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금력동원 사채·건설업계 등의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야쿠자와 연계 일본진출 … 최근엔 중국·동남아 무대로 맹활약굿모닝시티 사기분양건에도 일부 조폭들 거론‘마피아가 별거냐?’국내 조직폭력배들이 마피아 조직을 닮아가고 있다. 유흥업소에 기생하며 영업권 다툼을 벌이던 시절은 옛말. 최근에는 사채시장, 건설 등 각종 이권사업과 함께 굵직한 게이트 사건에도 전국의 유명 조폭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 특히 일본의 야쿠자, 해외 마피아 조직처럼 기업화되고 있으며 해외원정활동까지 하고 있어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다. 갈수록 ‘국제화’ ‘기업화’되고 있는 국내 조폭들의 실태를 짚어보았다. 국내 조폭들이 점점 마피아화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 합동 조직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 합동수사부는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집중단속을 실시, 7개파 55명을 적발하고 이중 28명을 12일 구속기소했다. 합수부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조폭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기업화 단계에 이르렀고, 해외 원정 폭력, 해외조폭과 연계 등 갈수록 국제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국제화된 조폭들, 해외원정도 서슴지 않아

이번에 적발된 ‘수유리파’ 는 재일교포와 유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일본 나고야(名古屋) 지역으로 진출해 호스트바 등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부에 따르면 수유리파 두목 김모씨는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와 손을 잡고 지역유흥업소 관할권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호스트바를 운영했던 전직 호스트 출신의 유모씨는 “일본에서 호스트 바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야쿠자 조직과 연계되지 않고서는 힘들다”며 “거의 모든 업소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조직들에 돈을 내고 있으며 일본 조직과 연계된 한국조직들이 상당수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고야 지역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의 서너개 조직이 진출해 치열한 영역 다툼을 벌여왔으며, 이들이 직영하는 호스트바 등 유흥업소의 경우 한달 수입만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조직들이 이권다툼으로 경쟁업체와 칼부림까지 벌이기도 한다는 것. 국내조폭의 해외진출은 주로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과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해외 관광지가 주 진출 무대다. 이에 동남아가 국내조폭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80년대 미국, 일본, 남미를 주거점으로 삼던 조직 폭력배들이 90년대들어 호주, 중국, 동남아 등지로 급속히 세를 팽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동남아는 한국 조폭들이 가장 설치는 곳. 거물급 조폭들이 자주 왕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등은 한국인 교포와 왕래하는 관광객들이 많은데다 치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활동에 유리하다는 것. 실제 지난 4월에는 태국에서 관광업을 하는 현지 한국인들로부터 폭행당한 국내 여행업자가 폭력배를 대거 동원해 태국으로 가 원정 패싸움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원정 패싸움과정에서 권총을 발사해 폭력배가 부상하는 사고까지 일어나 충격을 던져줬다. 당시 현지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고, 국내 수사기관에 의해 드러났다. 중국도 한국 조폭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는 한인 관련 사건의 배후에는 한국 출신 조폭들이 도사리고 있고 현지 조폭들과 연대해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수사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고 있는 점은 국내 조폭들의 해외조폭들과의 연계다. 물론 중국의 삼합회 조직, 동남아의 현지 조직과 연계돼 이권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마약밀거래까지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또 국내에까지 잠입해 자국 산업연수생과 불법체류자들 곁에 기생하며 그들이 힘겹게 번 돈을 빨아먹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는 동남아 조폭끼리 국내에서 집단 패싸움을 하며 살인까지 저지르고 있다.

각종 게이트까지 등장한 기업화된 조폭

조폭들의 해외조직과의 연계도 문제지만 갈수록 기업화되고 있는 것도 심각하다. 최근 윤창렬 게이트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는 굿모닝 시티 사기분양사건에서도 전주의 W파, 광주의 S파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동대문시장 주변 폭력배들이 금품을 요구하자 친분이 있는 ‘어깨’들을 불러모은 것. 그는 또 폭력조직의 사채를 끌어다 쓰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굵직한 사건에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며 기업화된 조폭들이 사채시장을 주무르며 건설 등 각 종 이권사업에 뛰고 들고 있기 때문. 지난 6월 경찰에 검거된 영등포 ‘중앙파’가 대표적인 사례. 이들은 지난해 3월 말 서울 영등포로터리에 2,000억원대의 쇼핑몰을 신축하려는 시행업자 J사의 의뢰를 받고 조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기존 8개 건물에 입주해 있던 40여개 점포주와 세입자들을 완력으로 쫓아내고 대가로 수억원을 챙겼다.

당시 이들이 운영했던 51개 업소 중 12개를 뺏거나 인수해 직접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노사분규 현장에도 깊숙이 개입해 이른바 노조와해 공작을 펼쳤다. 송파구 D운수의 의뢰를 받고 이 회사 자재과장 등으로 위장취업한 뒤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자 조직원 50여명이 집단으로 노조원들을 폭행한 뒤 사무실 출입문을 용접해 폐쇄하고 노조를 와해시킨 것.실제 노동계 파업현장에 조폭이 동원되는 사례는 최근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찰이 파업현장에 개입하기를 꺼려하면서부터 일부 사업주들은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노조의 파업에 대응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부 사업주들이 파업 현장에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하고 있는 실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산하 노조에서 업주들이 고용한 폭력배들로부터 노조간부가 집단 폭행을 당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수부에 적발된 신흥 폭력배들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자신들의 신분을 사업가나 투자자로 위장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나주 ‘동아파’ 부두목 김모(구속기소)씨는 부산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하던 나모씨가 수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씨의 소재를 수사기관에 신고해 나씨를 구속되게 한 뒤 아파트 사업을 빼앗아 자신이 경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지난 2월에는 자신의 동업자 조모씨의 재산을 빼앗는 한편 경영에 참여치 못하게 할 목적으로 조씨를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영등포 ‘남부동파’도 지난 98년 11월 김포시 소재 모 아파트 섀시공사 수주때 다른 업체의 참여를 막아달라는 한 업체의 청탁을 받고 경쟁업체가 동원한 목포 S파와 집단 패싸움을 벌인 것. 이같은 조폭들의 이권 개입 실태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창가와 유흥업소들 주변에서 기생하던 조폭들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요즘 조폭들은 거대 기업화돼 각종 이권사업과 건설 사업 등에 뛰어들며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어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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