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마음에 들 때까지 무한반복”…내부직원 고발 봇물

[일요서울Ⅰ김나영 기자] “워크샵 최대 화두는 ‘오늘도 무사히’다. 일년에 두 번 있는 워크샵은 10년 내내 강당에서 당일치기로 진행됐다. 회장은 조별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을 차고 나가 버린다. 심지어 다음 월요일에 보고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회장 마음에 들 때까지’다.” 

직장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나 나올 듯한 에피소드들이 여의도 증권가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것일까. 유화증권 현직자가 실명을 걸고 작성한 글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직자의 글을 토대로 <일요서울>이 유화증권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유화증권의 내부사정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글이 떠돌고 있다. 일명 ‘단순 찌라시’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속사정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 있다. 실제로 이 글은 유화증권 현직에 있는 한 직원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운용팀장 자리까지 올랐던 P씨는 실명을 건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덜덜 증권사’라는 제목으로 30여 개의 시리즈물을 올렸다. 그것도 급여, 출근, 야근, 회식과 같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관심가질 만한 내용들을 항목별로 나눠 써내려갔다. 예를 들면 전자사원증 없이 손으로 매일 출근부를 작성한다든지, 성과급 규정은 있으나 실질적인 지급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든지, 10년간 상여금은커녕 기념품 한 번 나온 적이 없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일상적 근무환경부터 조직 내부 무거운 사안까지 공개
주식운용팀장 지낸 현직의 쓴소리…개선될까 묻힐까


또한 야근천국 여의도에서 이례적으로 유화증권에 야근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야근을 해도 식대나 추가수당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기를 쓰고 끝낸다는 것이다. 더불어 회식문화가 일반화된 여의도에서 유화증권은 10년 동안 단 한 번의 공식회식을 가졌다고도 밝혔다. 그것도 강당에서 한 회식이었는데 참석자들은 너무 배고파했고 이후 다시는 회식이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비공식회식에서는 호프집에서 안주를 많이 시켰던 총무팀장이 다음 날 지방지점으로 발령 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직 내 간부는 물론 오너인 윤경립 회장과 관련, 민감한 사안들도 다수 언급됐다. “한 사원이 회사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회장과 마주친 후 바로 지점으로 발령났다”, “회장이 보이면 대다수 직원이 도망간다. 허리를 90도 숙이는 일명 조폭인사나 배꼽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를 늦게 한 직원은 절대로 재계약을 안 해준다”와 같은 것들이다.

실수로라도 직원들은 회장 눈에 띄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뉘앙스도 풍긴다. “런던올림픽 당시 한 여직원이 네이버 메인화면을 열었는데 회장이 와서 보고는 난리가 났다. 그때 네이버 메인화면에는 런던올림픽 동영상 배너광고가 올라 있었는데 회장은 근무 시간에 올림픽을 봤다며 인사 담당자를 박살냈다. 그리고 연말에 계약만료된 여직원의 재계약을 해주지 않았다”는 정황이 이를 뒷받침했다.

회장 가까이에 있는 비서나 운전기사들도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유화증권은 비서 취업사이트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CEO가 10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데 6개월 근무하면 오래 했다고 말할 정도다. 하도 자주 바뀌니 비서가 와도 이름을 기억할 수가 없다”, “파견직 기사들 사이에서도 블랙리스트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자주 바뀐다는 사실을 모르는 기사가 없다고 한다”는 글이 바로 그러하다.

게다가 “한 기사가 회장에게 목적지를 지시받고 최단거리인 남산터널을 통과해 신속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기사는 통행료 내는 길로 왔다고 박살났다. 이렇듯 운전기사가 하도 자주 바뀌니 총무팀장이 대리기사로 나가기도 했다”, “회장은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회장실의 전등이 켜져 있었다며 비서를 박살냈고 그 비서는 사표를 냈다. 비서가 공석이자 임시비서로 차출된 주식운용팀 여직원은 회장실에 다녀와 울면서 하소연했다. 다음 날 그 여직원도 사표를 들고 왔다”는 대목에 이르면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고객들이 유화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와 같은 서비스와 관련해 가질 법한 의문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제시했다. 유화증권의 HTS는 국내 주식과 파생이 가능한데 공시 이외의 어떠한 뉴스나 시황도 제공되지 않으며 해외자료는 다우지수 하나 없다는 것이다. MTS는 아예 도입불가로 결정났는데 검토 책임자가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을 사용하며 현안을 다뤘음을 공개했다.

또 소형사 중에 유일무이하게 자체전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수년 전 지점이 빠른 속도로 폐쇄되고 현재보다 전산 인력이 많을 때 위탁전산과 자체전산 비용을 비교하니 3배 정도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자체 리서치 조직에 대해서는 증권업계 최대고객인 국민연금이 리서치팀 유무로 주는 오퍼를 받기 위한 것일 뿐 자료나 단말기는 전혀 없다고도 폭로했다.

P씨는 “지금까지 올린 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어둠이 물러나지 않으면 새벽이 오지 않는데 모두가 침묵하는 게 더 슬프다”면서 향후에도 이 시리즈를 연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nykim@ilyoseoul.co.kr

# 유화증권은?

여의도 증권가에는 절대 망하지 않을 것으로 회자되는 증권사가 있다. 바로 유화증권이다. 유화증권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금융상품 판매, 고객 자산관리 등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유화증권의 경우에는 브로커리지보다는 채권, 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 이자나 임대 수익이 주를 이룬다. 유동성자기자본(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1010%에 이른다. 참고로 금융당국이 경영개선 권고에 들어가는 NCR 비율은 150% 미만이다.

좋게 말하면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것이나 다시 보면 투자회사가 돈을 굴리지 않고 가둬놨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개명이 흔한 증권업계에서 창립 이후 이름 한 번 바꾸지 않은 뚝심도 있다. 보통 ‘증권사’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곳이 유화증권임을 알 수 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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