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치열한 설전 가득, 유머러스하고 섹시한 연극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차세대예술가 육성시리즈인 <봄 작가, 겨울 무대> 2013년 공연된 4작품 중 허진원 작가, 민새롬 연출 협업의 2인극 <미사여구없이>가 2014년 1월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관객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전년도 <봄 작가, 겨울 무대> 본선 공연에 올랐던 작품에 대해 전문가 심사를 통해 최우수작을 선발, 이듬해 4월에 선보였던 종전의 방식에서 변모하여, 직접적인 지원이 없이도 후속작업에 대한 의지가 있는 작가, 연출팀과의 공동제작방식으로 현장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넓히고자 하였다.

하룻밤의 사고(?)와 싸움, 자존심 대결로 인한 세월의 공백과 재회는 흔하디흔한 로맨스코미디극의 주제이다. 이러한 극들은 대학로를 찾는 관객들이 선호하는 종류의 공연이지만, 엉성하고 뻔한 이야기 전개와 미흡한 완성도로 연극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연극 <미사여구없이>는 같은 주제로 일반 관객뿐 아니라 마니아층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도 성공하며, 2013년 11월 초연 당시 “사랑의 외피 속에 감춰진 본질을 시종일관 유쾌한 재치와 맛깔스러운 유머로 대담하게 풀어낸 우리 시대의 연애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춘문예 등단(2011년 한국일보) 시, “희곡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평을 받은 허진원 작가의 필력이 도드라지는 남녀 간의 불꽃 튀는 설전은 오로지 대사로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연극 전편에 흐르는 끊임없는 말의 향연은 각자 자기 합리화로, 사랑고백으로, 자기학대로, 상대비난으로 폭풍 롤러코스터를 타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지만 곱씹으며 음미할만하다.

여기에 민새롬 연출의 전매특허인 담백하고 음울한 서정이 극대화된 무대 연출이 더해져 ‘영화를 보는 듯 한 새로운 매력이 있는 하지만, 연극적 재미에도 충실한 작품’이 탄생했다. 

결코 만만하지도 않고, 쉽게 풀어내기도 힘든 남녀간의 이야기를 서현과 동구의 유머러스하지만 가볍지 않은 연애담을 통해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본질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2인극인 <미사여구없이>에는 배우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정의로운천하극단걸판의  대표를 지냈고, 배우로 적지 않은 경력을 가진 김태현은 그동안 안산 및 전국의 현장을 거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대학로에서는 낯선 얼굴이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이상한 소리를 끊임없이 내뱉으며, 미사여구 가득한 소설을 쓰는 동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여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 여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신정원은 캐릭터에 녹아드는 힘과 여성스러운 외모로 라이징페이스로 떠오르며 대학로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대주로 성장하고 있다.

티켓 가격 일반 2만 원, 학생 1만5000원 이며, 예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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