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전염성’정몽헌 회장 비보 접한 30대 이혼녀·80대 실향민 잇딴 자살홍콩스타 장국영 자살때도 하룻새 남녀 6명 고층서 모방 투신유명인의 자살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파장이 크다고 한다. 특히 현 국내 상황처럼 경제가 극도로 불안정하거나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어수선해 ‘절망’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시국이라면 유명인의 자살 소식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로 며칠 전에도 고 정몽헌 현대 아산 회장의 비보를 접한 부산에 사는 30대 여성이 “저런 위대한 분도 돌아가셨는데…”라며 16층 아파트 복도 난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던가. 경찰은 이혼 후 우울증을 앓아 오던 이 여인이 정회장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디 그뿐인가. 80대 실향민 김모씨는 정회장의 자살 소식을 전하는 아침 뉴스를 본 후 “저런 분도 돌아가셨는데 나는 이북에 있는 형제들을 영영 못 만날 것 같구나”라며 크게 상심,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김씨가 남긴 유서에는 “유골을 물에 띄워 보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유족들의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정회장 사건에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잇따라 우려를 낳고 있다. 대부분 생활고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시달려온 이들이 자극을 받고 자살 충동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 그야말로 거짓말처럼 전해진 홍콩 스타 장국영의 자살 소식 후에도 홍콩 현지에서 모방 자살로 보이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당시, 홍콩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장국영이 자살했던 시각부터 다음날인 2일 아침 9시까지 홍콩의 남녀 6명이 장국영과 같은 방법으로 고층 건물에서 투신했고 그중 5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장국영 사망 직후 홍콩에서 자살한 사람은 평균 수치인 하루 2.7명에서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집계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던 일본의 전설적인 록그룹 ‘X재팬(X-JAPAN)’의 기타리스트 히데는 1998년 5월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자신의 집 문고리에 목을 매 자살했다. 겨우 서른 두 살이었던 인기 스타의 자살 여파로 일본의 여성팬 20여명이 연쇄적으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일본인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그 파장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잠잠해졌다. 좀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영국태생의 유명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1941년 남편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득 넣은 그녀는 고향 우즈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그 후 상당수의 여성들이 버지니아 울프처럼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명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회는 ‘자살 신드롬‘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이 늘어나는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이지만 말이다. 지금 국내 상황이 그렇다.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고 있으며 그 수가 하루 40여명에 달한다는 것은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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