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대행이 필요한 사람들

본격적인 연말연시 시즌이다. 커플들에게는 망년회와 신년회 등 각종 모임들에서의 여흥이 기대되는 시간이 되겠지만, 솔로들에게는 ‘악몽의 나날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저 혼자서 이러한 시간을 인내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실제 연말연시의 모임에서 애인을 데리고 나가야 하는 경우라든가, 동창회에서 ‘애인도 없는 찌질이’라는 시선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더욱 곤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최후의 마지막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애인대행’이다. 시간당 얼마의 돈을 주면 생각보다 괜찮은 여성이나 남성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애인으로 소개하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그냥 서로 맞지 않아서 헤어졌다’고 말하거나 ‘내가 찼다’고 허세를 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부작용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애인이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돈으로 산 애인’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대기업에는 다니지만 아직 애인이 없는 노총각인 김모(37)씨. 다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동창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꿀릴 것’이 없지만 그 놈의 ‘애인’이 문제다.
연말연시 각종 동창모임 등에 애인도 없이 혼자 나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찜찜하기만 하다. 동료들에게 받을 놀림을 생각하면 모임 자체가 나가기 싫을 정도다. 하지만 동창들의 사회적인 인맥도 큰 힘을 발휘하는 만큼, 어떻게 해서든 애인을 만들어 참석하고 싶다. 그러나 한 달간의 짧은 시간 안에 애인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애인대행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찌질이’라는 말 듣지 않기 위해

“사실 뭐 나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애인이 없다는 것은 곧 이 시대에는 능력의 부재로 통하기도 한다. 특히 ‘솔로부대’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노총각의 퀘퀘한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솔로로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니 그런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어떻게 해서든 애인이 필요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애인대행에 대한 문의를 하게 됐다.”
이렇게 애인대행을 했을 때 최대의 장점은 예쁘고 섹시한 여성을 자신의 여자친구로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용에 따라 다르지만 모델 수준의 여성까지도 데려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섹시한 여성을 사귈 수 있는 친구에 대한 환호가 엄청나다는 것. ‘나도 여자 친구가 있다’는 정도의 면피 수준이 아니라 아예 ‘대단한 능력을 가진 동창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깨가 올라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애인대행을 했을 때는 일종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바로 예쁜 여자를 남들에게 소개시켜본 경험이 있는 남성들로서는 주변의 이러한 부러운 반응을 얻게 되고 그 이후로부터는 자신도 모르게 눈높이가 높아진다는 것. 그러다 보니 왠만한 외모의 여성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된다고 한다. 실제 한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도 모르게 부작용이 컸다. 한번 친구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고 나자 다음에는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매년 애인대행을 쓸 수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나중에 진짜 애인이 생겼을 때는 더 이상 역할대행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실제 내 여자친구를 고르는 기준이 엄청나게 높아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예쁜 여자들이 나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동창회에 예쁘게 섹시한 여자를 여자 친구로 소개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또 다른 걱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친구들의 계속적인 물음이다. ‘여자친구랑은 어떻게 됐냐?’, ‘국수는 언제 먹게 해줄거냐’ 등의 질문을 만날 때마다 들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물론 그때그때 변명을 하면 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계속되는 질문은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애인대행을 하는 여성들은 과연 어떤 여성들일까. 이러한 일은 일종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무나 할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단순한 알바 등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일을 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은 현재, 혹은 과거에 연기학원을 다녔거나 연기자 지망생이라고 한다.
물론 대개 연기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조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꼭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끼가 있으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취재진은 직접 역할대행업체의 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섹시한 여자친구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애인 대행을 하려는 여성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연기에 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때 연기를 하려고 했지만 좌절된 그런 여자들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연기실력이 뛰어나다. 그런 여성들은 남들은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애인의 역할을 잘 해낸다. 바로 그런 게 그 여자들의 경쟁력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일부 A급 여자 친구들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여성들은 모델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은 최소 하루에 수십만 원의 고가라는 것. 그러나 한번 이런 여성을 여자 친구라고 소개하게 되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일 년에 단 하루만 여자친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좀 비싸더라도 이런 여성을 애인으로 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단 친구들의 기를 확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 중 일부는 실제 성매매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별도의 직업이 없이 역할 대행만을 하는 경우에는 한 달의 수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에는 성매매를 통해서 수익을 올리고 한 달의 생활비를 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일부 여성들은 자신에게 역할을 대행을 했던 남성들에게 은근히 ‘유혹의 손길’을 뻗치며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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