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이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문자 그대로 ‘PC방’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업소간 경쟁이 심화되고 고객들의 욕구가 다양화되면서 PC방들이 나름대로의 색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커플PC방’과 ‘성인PC방’이다. 신규고객을 늘리려고 하는 업계의 노력은 이해할 만하지만 문제는 점점 더 PC방이 ‘에로화’, ‘음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에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이들 이색 PC방을 찾아가 봤다. 커플PC방 조명 낮춘 룸에 밀착 유도하는 비좁은 커플석 마련성인PC방 ‘1인1실’ 원칙으로 포르노사이트 동영상 방영

비좁은 커플석...자연스럽게 ‘스킨십’

요즘 젊은이들에게 PC방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면서 연인끼리 함께 찾는 경우도 많다. 예전의 데이트란 기껏해야 영화보고 술마시는 것이 전부라고 하지만 요즘 연인들은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며 데이트를 한다는 것. 그런 만큼 업주들은 이들 연인들만이 앉을 수 있는 2인용 의자와 별도의 룸이 있는 ‘PC방 속의 PC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명 ‘커플석’으로 불리는 연인용 좌석은 외부 홀과는 다르게 내부 조명이 다소 어둡고 두 명이 앉기에는 약간 비좁은 듯한 넓이. 그런 만큼 더욱 ‘밀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들에게는 서로의 어색함을 없애주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가능하도록 일종의 ‘미필적 고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 젊은이들의 명소인 대학로에 위치한 한 PC방에 마련된 커플석은 며칠전부터 예약까지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시간당 비용은 일반좌석보다 500원 정도가 더 비싼 1,500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나기라도 하면 금세 다른 커플이 차지하곤 한다. 업소의 주인에 따르면 커플석을 설치한 후 평균매출이 약 30~40% 정도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연인들은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해 가끔씩 업주들의 제재를 받기도 한다. 단순 스킨십을 넘어 팔을 허리 뒤로 돌려 가슴을 만지거나 진한 프렌치 키스를 하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는 것. 물론 커플석은 룸으로 되어있다고 하지만 투명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한 업소의 주인은 “청소년들도 있는 곳에서 그런 행위를 하면 민망하지만 어쩔 수 없이 좀 자제해달라고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만큼 최근 한 PC방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커플석에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다 찍히고 있으니 알아서 행동하라’는 무언의 시위인 셈. 이를 통해 다소 민망한 행동이 줄기는 했지만 업주들로서는 영 찜찜하다. 이들의 ‘사랑이 깊어갈수록’(?) 장시간 PC방에 머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매출도 더욱 올라가기 때문. 따라서 대부분의 업주들은 연인들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속앓이를 할 뿐이다. 일부 대학생들은 PC방을 이용한 신종 미팅방법을 개발해내기도 했다. 일명 ‘PC팅’으로 불리는 이 미팅은 미리 예약된 커플석에 번호를 매기고 남녀가 각각 자신이 해당하는 좌석에 앉게 된다. 만약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같이 게임을 즐기지만 한쪽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리를 떠나야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시간당 3천원이면 성인물 ‘마음껏’

최근에는 성인PC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일단 간판부터가 요란하다. ‘이제 성인물을 마음껏 즐기세요’라는 호탕한 제안에서부터 ‘성인 인터넷방송, 성인영화, 성인게임’이란 문구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인터넷에 익숙지 못한 40대 이상의 고객을 목표로 한 듯 ‘인터넷 못해도 성인물을 즐긴다’며 광고하는 업소들도 있다. 특히 이곳 성인PC방들은 ‘1인1실’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성인물을 즐길 수 있도록 내부 인테리어를 구비했다. 또 소프트웨어의 세팅 자체를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성인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 ‘쉽고 빠르게’ 성인물을 볼 수 있다.

요금은 물론 일반 업소보다 세배이상이 비싼 3천원 수준. 업소자체에서 별도의 IP로 성인방송에 가입해 놓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비싼 월회원 가입비가 필요없이 시간당 사용료만 내면서 성인물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곳은 미성년자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된다. 그런 만큼 이곳에는 일반 PC방과는 색다른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는 것. 보통 3,4시경이면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PC방으로 몰려들어 대략 10시 이후부터는 그 자취를 감추는 반면,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인 성인PC방에서는 7시 이후부터 손님이 붇기 시작해 9시, 10시 경이면 ‘피크’를 이룬다. 일부는 이곳에서 밤을 세운 후 양복차림 그대로 다시 출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강남의 모 PC방 업체 사장은 “일반 PC방보다 매출 자체는 훨씬 높다. 성인들은 학생들과 달리 비교적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 일단 한번 이용을 하면 4~5시간은 기본이다”고 말한다.

특히 기혼남성의 경우 ‘하드코어 포르노’ 사이트를 많이 찾는다는 것이 업주의 귀띔. 회사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부인이나 자녀들 때문에 포르노를 보지 못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무한정의 자유가 허락되는 만큼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포르노 동영상을 보기 위해 ‘눈이 벌개질 정도로’ 모니터에 몰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채팅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모니터 화면에 동시에 4~5개의 채팅사이트를 열어놓고 ‘먹이감’을 찾고 있는 중. 이런 남성들은 여성과의 약속이 잡히면 비교적 빨리 자리를 뜨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성인PC방의 ‘성공신화(?)’가 소문을 타면서 그간 업소간 경쟁이 치열했던 신도시 인근의 일반 PC방들은 발빠르게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업소는 오후 6시까지는 일반 PC방으로 영업을 하고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는 6시 이후부터는 청소년의 출입을 막으면서 ‘성인PC방’으로 변신하는 것. 하지만 아직은 이러한 성인PC방을 단속할 법적 근거는 없다. 청소년들만 출입을 제한시키면 현행법규상으로는 문제가 없기 때문. 최근 모 성인전용PC방 프랜차이즈 업소가 일간지 광고를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법적인 문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디오방, 노래방 역시 애초에는 건전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점차 매춘 연결의 거점이 되거나 ‘여성 도우미’가 출현하면서 ‘음란화’되었던 것이 사실. 이제는 PC방마저 같은 길을 걷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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