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말께부터 나타난 안철수 현상은 정치에 관심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한국 정치에 안철수라는 새정치 이미지가 존재함으로서 정치개혁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를 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안철수란 사람이 일으킨 새정치 바람은 한낱 ‘새정치 미스터리’에 불과해졌다.

100년 정당을 만들고 선거를 위한 단합행위는 일체 하지 않겠다던 사람이 입에 침도 마르기 전에 과정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명분 없는 야합을 벌였다. 그가 평소에 지지자들을 달도록 만든 화두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양당구조를 혁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제3당의 역할론이 비중 있게 대두됐던 바다.

이런 안철수 논리가 벼락치듯 사라지고 스스로 양당구조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야누스적 모순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나타냈다. 토해낸 변명이 거의 국민 우롱 수준이었다. “민주당이 변화한다면 그 자체가 새정치라고 생각한다”였다. 자신이 민주당에 들어가서 민주당이 현재상황과 달라질 일은 당내 ‘친노’ 세력들과의 헤게모니 싸움과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126명의 민주당 의원들과의 불협화음이 뻔해 보이는데 말이다.
소위 제3지대 신당 창당의 밀실 합의 며칠 전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은 “국민의 눈에 거래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순간 자멸한다. 연대는 없다”고 호언했다. 밀실 야합정치를 혐오하는 유권자 정서를 배반하면 안철수 세력이 목숨줄처럼 내걸고 있는 ‘새정치’는 완전 물 건너간다는 점을 인식한 발언이었다.

그런 윤 의장의 호언과는 달리 인재 영입이 훨씬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위기감에 젖은 안철수, 또 제1야당 체모로 지지율 10%대에 머물고 있는 민주당, 둘 다 해법이 없어 보였다. 이 막막한 기류에서 또 한 차례 정치공학적 야합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을 아주 안 해본 건 아니다. 다만 그러기에는 어떻게 뒤집어서 생각해봐도 정치가 생명으로 삼는 ‘명분’이 없다는 판단을 하여 이번 사태를 점치기가 어려웠다.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선후보로 뜬금없이 뛰어들었다가 정치권에 입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도 최고를 기록해 우리사회를 놀라도록 만든 게 안철수 현상의 시작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철수 현상의 최대 수혜자였다. 보궐선거 전까지 지지도는 고사하고 인지도조차 없었던 박원순을 단박에 서울시장으로 올려놓을 만큼 안철수 바람의 위력은 대단했다.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48%지지는 안철수가 없었다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수천억 재산가의 귀족 이미지가 알려지고 많은 모습이 실망스럽게 드러나도 기성정치인들에 대비돼 그의 참신성 이미지는 급전직하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당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지지도에서 민주당을 훨씬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자신의 전유물처럼 새정치, 새정치 했던 사람이 밀실 ‘독단’으로 기득권 정치에 편입하면서, 그의 정치실험은 종언을 고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거래로 비치는 순간 자멸한다”는 말은 안철수를 반대하는 남이 했던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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