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전국 조폭 지도-1 인천광역시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조직폭력배의 역사는 깊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직폭력배의 시작을 구한말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후 일제 강점기와 광복기에 활동했던 조직폭력배들을 ‘낭만파 주먹시대’, 자유당 정권시절의 조직폭력배들을 ‘정치 깡패시대’, 1970년대 조직폭력배들을 ‘전국구 주먹시대’, 2000년대 이후부터는 ‘기업가형 폭력배 시대’로 부른다. 과거와 달리 현존하는 조직폭력배는 불법조직일 뿐이다. 낭만파 주먹시대에는 ‘항일운동’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지만 이젠 철저하게 생존을 위한 조직과 폭력만 존재한다.

경찰청의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국내 폭력 조직은 전국 216개, 조직원 수는 5425명이다. 이는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폭력 조직의 간부급 주요 인물을 집계한 것이다. [일요서울]에서는 토착 조직폭력배를 비롯해 신진 조직폭력배의 현주소를 조명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인천의 조직폭력배다. 

2011년 10월 21일 자정,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크라운파 조직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간석식구파의 한 조직원이 크라운파로 조직을 옮긴 옛 동료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찌르면서 두 조직이 충돌했다. 두 폭력조직 조직원 약 130여 명이 장례식장 앞에 모여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이 출동했으나 이렇다 할 제지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당 경찰청 관계자들은 줄줄이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인천에서는 조직폭력배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1월 10일 오전에는 인천 연수구의 한 편의점 인근에서 조폭 한 명이 신원불명의 남성으로부터 목과 배 등 6곳을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신원불명의 남성도 조폭으로 추정된다.

가장 오래된 꼴망파 

간석·부평식구파 와해

인천에는 13개의 폭력조직이 있다. 가장 오래된 조직은 ‘꼴망파’다. 꼴망파는 ‘신포동식구파’로도 불린다. 인천 중구에 기반을 둔 꼴망파는 인천에서 오랫동안 자생해 왔다. 불법 도박 사이트 ‘삥따당’을 개설해 운영해 왔다.

대포통장으로 충·환전을 해 오다 조직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프로포폴을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경찰관을 매수하기도 했다. 꼴망파는 조직 재건을 위해 젊은 조직원들을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다.

당초 인천은 간석식구파와 부평식구파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의 집중적인 단속으로 두목과 부두목 등 조직의 중심축이 구속돼 조직은 와해된 상태다.
인천지방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간석식구파 조직원 45명이 기소됐다. 이중 41명이 1심 이상 선고됐으며 전원 유죄로 29명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이 선고받은 실형은 총 102년 10개월이다.

특히 기소된 부두목은 구속된 조직원들의 변호사 비용을 내지 않으려 한다는 이유로 후배 조직원들을 각목으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직원들이 기소된 사건에서 부하 조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한 후 위증을 교사하는 등 다양한 위법사실이 확인됐다.

부평식구파의 경우 현재까지 총 32명의 조직원이 기소됐다. 30명에 대해 1심 이상 선고됐다. 특히 두목 송모씨는 조직 내 반대세력에 대한 살인을 지시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총 25명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이들 실형은 총 71년 10개월이다. 부평식구파 부두목은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직원들을 동원해 경매법정에서 위세를 과시하고 낙찰자에게 린치를 가하기도 했다.

간석식구파와 부평식구파는 불법도박장을 개장하고 대부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도박장에서 도박자금을 빌려준 후 채무자를 협박하고 법정이자를 초과해 돈을 받아왔다.

기존 조직 흡수해

몸집 키운 조직들

간석식구파와 부평식구파가 몰락해 가는 사이 인천은 꼴망파를 비롯해 주안식구파, 크라운파, 석남식구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조직들은 기존 조직을 잃고 뿔뿔이 흩어진 간석·부평파의 조직원을 흡수하거나 그들의 영역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주안식구파도 지난 4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핵심조직원 52명을 검거하면서 와해됐다. 두목 유모씨(47) 등 조직원 68명 중 핵심조직원 26명은 구속됐고 26명이 불구속입건됐다. 나머지 16명은 공개 수배 상태다.

