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출입한지 14년차에 들어서지만 정치인을 보면서 약속만큼이나 미덥지 않은 게 있다. 그중에서 정치인들이 진심으로 계파정치를 청산할 마음이 있는 지에 대한 회의감이다. 가뜩이나 기초단체장 무공천으로 정당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속에 3김 정치이후 없어져야 했던 계파정치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계파정치 혹은 보스정치는 YS, DJ 시절부터 상도동계, 동교동계부터 시작해 참여정부 시절에서는 친노 386, 구민주계로 나뉘었고 이명박 정권에서는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로 나눠지더니 최근에는 친안철수계, 친문재인계, 구민주계 등 계파 정치가 대권주자 선호도에 따라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 당 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서청원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친박, 친이를 없애겠다며 계파정치 청산과 여야 관계 복원을 내세웠다. 그런데 서 의원의 정치 행보를 보면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 당장 새누리당이 사고 지구당에 대한 당협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서 의원과 친분이 깊은 인사들이 속속 임명되면서 친이계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5월달 개최될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서는 더 가관이었다. 당초 중립 남경필과 이완구 양자 대결이 유력했다. 그런데 울산 시장 출마를 했던 친박 정갑윤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로 선회하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남 의원이 경기도지사로 차출되면서 원내대표 선거 지형이 확 바뀌었다.

2라운드는 친박 이완구 의원과 정 의원 대결 양상을 띄더니 최근에는 이완구 추대론이 급부상했다. 3라운드에서는 정갑윤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또 변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원내대표 선거가 춤 추듯이 바뀌는 배경에는 당 대표 출마를 준비중인 서 의원과 당권.대권을 노리는 김 의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려있다.

충청도 출신인 이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당권에 도전하는 충청도 출신 서 의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출한 카드가 영남출신 정 의원이라는 얘기다. 반면 김 의원으로선 이 의원이 돼야 당권 도전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이 의원 추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친박계들의 중진차출론속에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차출이 자행됐다.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출마한 인천을 제외한 서울, 경기, 경남, 부산까지 친이계 후보가 득세하고 있다. 제주도 원희룡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친박계는 장막뒤에 숨어있는 모양새고 친이계가 전면에 나서는 게 웬지 부자연스럽고 찜찜한 게 박 정권하에서 출마하는 친이계 후보자들의 솔직한 심경이다.

야권발 통합신당을 만들고 있는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신당 합당을 선언하기전 민주당은 문재인, 이해찬, 한명숙 친노 주류가 똘똘뭉쳐 비주류 김한길 대표를 압박하고 있었다. 당내에서는 친문이냐 비문이냐 논란이 있었다. 그러다가 비주류 김 대표가 안철수 의원과 전격 합당을 선언하면서 친문’, ‘친안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그 속에 못 낀 인사들은 구민주계로 남았다. 통합 신당 역시 지도부 구성, 당 대표 선임, 원내 대표 선거를 앞두고 문심이니 안심이니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방선거 역시 줄세우기가 확연하다. 서울 박원순 경기 김상곤, 부산 무소속 오거돈 3인방은 대표적인 친안 인사로 구분된다.

계파정치에 대해서 여야는 늘 한 목소리로 청산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계파별 이합집산 현상이 두드러진다. 민낯을 보여줄 그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여야 모두 5월 원내대표 선거부터,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에 전당대회까지 당 안팎으로 선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 정치는 학연, 혈연, 지연 정치로 꾸준하게(?) 과거회귀형 정치를 답습해왔다. 여기에 여야 정치인들이 계파정치를 복원한다면 한국정치는 3김 정치 이전으로 후퇴하는 암울한 신세로 전락할 공산이 높다. 여야 모두 새정치는 계파정치 청산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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