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들이 장기화된 불황에 접대 실명제까지 겹쳐 수익이 뚝 떨어지자, 업소 종업원들이 최후의 육탄 돌격을 감행하고 나섰다. 장기화된 불황으로 룸살롱 여종업원들이 하나 둘씩 업계를 떠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종업원들 사이에서는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하고 뜨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후문이다.여종업원들이 말하는‘한탕’이란 평소 찍어둔 돈 많은 손님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어 폭력을 휘두르게 만든 다음 이를 빌미로 치료비를 요구하는 것. 강남 논현동의 J룸살롱 관계자에 따르면 모 벤처기업의 사장 P씨는 강남 룸살롱서 종업원으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해 흥분한 나머지 폭력을 휘두르다 1,200만원 상당의 치료비를 물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P씨는 여종업원의 뺨을 한대 때린 것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룸살롱 관계자는 “그 아가씨가 계획적으로 시비를 건 것 같다”며 “P씨가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할 것을 미리 계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P씨가 이처럼 많은 돈을 물어준 이유는 일종의 입막음용이었다는 것.영업상 룸살롱을 자주 이용하는 W회사 김모 영업실장은 “불황이라 손님들 발길이 뚝 끊어지고‘공사치기’(돈 많은 손님에게 거액의 용돈을 받아내기 위한 행위)도 안돼‘한탕’을 노리는 아가씨들이 늘고 있어 주위 사람들로부터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30일, 허성민(36·가명)씨는 단골 룸살롱의 고정파트너인 H양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H양이 전화를 건 목적은 다름 아니라 업소로 놀러오라는 것.H양의 달콤한 유혹에 사로잡힌 허씨는 그날 저녁 회사 동료들과 업소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H양이 기다렸다는 듯 마중 나와 허씨를 반겼다.

허씨에 따르면 그날따라 H양의 행동이 조금 어색했다고. 허씨는 이에 개의치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질펀하게 판을 벌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H양이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술도 잘 안 따르고 뭔가 언짢은 듯 허씨가 함께 노래 부르며 놀자고 하면 뿌리치기 일쑤더니 나중에는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이었다. 허씨가 오히려 H양의 기분을 맞춰보려 팁도 주고 해 보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져 갔다. 기분이 상한 허씨는 왜 그러냐며 따져 물었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서로 거친 말이 오고 갔다. 이들의 다툼으로 인해 룸 안의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돌변했다. 같이 온 동료들과 다른 여종업원들이 이를 말리는 가운데 H양은 “돈도 별로 없는 게 재수 없이”라고 말했고 이를 들은 허씨는 참지 못하고 H양에게 얼음통을 던지고 발로 두 세 차례 걷어찼다. 그러자 밖에서 지배인과 마담이 들어와 업소 종업원을 구타했다며 허씨를 비난했다.

이 소란을 뒤로하고 다음날 회사로 출근한 허씨는 더욱 기가 막혔다. 룸살롱 마담에게서 전화가 와 “어제 밤 맞은 것 때문에 H양이 입원했고 이에 허씨를 영업방해와 폭행 등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전했기 때문. 이들은 또 치료비와 손해 배상 명목으로 2,000만원을 내 놓으라고 했다.그러나 허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마음대로 해보라고 큰소리치고 전화를 끊었다. 몇시간 뒤 이번엔 H양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이 전화를 받은 허씨는 더 이상 큰소리치지 못하고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룸살롱서 H양과 질펀하게 놀던 장면들을 재미삼아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H양이 이메일로 보내 주었는데, 그것을 허씨의 아내에게 보여주고 자기와 2차 나간 것까지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다.결국 허씨는 고스란히 2,000만원을 내 주어야 했다.

허씨는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도 했지만 문제를 일으켜 직장과 가정을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허씨는 또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H양은 그 일 이후로 업계를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터지자, 업주들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포의‘한탕’소문이 나돌자 그나마 오던 손님들의 발길마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역삼역 근처의 한 룸살롱 업주는 “아가씨들을 고용하면서 들어간 돈을 채워 넣어야 하는데 아가씨들이 단골 손님에게 아무리 전화를 돌려도 찾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또 업주들이라고‘한탕’의 표적에서 예외가 될 순 없다. 손님이 줄면서 빚을 갚을 길이 힘들어져 고액의 선불금(속칭 마이킹)을 미리 받은 아가씨와 이들을 관리(?)하는 마담들이 도망치는 사례가 속출해 업주들의 속을 끓이고 있다.

이들은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선불금을 갚지 않고 도망친 것도 모자라 돈을 받아내려는 업주들에게 오히려 불법영업행태를 고발하겠다며 위협하기도 한다며 업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업주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선릉역 근처에 위치한 한 룸살롱의 관계자는 “고액의 선불금을 받은 아가씨들이 잠적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작년에 업주들이 모여 그동안 억대로 치솟았던 에이스(가장 인기 있는 아가씨)들의 몸값을 묶기로 했다”며“한때 2억원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4,000만원 정도로 대폭 내렸고, 마담들에게 주는 선불금도 최대 1,000~2,000만원 선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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