면 연예인 관련 찌라시는 실명으로 은밀한 사생활을 담고 있어 전파속도나 파급력이 매우 크다”고 연예가 찌라시가 성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 인사는 “연예계의 경우 엔터테인먼트사가 소속 배우나 가수들을 키우기 위해 경쟁자들을 ‘흠집 내기’위해 찌라시를 활용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경쟁자가 방송하차하거나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으면 일감과 인기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허황된 기대 속에 연예부 기자들과 한 배를 타고 재단하고 비방하는 내용들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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