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가장해 팬티속 손 넣기, 움직이지 못하게 마비침까지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병원에서 각종 성추행·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자들이 몸이 아파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의사들에게 치욕스런 일을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의사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들이다. 이뿐 아니다. 불법시술을 목적으로 찾아온 환자들을 미끼로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의사들도 있다. 문제는 의사들의 각종 성범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요서울]에서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범죄의 심각성을 진단해 봤다.

의사, 강간ㆍ강제추행 검거자수 종교인 이어 2위

제도적 보완책 없고 의사 대상 성범죄 교육도 미비

지난해 경찰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강간·강제추행 혐의로 검거된 의사가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는 총 43명이었으나 4년 뒤인 2012년에는 83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강간·강제추행 혐의 의사는 2009년 58명, 2010년 67명, 2011년 64명으로 2011년을 제외하면 증가세를 보였다. 2013년에는 상반기에만 39명의 의사가 강간·강제추행 혐의로 검거됐다.

반면 같은 혐의로 검거된 변호사·교수·종교인·언론인·예술인 수는 2008년 96명에서 2010년 176명으로 증가했지만 2011년, 2012년에는 각각 153명, 115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의사는 종교인에 이어 강간·강제추행 혐의로 검거된 직업군 2위다. 의사들의 각종 성범죄를 많이 일으키는 이유는 수면유도제, 모르핀 등의 약물을 손쉽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리의식을 잃어버린 의사들이 각종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대형병원 등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제도적 보완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실제 대학병원 등에서 성추행 등의 사건이 발생해도 이를 덮는데 급급할 뿐이다.

과도한 신체접촉이 문제

지난해 10월 인천지검 형사3부는 자신이 진료하던 여중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인천 모 병원 소아과 의사 A(3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자신이 근무하는 인천 남구 용현동의 한 병원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으러 온 B양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여중생 3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의 성기를 여중생의 무릎에 밀착하거나 배 부위를 진찰하던 중 팬티 속으로 손을 넣는 등의 방법으로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중생들은 귀, 목, 등이 아파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에는 진료 행위를 빙자해 여성의 몸을 더듬은 40대 의사가 법원으로부터 징역 7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사 C(44)씨는 자신에게 지방흡입술을 받은 여성의 시술 경과를 관찰하면서 성추행을 했다. 부평에서 내과를 운영하던 C씨는 환자 D씨에게 “허벅지와 상체의 균형을 봐야 한다”면서 상의를 벗게 한 뒤 손으로 가슴 등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한의원 마비침까지 등장

설날 직전 국내 포털사이트에는 ‘마비침’이라는 단어가 인기검색어처럼 떠돌아 다녔다. ‘마비침’이 등장한 이유는 한 한의사의 성추행 사건 때문이었다.

1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신명희 판사는 한의원 여직원들에게 침술 치료를 하면서 성추행한 혐의로 한의사 서모(80)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1961년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서씨는 2009년 관할관청에 신고도 하지 않고 서울 동대문구에 한의원을 차린 뒤 월평균 300만∼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씨는 2012년 간호보조로 채용한 여성 E씨(당시 20세)에게 “간이 좋아지는 침을 놓아주겠다”며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거나 “뽀뽀를 해 달라”고 강요했다. 또 ‘자궁을 치료해주겠다’면서 발에 침을 놓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A씨의 팬티를 내려 추행했다.

서씨는 직원 F씨(당시 22세)에게도 마비침을 놓은 뒤 몸을 더듬었다. 서씨는 이렇게 6차례나 여직원들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씨는 “치료 목적으로 침을 놓기 위해 신체접촉을 했을 뿐 추행의 고의는 없었고, 피해자들이 먼저 다가와 키스를 하거나 팬티를 벗어 자궁을 봐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씨는 한의원에서 침을 이용해 직원들을 성추행했다. 성추행 당한 직원들은 대부분 건강을 좋게 해준다고 해서 병원침대에 누운 것이다. 하지만 서씨는 의사라는 신분을 악용했다. 서씨는 직원들을 성추행하기 위해 침을 놓았다. 이때 서씨의 침을 맞은 직원들이 움직이거나 저항을 하지 못해 ‘마비침’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당시 사건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마비침’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실제 마비침이 있을까?”라는 의문에서부터 “무슨 무술이야기를 하냐?”는 등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취재진은 ‘마비침’의 존재여부를 확인해 봤다. 남대문시장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 원장은 “마비침이라는 걸 들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본 적도 없고 마비침을 치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람을 본적도 없다. 다만 중국에서 실제 수술시에 마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의사 서씨의 성추행 사건을 통해 마비침에 대해 알려지고 있는 걸 알고 있다. 나도 한의대생 시절에 동기들과 마비침에 대해 호기심으로 찾아본 적은 있지만 그뿐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말한 마비침도 실제 마비효과를 일으키는 침이 아니라 침이 꽂혀 있는 채로 움직일 수 없는 부위에 침을 꽂아 놓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말처럼 실제 서씨는 직원들을 성추행할 당시 발에 침을 놓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의사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료지식을 활용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피해자들은 아무런 대처를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본인이 성추행을 당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더 이상 의사들의 윤리의식만을 믿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freeore@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