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6일 용산미군기지 앞에서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 쪽에서는 진보단체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집회를 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보수단체가 주한미군철수 반대 집회를 열고 있었다. 갈라진 한반도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6·25 민족상잔의 비극이후 한반도에 대규모로 상주하고 있는 주한미군. ‘전쟁을 막아주는 평화유지군’ VS ‘미국의 남한 지배전략을 위한 점령군’이라는 보수와 진보의 상반된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을 짚어봤다. 주한 미군은 우리에게 뭔가보수단체“한반도 평화보장의 가장 효과적 장치…경제 기여도 커”진보단체“한국 지배전략으 선봉장 역할…평화 오히려 가로막아”한총련 소속 대학생들 스트라이커 부대 국내 휸련은 북한에 전쟁위협이라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6·25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래. 미군이 없으면 남쪽은 그야말로 북의 먹이감에 불과한 것을 왜 몰라!”, “국제법을 무시하고 이라크를 공격하고 세계 각국의 분쟁에 개입해 결국은 무기를 팔아먹는 행태를 보면 미군이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기보단, 자기나라 이익을 위해 있는 것 아닐까요.”탑골공원에서 만난 60대 노인의 주장과 서울 모 대학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의 주한미군에 대한 상반된 견해다. 최근 한국대학총학생회 연합(한총련)의 미 스트라이커 부대 항의시위가 커다란 논란을 일으키면서 다시 주한미군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군주둔이 북이 남침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주장과 오히려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채 대립하고 있다.

보수단체“주한 미군은 한반도 전쟁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보수세력과 단체들은 주한미군철수는 곧 북의 남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한미군철수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한미군철수반대모임은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가장 큰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주한미군”이라며 “휴전선 최전방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국지적인 도발도 하기 힘든 상황이고, 역으로 미국 역시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주한미군은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라는 것. 철수 반대모임은 또 “북한은 우리가 월드컵을 치르고 있는 기간에도 서해안에서 교전을 벌여 우리 병사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으며, 현재도 핵무기 개발 위협으로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면서 “이러한 일련의 군사 행동들이 곧장 전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동시에 결코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지는 않겠다는 묵시적 경고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철수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의 경제 기여도.이 모임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우리가 현재와 같은 안보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방비의 전력 투자비 예산 전액을 투자한다고 해도 7년 이상이 걸린다”면서 “이는 곧 당장 군 복무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엄청난 국방예산 투입은 당연히 사회복지분야 등의 예산 축소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주한미군이 주둔함으로써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외국 자본도 마음놓고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심지어 외국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 투자에 앞서서 주한미군 사령관의 안전보장각서를 받는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도 “미군철수주장과 반미시위가 계속되면 결국 미국 내에 반한 감정을 일으키게 된다”면서“정치, 경제적인 차원에서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단체“미국의 대 한반도 지배전략의 일환일 뿐”


‘연간 20억 달러가 넘는 주둔경비 부담금’, ‘연간 1조5천9백억 원에 이르는 토지 사용료’, ‘각종 특전과 특혜에 따른 경제적 손실’, ‘계속되는 포악한 미군 범죄와 미군기지 주변의 자연환경파괴’. 주한미군철수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들이 주장하는 미군철수의 이유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전쟁억지력’이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의 일환이라고 본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에 있고, 주한미군 주둔의 대가로 인한 남한 군사무기의 판매의 독점, 미국의 세계지배전략 MD 계획 강요, 정치적인 압력 등 주한미군은 미국의 지배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 특히 작전권의 문제는 심각한 자주권 침해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한미군철수모임 관계자는 “미국은 90년대 중반에서야 평시 작전권을 한국군에 넘겨주었으나 전시 작전권은 여전히 미군에 속한다”며“작전권은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것임을 볼 때 이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으로 우리는 죽고 사는 문제를 남에게 맡겨버리는 너무나도 간이 큰 나라인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은 주한미군이 없어도 남한 독자적인 전쟁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북한군은 유류, 탄약 등 군수물자를 아끼느라 제대로 훈련을 못하지만 국군은 첨단장비와 무기를 이용한 강도 높은 훈련으로 최강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무기와 장비에 있어서도 북은 양적으로는 남보다 앞서지만, 육군무기의 40%, 해군 함정의 70%, 공군전투기의 65%가 폐기처분 직전의 노후장비라는 점. 여기에 남한총생산액은 대략 20배 정도로 북한을 앞지르고 있어 경제력에서 북이 남을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결국 북이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주장이다.

철수를 주장하고 있는 단체들은 특히 최근의 한반도 전쟁위기는 북보다는 미국이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연대의 한 간부는 “주한미군이 마치 평화유지군인 양 행세를 하고 있는데 과거 94년도 전쟁위기에서도 미국은 북을 선제공격하려 했고, 최근 북핵문제에서도 미국의 보수 강경파들은 북을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평화를 가로막는 행위이며 그 최선두에 주한 미군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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