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 앞 에서도…”

 

▲ 어두운 집 앞 골목. 젊은층에게는 떠오르는 '카섹스 명소'이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해 9월 인터넷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일명 ‘빨간 마티즈 동영상’으로 거제도 번화가의 어느 도로에 주차된 빨간 마티즈에서 성관계를 맺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거제 카섹스 영상’으로도 통한다. 과거에는 한강둔치, 관악산 입구, 북한산, 남한산성 등 야경이 멋진 장소가 ‘카섹스 명소’로 통했다. 물론 이곳들의 유명세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렇지만 최근 젊은 층은 뜨겁게 달아오른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굳이 이런 ‘명소’까지 찾아가지 않는다. 어두운 집 앞 골목, 인적이 드문 곳에 주차해 놓으면 어디든 'OK'라는 것이다. 당신의 집 앞을 조심하라. 우연히 남녀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좋지 못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어두운 주차장, 으슥한 골목… 어디든 OK
한강둔치·남한산성 등 명소도 ‘여전’

어두운 밤 으슥한 골목, 남들의 시선을 피해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카섹스 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흥분을 위해, 새로운 경험을 위해, 즐기기 위해 평범한 침대가 아닌 자동차 안을 관계의 장소로 선택한다.
민감한 소재다 보니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지 모른다. 자신이 ‘카섹스’를 즐긴다고 당당히 밝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찾아보면 유명한 ‘카섹스 명소’는 곳곳에 널려 있다. 그만큼 ‘카섹스 족’이 많다는 뜻이리라.

아름다운 아경…
서로서로 NO터치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남한산성, 조선시대 인조가 청나라를 피해 도망친 곳으로 남한산성은 우리 민족사의 중요한 요충지로 기능해 온 장소다. 유적지, 등산로,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카섹스 명소’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성남시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인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8시 50분께 찾은 남한산성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커브길의 좁은 2차선 도로뿐이다. 도로도 좁고 커브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보니 자동차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엔진이 떨리는 소리가 귀를 때릴 정도였다. 힘겹게 올라가다보니 나무들 사이로 성남시의 멋진 야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커브길을 꾸준히 올라가다보면 길옆으로 차를 세울 수 있는 짧은 도로가 몇 군데 나온다. 그곳은 양 옆으로 야경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때문에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차 밖으로 나와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10여대의 자동차가 양 옆으로 주차돼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차 안에는 남녀가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늦은 시간에 남한산성을 올라가는 차를 제외하고는 주변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나무와 풀만 있을 뿐이다. 가끔씩 느린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만 제외하면 완벽한 장소였다. 이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들은 ‘스릴있다’고 평가한다. 느리게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이 보일 때마다 ‘짜릿한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남한산성은 야경도 멋있고 스릴감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카섹스 명소, 한강둔치와 관악산 입구, 북한산 등의 유명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유명한 곳은 그 이유가 있다. 멋진 야경과 어두운 불빛, 드문 인적 등이 최고의 조건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A씨는 “유명 명소에는 ‘카섹스’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이미 알려진 장소인 만큼 서로에게 터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적 드문 골목
“스릴은 곧 쾌감”

그러나 최근 젊은 카섹스 족은 특별히 명소로 찾아가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어두운 골목이라면 어디든 ‘OK'를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들의 최고 인기 장소는 바로 집 앞 골목이다.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주택가 골목은 밤만 되면 인적이 뚝 끊기게 된다. 가끔씩 뒤늦게 귀가하는 1~2명의 사람들만 지나갈 뿐이다. 조용한 그곳은 젊은 카섹스 족에게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거기에 가끔씩 지나가는 이웃주민에게 들킬 수 있다는 위험성은 곧 스릴에서 쾌감으로 바뀐다.

박모(29)씨는 “여자 친구를 데려다주는 집 근처 주차장에서 카섹스를 해본 경험이 있다”며 “그때 여자 친구의 옆집 사는 사람이 지나가 둘 다 하던 일을 멈추고 숨죽인 채 있었다. 다행히 우리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가슴은 무척 뛰었지만 스릴감에 너무 큰 쾌감이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기 장소는 카페들이 모여 있는 거리의 주차장이다. 번화가에 있는 카페들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 많지만 외각에 위치하거나 카페들만 모여 있는 곳은 해가 지면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이곳은 밤이 되면 사람들의 인적이 뚝 끊긴다. 특히 주거지역 근처가 아닐 경우는 지나가는 차조차도 발견하기 힘들 정도다. 강모(31)씨는 “차로 20분만 달리면 외곽에서 규모가 작은 카페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밤에는 사람도 없고 가로등도 있지 않아 몰래 찾아오기 좋은 장소”라며 “20·30대가 많이 찾는 웹 사이트에서 추천장소로 자주 (게시글이)올라온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장소
사람들 시선 ‘부담’

그렇다면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명소를 마다하고 어두운 골목이나 주차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유명’하다는 것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남한산성을 방문했을 당시 주차돼 있는 차를 향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이 카섹스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혹시 저 사람들도?’라는 의심을 보내는 것이다. 한강 둔치에서 한참 사랑을 나누던 남녀의 차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 동시에 불빛을 쏘았다는 ‘카더라’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젊은 층에서는 명소를 꺼릴 수밖에 없다. 순수한 목적으로 방문했더라도 ‘혹시?’라는 시선을 받아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스릴감의 부족’이다. 이모(27)씨는 “차 안에서 성관계를 나누는 것은 새로운 장소에서의 흥분감을 느끼기 위함도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견하지 않을까’라는 스릴감 때문이다”라면서 “그러나 이미 알려진 장소는 스릴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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