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뒤 활동을 중단한 톱탤런트 고현정씨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삼성가의 며느리 고씨가 또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 것은 지난달 24일 발생한 차량도난 사건 때문이다. 시가 1억7,000만원 상당의 독일제 포르셰 승용차와 차안에 있던 수표, 외제 명품 가방 등 850만원 상당의 금품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지검 외사부(부장 민유태)가 지난 13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미국인 유학생 J군(19)을 구속 기소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발생시간에 대한 고씨와 피의자의 엇갈린 경찰 진술, 한강시민공원에서 차량을 잃어버린 점, 신세계 법인 소유의 차량을 고씨가 이용한 점, 대리운전자가 누구인지 등 고씨의 당일 행적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고현정 차량도난 사건의 의문점 4가지를 짚어봤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4일. 고씨가 이날 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시민공원에 포르셰 승용차를 잠시 세워둔 사이 공익근무요원 K씨(20)와 한국에서 어학연수 중인 미국인 J군(19)이 차량과 함께 고씨의 지갑을 훔쳐 달아났다는 것.이 사건은 강남경찰서에 25일 새벽 3시경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첩보를 입수한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가 도난 수표 추적을 통해 지난달 30일 K씨 등을 검거했다.그러나 경찰조사과정에서 고씨와 피의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차량도난 사실도 신세계 계열사 직원 최모(31)씨가 강남경찰서에 “내가 담배를 피우다 한강공원에서 도난 당했다”는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고씨의 당일 행적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문1 ‘새벽 3시 VS 10시 30분’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고씨는 지난달 30일 밤 11시 경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 출두해 피해자조사를 받으며 “차량을 25일 새벽 3시경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피의자들은 경찰조사에서 “24일 밤 10시 30분경 훔쳤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말한 시간은 무려 4시간30분이나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담당 경찰은 “보통 2시간 정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면서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볼 때 10시부터 12사이에 고씨가 차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의자들이 차를 훔친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에 범행시간은 중요치 않아 구태여 대질신문은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다.신세계 측은 “고현정씨가 경찰 조사 당시 경황이 없어서 신고시간을 도난시간으로 잘못 말한 것으로 본다”면서 “나중에 고씨가 차량과 함께 되찾은 휴대폰을 확인한 결과, 차량 도난 시간은 밤 11시에서 12시 사이가 맞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신세계 계열사의 직원 최모(31)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3시경 강남경찰서를 찾아 차량도난 신고를 했다.

의문2 한강둔치에 왜 갔을까?

고씨가 차를 잃어버린 장소는 서울 강남구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이다. 고씨는 경찰 피해자조사에서 “사고 당일 남편과 함께 부부동반 파티에 갔다가 남자들이 2차 술자리를 갖기로 해 고씨는 귀가하기로 했는데, 술을 마셔서 대리운전으로 집에 가던 중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서울 잠원동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면서 “오전 3시에서 3시30분쯤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구토 증세가 일어나 열쇠를 꽂아둔 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차량을 도난당했다”고 진술했다.그러나 친정 어머니를 만나는 데 ‘왜 굳이 새벽시간에 한강 공원으로 갔을까’라는 궁금증이 일고 있다. 특히 서초동 친정집이 아닌 한강시민공원을 약속장소로 택한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에 대해 담당 경찰은 “고씨는 피해자”라며 “차량 절도 이외는 사생활 부분이기 때문에 별도의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 역시 “차량은 신세계 의전용 차량이며 고현정씨가 당일 그 차를 이용한 것은 맞지만 다른 부분은 사생활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의문3 대리운전자는 누구?

고씨가 말한 ‘대리운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일고 있다. 차량을 훔친 J군은 경찰조사에서 “운전석에서 남자가 내렸고, 조수석에서 여자가 내렸다”고 진술했다. 이 남자에 대해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당일 술을 많이 마셔 운전을 할 수 없어 대리운전을 해 주었던 사람”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술자리에 동석했던 한 사람에게 집까지 운전을 부탁했고,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그냥 ‘대리기사’라고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강남경찰서에 최초 도난신고를 한 신세계 계열사 직원 최모씨가 대리운전자인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대다수의 사건이 경찰의 조사이후 알려지는 데 반해 이번 사건은 검찰의 피의자 기소과정에서 피해자가 고현정씨라는 사실이 밝혀져 그 배경에 대한 의문도 일었다. 일각에서는 고씨가 경찰수사과정에서 ‘뭔가 특별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는 고씨가 과거 자신의 집에서 1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분실해 관할서인 서울 용산 경찰서에 극비 수사를 요청했다가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며 경찰에 진행중이던 수사를 중지해 줄 것을 요구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고현정씨가 탤런트이자 재벌가의 며느리이기 때문에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것뿐이지, ‘고현정’이라는 이름을 빼면 단순한 차량절도사건에 불과하다”면서“고씨는 피해자 진술을 받고 피해물품을 찾아갔을 뿐 사건에 대해 경찰에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문4 그 많은 현금은 왜?

고씨가 도난 당한 차량 내부에는 이브생로랑 브랜드의 가방 1개(시가 200만원 상당)와 100만원권 수표 1장, 10만원권 수표 40장, 1만원권 50장, 1만엔권 엔화 10장 등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재벌가의 며느리지만, 수중에 있던 현금치고는 상당한 액수. 이 때문에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 술을 마셨던 고씨가 이렇게 많은 현금을 들고 다닌 이유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고씨는 국내에서 사용할 필요가 없는 1만원권 엔화 10장까지 지니고 있었고 카드는 한 장도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동을 켜둔 채로 많은 현금이 든 가방을 놔두고 대리운전자와 고씨가 함께 자리를 비운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밖에 고씨가 자신의 개인 승용차를 놔두고 신세계 법인의 의전용 승용차를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