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채팅방이 원조교제의 소굴이 된지는 이미 오래. 최근에는 원조교제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청소년들까지 등장하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청소년들이 원조교제를 미끼로 성인남성들을 유혹, 금품을 터는가하면 채팅을 통해 윤락을 직업으로 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또 이를 미끼로 한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처음엔 단순 강도인 줄 알았는데 여자 청소년들까지 끼여있어 뭔가 수상했죠. 다시 조사해본 결과 이들이 원조교제를 미끼로 강도행각을 벌인 사실을 밝혀냈습니다.”서울 북부경찰서는 지난 17일 ‘원조교제’를 미끼로 남성들을 여관으로 유인한 뒤 금품을 털던 19살 윤모군과 16살 문모양 등 10대 남녀 청소년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군 등 남자청소년 5명은 모 소년원에서 만나 알게 됐다. 이들은 지난 11월 경 모두 출소하자 집에서 가출 종로구의 숭인동 일대의 여관방을 전전했다.

청소년들이 원조교제 미끼 강도행각

고교 중퇴생들인 윤군 등은 PC방에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역시 고교 중퇴생들이었던 문 양 등 여자 청소년 4명을 알게됐고 여관으로 끌어들여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특별한 수입이 없이 즐기기만 했던 이들은 돈이 부족했다.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을 위해 고민하다 결국 다시 범죄의 길로 빠지고 만다. 나이가 가장 많고 이들을 이끌던 윤군이 범죄계획을 내 놓았다. 원조교제를 미끼로 금품을 갈취하는 자칭 ‘보도 사기’였다. 청소년들과 성관계를 가지면 처벌을 두려워한 성인남성들이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 범행 대상은 ‘조건 만남’이 많이 이뤄지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문양 등 여자 청소년들이 물색했다.

문양 등은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상주하며 15∼20만원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성인남성들에게 쪽지가 오면 이들은 자신의 신체사이즈, 사진까지 보내주며 노골적으로 유혹했다. 거래가 이뤄지면 문양 등은 일단 윤군 등에게 장소와 시간을 알렸다. 그리고 혼자 약속장소 여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반드시 친구 한 명을 데리고 갔다. 함께 들어간 친구는 상대 남성에게 미리 선불을 받은 뒤 여관에서 나와 인근 PC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윤군 등에게 정확한 위치와 남성에 대한 정보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돈 받은 친구가 나간 것을 확인하면 미끼가 된 여자 청소년은 반드시 성인남성에게 ‘먼저 목욕을 하라’고 주문했다.

남자친구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안에서 시간을 버는 것. 윤군 등은 “아무리 늦어도 10분 안에 들어간다”고 했던 약속대로 곧장 여관으로 향했다. 먼저 여관 주인에게 “내 여동생이 여관방에서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 “미성년자를 받아도 되느냐”는 둥 실랑이를 벌이며 방 열쇠를 빼앗았다. 그리고 방으로 돌진 “미성년자인 내 동생과 원조교제를 한다”며 성인남성을 마구폭행하고 금품을 털어 현장을 빠져 나왔다.

인터넷 포주격인 ‘매니저’까지 등장

그러나 이들은 지난 15일에도 같은 수법으로 원조교제 제의를 받고 찾아온 25살 홍모씨를 집단폭행하고 달아났다가 112신고로 덜미가 잡혔다.경찰은 단순강도사건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발견되고 여자 청소년들까지 연루돼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이들은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조사결과 이들은 2주일만에 13회에 걸쳐 500여만원을 강탈했고, 빼앗은 돈은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조건만남이 많다보니 이점을 이용한 신종범죄들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어 인터넷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지방경찰청은 인터넷 성매매를 직업처럼 일삼아온 10대 2명을 포함 여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여성들은 인터넷 S채팅 사이트에 비밀대화방을 개설한 뒤 성관계를 원하는 남성들과 1회 10만원에서 15만원씩의 화대를 받고 윤락행위를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가출한 여성들로 주로 찜질방이나 PC방 등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윤락행위를 해왔는데 S채팅 사이트 비밀대화방에 자기소개글과 함께 온갖 체위를 조건으로 한 가격까지 제시해 놓고 남성들을 유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 이들은 월 600만원에서 1천만원의 화대를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전직 유흥업소 종사자를 비롯해 심지어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주부까지 인터넷 윤락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에는 인터넷 포주격인 일명 ‘매니저’까지 등장하는 등 인터넷 윤락이 조직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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