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추진 라인

실제 양당간 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양당 통합논의에는 공식, 비공식 3개라인을 통해 교섭이 진행중”이라며 “구체적인 통합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라인은 정세균 의원과 김효석 의원이다. 현재 두 의원은 양당 신뢰회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노 대통령의 대선홍보비 빚 변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여권의 도덕성을 질타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원은 가능한 변제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 반발기류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정 의원과 민병두 의원 등 당내에 설치된 민주당 부채 변제팀이 마련한 방안은 당 실무진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최소한 노 대통령의 취임 3주기전에 민주당 빚 변제문제를 완전히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을 추진중인 여권의 한 의원은 “빚 변제가 양당간 신뢰회복의 첫 번째 과제”라며 “그 동안 쌓였던 앙금을 털어 낼 수 있는 계기를 먼저 우리당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공식라인의 한축은 민주당 출신으로 여권 수뇌부에 있는 A의원과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에 반발, 17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S 전의원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S 전의원은 동교동계 출신으로 민주당 한화갑 대표 계보로 불렸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의원은 또 민주개혁세력 대통합론을 거론하며 그 동안 양당이 다시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여기에 현재까지 양당의 통합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강경하게 보이고 있는 한 대표와도 여권의 비공식채널을 맡고 있는 S 전의원이 비공식 접촉을 통해 통합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비공식라인의 한 축은 청와대와의 직접 접촉이다. 현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김대중 정부시절 청와대 핵심에 있었던 K씨와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양당의 통합에 김 전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송금특검수용이후 냉랭한 관계를 이어왔던 양측간 분위기도 최근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3월 당대당 통합 급부상

노 대통령이 직접 김 전대통령 챙기기에 나서며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고, 임동원 전특보의 세종재단 이사장 임명 등 관계개선에 적극적이다. 김 전 대통령도 참여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적극 지지입장을 보내 노 대통령이 내민 화해의 손길에 화답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등 열린우리당 핵심인사들이 DJ를 자주 방문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노 대통령과 김 전대통령의 관계개선은 결국 양당간 통합분위기를 한 층 고조시킬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식라인을 통해선 양당간 신뢰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구체적인 통합논의는 비공식라인을 통해서 접촉하고 있는 셈이다. 양당은 이같은 접촉을 통해 오는 3월 통합을 추진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게 여권 핵심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2월에 개최된다”며 “전당대회가 끝나 지도부 구성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전에 통합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뜻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통합론자 중 한 명인 열린우리당 김태랑 전의원도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전인 3월이 이상적인 통합시기”라며 “분당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 책임소재를 놓고 누구의 탓을 하기 전에 한 뿌리라는 점을 생각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로 구성된 민주당 지도부와 열린우리당이 3월 통합을 통해 4월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양당의 통합전당대회로 치른 뒤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 4월 재보선에 임한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또 “당대당 통합 형식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지분문제와 당명문제가 관건”이라며 “3월 통합안이 무산될 경우 통합시기는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권내 차기대권주자 진영에선 민주당과의 통합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장관 양 진영 모두 민주당과의 통합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통합이 차기대권후보 구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에 거론되는 후보군 이외의 새로운 후보가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당 모두 통합에 강한 반대세력이 존재하고 있어 향후 진행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결국 양당의 통합논의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야 이뤄지는 셈”이라며 “대통령이 시기가 문제라고 말한 만큼 어느 시기가 되면 양당통합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합 반대세력과는 결별할 수도”

여권핵심관계자 “국정운영 안정위해 불가피 측면”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에 있어 최대 걸림돌은 외부적 환경보다는 내부의 반대기류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일각에선 여전히 민주당을 함께 할 수 없는 구태세력으로 보는 경향이 남아 있고, 민주당도 노 대통령에 대한 배신론이 존재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권도 그렇고 민주당 내에서도 양당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도 분명히 있으며 비율로 따지자면 적극 찬성과 적극 반대, 중간자적 입장을 3분의 1씩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통합 반대세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여권 통합론자들 내에선 최악의 경우 함께 갈 수 없다는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참여정부 중반기로 가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통합을 반대하는 일부세력과는 결별할 수도 있다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해 정국안정을 취하고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해선 반대파를 버리고서라도 민주당과의 통합을 해야 한다는 여권의 절실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양당의 통합은 새로운 정치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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