주안식구파는 보도방 업주와 결탁해 주안동 일대에 보도연합회를 결성해 인천시내 유흥가에 미성년자 도우미를 공급해왔다. 이들은 유흥업주가 협조하지 않으면 몰래 미성년자를 출입시키고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2012년 이들의 불법행위가 경찰에 적발됐으나 이들은 불법행위는 계속해 왔다.

유씨 등은 2011년 10월 21일 길병원 장례식장 집단 폭력 사건 때 간석식구파와 동맹해 다른 조직인 크라운파와 칼부림 사건을 벌였다. 또 작년 3월엔 조직원 5명이 주점에서 사소한 시비로 업주 등 2명을 집단 폭행하는 등 조직범죄 5회, 개별범죄 12회를 저지른 혐의다.

유씨는 2008년 주안식구파 두목 김모씨가 수감되자 하부 조직원을 재규합하고 신진 폭력배를 영입해 주안식구파를 재건했다. 광역수사대는 2년간 피해자들의 통신 계좌를 추적하고 접견기록, 영치금 내역 등을 분석해 관련 범죄 혐의를 찾아냈다.

주안식구파는 과거 조직폭력배들과 복장부터 달랐다. 과거 검은 정장이 조직폭력배의 교복과 같은 존재였다면 이들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입고 다녔다. 또 이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직원 전체가 통제를 받으며 움직이는 것 대신 개개인이 주안식구파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불법 오락실이나 보도방 등을 운영하면서 이권을 챙기는 점조직 형태다.

이들에게는 조직강령도 있었다. 총 12개에 이르는 조직강령 중에는 전쟁 즉 조직 간 싸움이 있으면 절대 빠지지 말고 참여한다, 상부 조직원에게는 걸음을 멈추고 양다리를 모아 90도 인사를 한다, 선배와 밥을 먹을 때는 형님들이 먼저 숟가락을 든다, 수사기관에 검거되면 조직 비밀을 끝까지 지킨다, 수감된 조직원이 있으면 변호사비와 영치금을 주고 면회를 간다 등의 내용이다. 실제 경찰 수사결과 이들 조직원은 3년 동안 2300차례 면회를 갔고 영치금으로 7천만 원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번 검거로 주안식구파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이제 인천에는 연수구를 중심을 활동하는 크라운파, 서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서남식구파, 가장 오래된 꼴망파만이 남게 됐다.

진화한 조폭

기업형 조폭이 주류

인천지방검찰청과 광역수사대 활동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전국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수백 명의 조폭이 구속되거나 입건됐다. 그것으로 조폭 세력이 위축되고는 있지만 뿌리 뽑지는 못했다.

과거와 달리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토착 조폭과 함께 몸집을 줄인 새로운 조폭이 등장하고 있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국내 폭력조직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간접적인 폭력행사를 선호해왔다. 하지만 2010년을 넘어서며 조직폭력배들이 다시 양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조직폭력배들은 유흥업소, 게임장 등을 운영하며 갈취 등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는 소위 합법을 가장한 ‘기업형 조직폭력’가 등장하고 있다. 또 개별 활동비 마련을 위한 교통사고 위장 보험범죄 등에 개입하는 폭력배가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조폭들은 간부급이 운영하는 기업, 업소 등에 소규모 단위로 조직원을 분산 배치한 후 필요시 긴급 동원하는 체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타조직원 경조사 시에 폭력배들이 회합하는 등 폭력조직간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편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은 향후 효과적인 조직폭력배 척결을 위해 조직원 개인 단속을 넘어 조직자금 유입을 차단할 방침이다. 또 단속 공무원과 유착 방지를 위해 단호한 처벌을 하겠다고 전했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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