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후보 난립’ ‘위헌 소지’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공약을 지키라며 압박을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대선 공약도 안지키는데 지방선거 공약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겠느냐’며 여야를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여야 모두 민망한 처지에 놓이자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부터 기초단위’까지 국민참여경선으로 후보를 뽑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이하 ‘무공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수수방관하는 모습이다.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워 내놓은 두 번째 약속에 신뢰를 보낼 국민들은 별로 없다.
정치부 기자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299명의 국회의원들이 말들을 수없이 들어왔다. 정치는 ‘말’이 팩트고 ‘말’이 중요한 취재거리다. 취재원의 출신과 직위 그리고 영향력에 따라 한 마디 한 마디가 크게도 작게도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워낙 말인 많은 동네에 선거까지 겹칠 경우 ‘지켜지지 않는, 아니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난무하고 ‘아니면 말고식 폭로’도 이어지면서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철이 아니라면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됨됨이를 평가하기 위해선 정치인들의 ‘말’이 중요하다. 공수표를 날리건 현찰을 제시하건 국민들이 눈으로 귀로 들어야 정치인에 대해 제대로 볼 수 있다. 선거때만 말의 성찬을 보내고 국민적 관심이 많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침묵’하는 정치인들은 매우 무책임하다. 최근에는 ‘말’의 위험성을 느껴선지 정치인들이 말을 너무 안해서 탈인 경우가 다반사다. ‘투사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설처럼 내려오는 동네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두렵거나 한번 뱉은 주장은 주워 담기 힘들다는 이유로 현안에 침묵하고 집단속에 숨어 파도치듯 움직이는 '낙엽형 정치인들'은 다수다. 그러나 이런 정치인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사석에서 기자들과 잡담하다 기사화돼 개인적 망신을 당하고 직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면서 ‘젊은 기자들이 철이 없어서...’, ‘요즘은 낭만이 사라졌어’라는 꼰대 같은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본연의 임무인 ‘말’의 훈련을 쌓지 않은 본인의 소홀함을 탓할 일이다.
정치인들은 말을 밥먹듯이 해야 한다. 밥 먹을 사람이 없어 보좌진들을 대기시키는 자신을 탓해야 한다. 기자들 앞에서 지역구민 앞에서 자신의 소신과 의견을 분명하게 밝히는 게 도리다. 40대가 넘어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의 의견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헛살았다는 선현들의 말이 있다. 하물며 정치인이라면 두말 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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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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