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조·판매는 아직 위법”강경 단속의지 밝혀세녹스 “이미 무죄, 생산에 법적 하자 없다”는 입장 ‘세녹스 논쟁’이 제 2라운드에 들어갔다. 법원이 세녹스의 석유사업법 위반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 정부가 세녹스 판매에 대해 오히려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녹스의 제조·판매는 아직도 위법”이라는 입장인데 반해 세녹스측은 “무죄가 된 만큼 생산을 재개한다”는 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세녹스 논쟁’을 들여다봤다. 가짜 휘발유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어왔던 ‘세녹스’에 대해 법원은‘가짜·유사휘발유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지방법원 형사부 단독 박동영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20일 세녹스를 판매한 혐의(석유사업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주)프리플라이트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세녹스의 품질 감정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자동차 연료 기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세녹스가 석유사업법에서 금지한 유사석유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라고 해서 세녹스가 우수한 제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올 3월 산자부가 관련업체에 ‘세녹스 원료공급중단을 명령한 것(용제수급조정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이와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정부와 세녹스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판결을 둘러싸고 해석을 달리 하고 있는 것. 세녹스측은 “무죄 판결이 내려진 만큼 생산을 재개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측은 “유제수급조정명령이 유효한 만큼 세녹스의 생산·판매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산자부 등 정부측은 ‘무죄 판결’에도 불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세녹스를 포함한 유사석유제품에 대하여 검찰·경찰 및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강력히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산자부는 “무죄선고의 의미는 석유사업법 26조의 위헌 가능성을 들어 ‘세녹스 제조자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적정하지 않다’는 뜻이며, 재판장이 재판정에서 ‘세녹스에 대한 제조판매 금지는 계속 유효’하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혔다”며 단속 강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세녹스가 세금을 포탈하거나 국민의 건강 및 환경을 저해할 염려도 없는 정상적인 석유제품’이라고 한 재판부의 판결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지적하고, “석유제품의 정의는 석유사업법에 명확하게 나와 있는 만큼 어떤 경우로 해석해도 세녹스를 석유제품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도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관련세법에 따라 교통세를 철저히 과세하고 엄정한 체납처분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교통세법령에는 세녹스 등 휘발유와 유사한 대체유류에 대하여 ℓ당 572원의 교통세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으며, 국세청은 휘발유와 유사한 대체 유류인 세녹스에 대해 교통세를 철저히 과세하겠다는 것.국세청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세녹스가 일반 휘발유보다 ℓ당 300원 이상 싼 이유는 교통세를 붙이지 않고 판매하기 때문이며(교통세 등을 정상 납부할 경우 세녹스의 시중가격은 1,807원), 이로 인하여 관련 세금을 탈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석유류 유통질서를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28일 전남 영암군 대불공단의 세녹스 제조공장에서 제품과 원재료를 압수하고 세녹스 제조업체인 프리플라이트의 대표이사 등을 교통세 등 관련 세금 605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목포지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의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검·경 합동단속반은 12월부터 세녹스 제조공장에서 원료공급자와 판매업자, 수송업자 등의 출입을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세녹스를 판매하고 있는 전국 42개 판매점에 대해서도 입건 수사를 원칙으로 단속할 방침이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녹스의 단속 강화에 대해 “세녹스와 같은 유사석유제품의 제조·판매를 방치할 경우, 연간 54조원에 달하는 국내 석유제품 제조 및 유통시장의 질서가 근원적으로 붕괴되고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녹스 제조 및 유통업체인 ‘프리플라이트’측도 강경하다. 세녹측은 이번 법원의 무죄판결로, 세녹스 제조·판매가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세녹스측은 세녹스가 연료가 아닌 ‘첨가제’로 허가받아 파는 만큼 판매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산자부와 국세청, 검·경 등 정부가 세녹스를 단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의 단속은‘유사휘발유’ 제조·판매를 금지한 석유사업법에 근거를 둔 것인데, 이번 판결로 그 근거가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세녹스측은 산업자원부와 국세청 등 관련기관에 정상적인 판매행위를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탄원서에서 세녹스측은“세녹스를 연료첨가제나 석유연료로 명확히 구분해 판매를 허용한다면 현재 국세청에 체납된 600억원의 세금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녹스측은 “정부의 무조건 단속 방침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세녹스를 사장시키려는 것”이라며 “연료첨가제로 인정해 주면 첨가비율을 조정해 판매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녹스측은 정부의 단속에 대해 “무죄임이 밝혀진 만큼 정부의 강제단속은 근거 없다”며 “단속이 계속될 경우,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정부관계자에 대해 공권력 남용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녹스 관계자는 “지난 20일 서울지방법원이 세녹스와 그 제조자에 대해 무죄임을 선고했고 교통세 등 세금부과와 관련해서도 지난 8월 14일 광주지방법원이 본안판결 선고시까지 강제집행을 정지했다”고 밝히며 “세녹스와 관련된 사항에 있어서는 법도 사법부의 판단도 완전 무시되고 오로지 행정권을 이용한 공권력 남용만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현재 세녹스는 산자부의 용제수급조정명령과 관련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이 계류중이고, 교통세와 관련해서는 광주지방법원에서 ‘교통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이, 또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소송이 각각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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