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평가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역시 안보 분야였다. 대북정책을 원칙에 맞게 이끌어 개성공단을 정상화 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켰으며, 자유 통일 담론까지 이끌어낸 것은 큰 성공이었다. 외교 분야도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를 빼고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본과는 비록 불편한 귀책사유가 일본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전통의 우방관계를 종래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안사항으로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청구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처리는 자유민주 세력의 큰 박수를 받았다. 다만 경제 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이유는 창조경제가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고 정권초기 경제민주화만 앞세우는 바람에 경제활성화의 성장 동력을 침체시켰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담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노령화를 언급하며 “소리 없이 다가오는 무서운 재앙”으로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성장 잠재력’ 회복을 위해 혁신을 통한 대도약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저성장의 굴레를 끊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대통령의 ‘절박함’이 담화 구절구절 묻어났다. 집권 2년차를 출발한 박 대통령은 할 일은 많고 시간은 급한 상황으로 보였다.

이미 재앙으로 다가서 있는 노령화 문제에는 국내 생산직 노동자의 절반이 50대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청년층이 8%에 불과한 기형적인 인력구조가 돼있다. 이런 생산현장의 노쇠화는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미래 우리 경제의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현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50-60대가 한꺼번에 퇴직할 경우 숙련된 기술 인력의 공동화 문제도 심각해졌다.

1990년대 이후 젊은층의 생산직 기피 현상이 만들어낸 위기 현상이다.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주요 산업은 대부분 성숙기 단계를 넘어섰다. 수출 주력 업종인 자동차, 선박, 화학, 반도체들이 창업한 지 30~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일본 기술을 들여와 먹고산 셈이었는데 이제는 중국에 쫓기고 있는 기업현실이 돼버렸다.

이 노년층 인구에 대한 뚜렷한 사회복지의 해답이 없는 한 점차 노령화 되어가는 세대는 자신의 노년 대비를 위해서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럼 소비가 줄고 시장이 위축당하게 된다. 소비가 줄어드는데 기업이 생산성을 높일 방법은 없다. 생산이 저하 되면 당연하게 고용 폭이 더 좁아진다. 기업이 팔리지 않는 물건을 만들면서 공장기계를 돌리지 않을 노릇이니 고용 인력이 실업의 길거리로 나앉아서 사회 불만세력이 되고 말 터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성장 위주 정책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주요 공약의 입법 성적표가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더 중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발목을 잡아 성장 동력을 침체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을 향해 “지금은 절박한 때”라고 다그친 것도 경제민주화가 성장 잠재력을 막아 우리사회가 ‘무서운 재앙’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보인다. 지금은 말들이 많겠지만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후의 우리 경제 모습이 답을 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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