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갑 위치 이용해 강남빌딩 빼앗았나?”

서초동 ‘바로세움3차’ 지급 보증 빌미로 매각 추진
두산측 “악화된 부동산 경기에 일 꼬여…문서위조 안 했다”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최근 두산중공업이 매각을 추진 중인 서초동 2000억원대 건물이 실제로는 두산중공업 소유 건물이 아니라 시행사 소유인 것으로 드러나 그 내막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시공사라는 갑의 지위를 이용해 시행사 건물을 강탈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대기업인 시공사가 시행사 사업이 탐스러울 경우 이를 훔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사들은 대기업의 힘에 눌려 변변한 저항 한번 못하고 빼앗기는 경우가 허다해 두산중공업의 서초동 건물 매각을 의혹에 찬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군인공제회 산하의 엠플러스자산운용과 두산중공업 간의 거래는 여러 의혹으로 얼룩져 있다. 특히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시행사의 인감도장을 빼내 위조한 사문서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 신탁원부가 정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건물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두산중공업의 건물매각 과정을 사정기관이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서울시 서초동에 위치한 시가 2,500억 원 상당의 ‘바로세움3차’를 엠플러스 측에 매각하려 하고 있다. 이 건물의 시행사는 시선RDI라는 회사로 2008년 1월에 시행업체로 참여했다. 시선 측은 시공사인 두산중공업과 370억 원대 도급계약을 맺고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1,200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받았다. 두산중공업은 시공권을 얻는 조건으로 지급보증인으로 참여했고 이어진 분양관리신탁계약에서 2순위 수익자가 됐다. 1순위 수익자인 시선바로세움은 시선RDI와 깊은 인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시선RDI 측에 따르면 본래 개별 분양하려 했던 ‘바로세움3차’였지만 두산중공업의 권유에 따라 일괄매각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매각 및 담보대출의 문턱에서 번번이 두산중공업의 방해를 받았다는 것이 시선RDI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시선RDI 측은 만기인 2011년 5월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두산중공업 영향 하의 특수목적법인(SPC) 더케이가 교보증권으로부터 1,370억원의 대출을 받아 대위변제했다.

말하자면 두산중공업은 이 건물을 빼앗기 위해 시선 측의 사업을 방해했고 그 결과 자금 확보에 실패한 시선 측은 대금변제 지급보증을 선 두산중공업에 의존해야 했던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지급보증을 빌미로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인데, 시선 측은 “대출금을 대신 변제했다고 해서 보증사가 건물의 소유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두산중공업은 애초 건물을 빼앗기 위해 자금난을 유도했고 지금에 이르러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아 매각을 추진중”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공제회 커넥션 의혹

군인공제회 산하의 엠플러스와 두산중공업 간의 ‘바로세움3차’ 거래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군인공제회라는 비영리 사단법인이 불안요소가 많은 ‘바로세움 3차’를 급하게 매입하는 느낌을 주고 있어 기업과 단체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 간에 분쟁이 길었던 ‘바로세움3차’는 건물가치와 무관하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오랫동안 받지 못했다. 앞서 한국자산신탁이 여러 차례 입찰을 진행했으나 8차례나 유찰됐고 이후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러나 엠플러스는 지난해 부동산펀드를 결성, 그 해 말 ‘바로세움3차’에 대한 매입에 나섰다. 시행사와 시공사 간에 첨예한 법정대립이 이어지고 있었고 신탁명부조차 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뛰어든 셈이다.

이에 대해 시선RDI 관계자는 “금감원에 알아보니 만약 소유권 이전이 안됐을 시에는 두산중공업이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각서’라는 형태로 보증하지 않으면 쉽게 계약을 체결할 수 없을 만큼의 위험도를 인지했다는 뜻이 된다. 이는 부동산펀드에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들에게도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사정기관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사안에 대해 금감원이 조사에 뛰어들었고 검찰 또한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엠플러스 측은 “실사도 진행했고 자문도 구하는 등 리스크 판단은 충분히 했다”며 “정도를 벗어난 시선RDI 측의 민원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매입을 진행했다”고 단정했다.
현재 군인공제회는 부동산펀드에 3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 상태다. 이에 검찰은 이번 건물매각을 두고 두산중공업의 건물 매각 과정과 군인공제회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의 횡포?

두산중공업과 엠플러스 측 간의 거래 과정과 불거지는 문제들을 살펴보면 의혹은 더 커진다.
2011년 6월 더케이는 한국자산신탁에 ‘바로세움3차’를 공매해달라고 신청했지만 8차에 걸친 유찰 끝에 감정가만 2,600억 원에 달했던 건물 가격이 1,400억 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엠플러스자산운용(이하 엠플러스)이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진전됐다. 엠플러스는 ‘바로세움3차’ 매입을 위해 설립한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이하 부동산펀드)로 매입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한국자산신탁과 수의계약을 맺고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시선RDI 측은 “두산중공업이 건물을 강탈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일괄매각을 추진한 다음 매각 및 담보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해 대위변제를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갔다는 것이다.
시선RDI 측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시선RDI가 2010년 4월 한화투자신탁으로부터 2,200억원에 매각제의를 받았을 때 언론을 통해 ‘두산중공업이 1,820억원에 매입하려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매각을 무산시켰고, 2011년 2월 대신증권으로부터 1,500억원 상당의 담보대출을 받으려 했을 때도 HMC투자증권을 끌어들여 채권단이 보기에 더 좋은 조건을 내세워 딴죽을 거는 등 지속적으로 방해해왔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은 “처음에는 개별분양을 했었지만 악화된 부동산 경기에도 시선RDI 측이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커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며 “이후의 일들은 오히려 매각을 도우려 했던 것인데 시선RDI 측이 말도 안 되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음으로, 시선RDI의 주장처럼 두산중공업이 건물매각을 위해 사문서를 위조했는지가 주목된다. 시선RDI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대위변제와 소유권 이전을 위해 시선바로세움의 인감도장을 빼내 주요 문서를 위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를 위해 외환은행에 맡겨놓은 인감도장을 이용해 ‘대위변제 확인서’, ‘기한이익상실통보서’ 등의 문서를 위조했다는 것이다. 시선RDI의 주장대로라면 위조된 사문서를 바탕으로 판결한 법원의 결정도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인감도장은 본래 업무 및 자산 위탁을 받은 은행에서 관리하도록 돼있고 실제로도 해당 은행에서 찍었다”며 “본래 대위변제를 하면 자연히 수익권이 넘어오게 되는 것으로 해당 문서 또한 단순히 ‘확인서’일 뿐 매각 과정에서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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