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을 함부로 해!’현역 국회의원 A씨가 서울대병원 전공의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회장 김태민)는 지난 5일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한 내과 전공의가 현직 국회의원 아내를 진료한 뒤 ‘암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가 이 국회의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의원측은 이같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A 의원의 서울대 전공의 폭행파문을 들여다보았다. 서울대 병원 전공의 협의회에 따르면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8월 31일.

부인 병명 암시하는 말에 격분

협의회는 “내과 전공의 2년차인 한 전공의가 부인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던 A 국회의원에게 ‘암일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환자에게 사형선고를 하느냐’며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A 의원은 담당 전공의를 병실 옆의 배선실로 끌고 가 주먹과 발로 폭행한 뒤 환자에게 데려와 무릎을 꿇게 했다”고 말했다.A 의원은 또 담당 전공의에게 “‘의사를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며 협박까지 했다”고 협의회는 전했다. 사건 발생 후 서울대병원측은 몇 차례에 걸쳐 사과를 요청했고, 담당 전공의와 A 의원은 교수들의 입회 하에 만났으나 A 의원은 폭행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고소할 테면 고소하라. 다치는 쪽은 너다’라고 협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자체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7일 상임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동형 홍보이사는 “8일 해당 의원측 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오늘(8일)까지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또 “현재 피해 전공의가 법적인 조치를 원치 않고 있어 A 의원 측이 공식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방법이외의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병원 전공의협의회측 관계자도 “이 폭행사건에 대해 고소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지난번 사과 받은 선에서 매듭을 지은 문제지만, 이번 A 의원의 폭행 사건을 외부에 알린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예방차원이었다”고 말했다.그러나 A 의원실 관계자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전공의협의회측과의 전화통화를 묻는 질문에 “그쪽(전공의협의회)에서 전화를 걸어와 공식사과를 얘기했지만, 그런 사실 자체가 없어 사과할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해당 의원 소속 정당에 네티즌 비난 폭주

당사자로 지목된 A 의원측은 폭행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선 벌써 A 의원에 대한 신상이 공개되며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A 의원이 속한 모 정당 게시판에는 “폭행의원이 A 의원이 맞느냐”는 질문부터 “당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게재되고 있다. 아이디 ‘try122’는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설사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간에 어떠한 권력자도 타인을 때리는 것은 용납 안되며 맞은 사람한테 ‘자리를 박탈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니 이것은 또한 언어폭력이다”고 비난했다.

아이디 ‘hlm ed95’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억울하다면 사건의 전말을 나서서 해명하기 바란다”며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하여 A의원의 잘못이 확인된다면 내부적인 징계는 물론이고 다음 총선 때 공천대상에서 제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디 ‘luana1’도 “국회의원 입후보자를 가려 낼 땐 자질 검증이 필요한 것 같다”며 “환자에게 환자의 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을 말했다 하여 담당 주치의를 폭행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 어떻게 민초의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게시판에도 A 의원을 질타하는 비난 여론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다음선거에 또 그런 인간이 뽑히게 할 순 없지 않냐”며 “협의회는 해당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이름을 공개해 이번 기회에 정신 차리게 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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