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싸움 불붙나

동생 가입한 첫 노조 출범 직후 후발노조 설립
“경영권 싸움 아냐” 부인…교섭 단일화 시작돼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A증권 회장이 형제간의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너일가가 노조에 가입한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 회장의 남동생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A증권 오너일가 불화설에 불이 지펴진 모양새다.

이 회장의 동생인 A증권 이모 부장은 지난달 25일 출범한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노조 A증권 지부(이하 A증권 지부)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A증권 지부는 창업주의 ‘무노조 원칙’을 53년 만에 깨트리며 탄생한 첫 노동조합(이하 노조)이다. 이 배경에는 사측의 무리한 영업 압박과 내부 구조조정 우려에 대한 불만이 큰 몫을 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노조 가입 이유를 평범하게 보기 어렵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첫 노조가 출범하자마자 복수노조가 설립돼 노노갈등을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도 이 회장의 동생이 노조에 가입한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이러한 추측들이 신빙성을 얻는 까닭은 후발노조가 첫 노조가 탄생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체제일 경우 단체교섭권이 노조의 규모에 따라 배분되는 만큼, 후발노조의 등장은 기존 노조의 목소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사측의 대변인 역할을 위해 생긴 노조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복수노조는 기존의 노조가 활동을 제대로 못할 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설립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A증권 노조는 첫 노조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외압에 휘둘릴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결성을 추진했다.

내부악재 겹쳐 어쩌다 이 지경까지…

게다가 후발 주자로 생겨난 A증권 노조의 위원장 등은 인사부와 총무부 출신이다. 이들은 신입사원 연수나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후발노조가 첫 노조의 힘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장 강력하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동생이 형제간의 불화, 사측의 부당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보이며 이 회장은 이를 견제하고자 후발노조를 출범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사측이 직원들에게 개정 인사규정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동안 형식적인 절차로 여기고 따라왔던 일이지만 노조 출범도 순탄치 못한 상황에서 회사가 인사규정 동의를 구하자 반감을 느낀다는 후문이다. 일부는 “어느 노조 쪽에도 선뜻 가입하지 못하겠다”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증권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노조 문제에 회사가 개입하고 있지 않다”며 “떠도는 추측들은 확대해석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 모 부장 개인의 판단 하에 노조에 가입한 것이며 회사는 개인적인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A증권 지부 역시 노노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동생인 이 모 부장의 노조 갈등은 경영권과 관계가 없다”며 “회사를 위해 동참해준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설립이 되자마자 노노갈등을 겪고 있지만 경영권과 관련된 일에는 관심이 없다.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상생하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A증권 노조는 복수노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교섭창구 단일화 협상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A증권 지부 관계자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기구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중복해서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크게 진전된 사항은 없지만 기존의 노조가 흔들리지 않고, 노사가 제대로 하나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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