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학예직과 행정직 균형 맞춰야

문화재위원회에도 9개의 전문분과가 있다. 분과마다 10명 정도의 위원과 20명 정도의 전문위원이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청의 업무수행에 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실로 방대한 기구다. 하지만 일본의 문화청 기구에 비하면 그 규모가 작은 편이다. 문화재청은 우리 형편으로는 방대한 기구와 예산으로 심혈을 기울여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문화재청이 행정 중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구보존관리는 행정의 예하에 있다. 원칙적으로 문화재청이 수행해야 할 모든 업무와 사업은 연구보존 관리 중심이다. 행정에서는 연구 보존 관리 업무가 잘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뒷바라지 역할이어야 한다.

문화재청 행정 중심 탈피해야

역대 문화재 관리국, 문화재청의 국·청장은 수십 명에 달한다. 반면 문화재 연구자와 학예연구관 출신이 청장을 한 것은 3명뿐이다. 학계의 연구자나 학예연구관이 국·청장이 된다고 해서 꼭 잘되리라고는 생각지 아니한다. 문화재청엔 노련한 행정가들이 많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청장이 되면 행정가의 꼭두각시 신세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 전공분야에 더 힘을 쏟을 수도 있다.

누가 청장이 되더라도 문화재청에서 연구자 인원을 점진적으로 늘려 최소한 행정직과 학예직이 대등한 인원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지원하는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보존 연구 관리하는 임무를 청장부터 예하 모든 공무원이 가슴으로 깊이 이해하고 애정으로 문화재를 보호하는 엄격한 내규와 지침을 만들어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판치는 부정부패

청장이 바뀔 때마다, 전에는 장관과 국장이 바뀔 때마다 시책이 바뀌고 권력기관의 압력에 따라 사업집행과 예산집행목적이 바뀐다면 문화재보호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인간은 누구나 떵떵거리고 부유하게 살려는 욕망이 있다. 문화재청 관리라고 이러한 욕망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욕망에 사로잡히면 문화재 보호를 그르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에도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자원원자력관계 사람들은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건을 알면서도 업자와 짜고 부실부품을 발전소에 사용했다. 원자력 사고가 인류 존립에 얼마나 큰 폐해를 입히는가를 알면서도 말이다. 부실부품 사용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일거에 도륙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관계자들의 부정행위, 이를 눈감아주는 일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고 기가 막혀 머릿속이 텅 비어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시행청이나 감독관청기관이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아니 하고 유유자적하는 세상인데 하물며 우리 문화유산 보존관리쯤 아무리 큰 부정부패와 시행착오가 있다 해서 누가 눈 하나 깜짝하겠는가.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아무도 큰 관심이 없으니 어떤 부실과 시행착오가 일어나고 부정행위가 자행되더라도 부패는 쌓여만 간다.

부패척결 위해서는

먼저 국회의원부터 문화재청 사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만의 이익을 위해 여러 가지 압력과 청탁을 했다. 이는 문화재청의 여러 가지 사업에 차질과 혼선을 초래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행정가들이 문화재청의 중심이 되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이는 마치 병원이나 연구소의 의사와 연구관은 제쳐두고 행정가가 진료와 수술을 하고 연구업무마저 도맡아하는 꼴과 같다.


문화재청은 전국의 문화유적·동산문화재·무형문화재·자연문화유산 관리 등 실로 중차대하고 방대한 업무를 관리하고 있다. 또 유적지정·해제·조사 발굴, 무형문화재 지정·해제·관리, 자연문화유산 세계문화유산 지정관리와 문화재 매매업자 관리 등 엄청나게 많은 대민사업을 맡고 있다. 때문에 민원과 분규에 청탁과 압력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 임야, 전답, 택지가 사적으로 지정되면 땅값이 마구 떨어진다. 이미 옛날에 지정된 땅값은 제자리걸음인데 바로 옆의 미 지정 땅값은 마구 오르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사적으로 지정하지 아니하고 지정에서 해제되면 큰 이득을 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관철하려 한다. 

▲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사진=한국미술발전연구소>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수십 억 년 후에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미륵보살을 금동으로 조성한 작품이다. 세계불교조각사상 더없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머리 위에 단순한 삼산관을 쓰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얼굴에 법열의 미소를 머금고 오른손 끝을 살짝 볼에 댄 아름다운 좌상이다. 목에서 가슴에 걸쳐 단순한 경식이 있을 뿐 상반신을 나신으로 아무 보석이 없는 간결한 형태다. 허리아래에서 밑으로 늘어진 법의의 구름이 파도처럼 전개되나 법도와 시대양식을 지키면서 품위 있고 힘차다. 아무 보석이 없는 모관과 얼굴과 간결한 상반신에 절묘하게 아름다운 부처님의 두 손만이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다. 단순간결한 상반신과 늘어진 법의가 파도처럼 전개된 하반신이 대조를 이룬다.

<정리=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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