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둘 각오로 사랑하라?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사내 연애는 직장인들에게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사내연애를 하게 되면 매일 매일 출근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만, 만약 커플의 상태가 깨지게 되면 출근 자체가 싫어지는 지독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특히 심하게 싸우고 헤어지거나 그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라도하면 심할 경우에는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하지만 사내 연애는 직장인들의 로망이기도 하고 끊을 수 없는 중독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의 스마트한 직장인들은 사내 연애의 후유증을 염두에라도 둔 듯이 헤어진 후를 대비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특히 은밀하게 데이트를 하고 후유증 없이 사내연애를 끝내는 기술도 점점 발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내연애의 기술, 어떤 것이 있을까.

직장인 김모(35)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솔로탈출의 꿈에 부풀어 사랑하는 여자와의 결혼까지 생각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여성과 눈이 맞아 친해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져 잠자리까지 같이 했기 때문이다. 처음 해본 연애라서 그런지 그는 한껏 들떴고 자신의 연애사실을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도 연애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변에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만심이 독이 됐다. 결국 그녀와 헤어지게 된 그는 현재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 중이다. 상대 여성과 한 부서에서 일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막장 스토리’처럼 헤어진 것은 아니지만 욕설까지 오갈 정도로 심하게 다투고 헤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그녀를 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 업무에도 지장을 받을 정도이니 이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김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자신의 자랑이 결국 발목 잡아

“사실 주변 사람들이 몰랐으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술자리에서 내 입으로 떠벌린 것이 화근이 되어 이별사실까지 다 알게 됐고 이제 우리 때문에 팀원들도 불편할 정도다. 이 정도면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힘들 게 된 것이 아닌가. 오늘 내일 하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상태로라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김씨의 연애사실을 사내에서 몰랐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그는 현재 큰 걱정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상대 여성도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냥 서로 ‘쌩까고’ 직장생활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가 그것마저 침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안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왕 까발려진 바에야 퇴사가 오히려 정답일 수도 있다. 물론 여자가 퇴사를 할 수도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여자가 더 강한 법. 김씨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일하고 있는 상대 여성을 보면서 약이 오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버틸 힘이 많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김씨의 상황은 가장 대표적인 사내 연애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스마트한 직장인들은 사내 연애 사실을 전혀 외부에 모르게 하거나 혹은 헤어질 때도 나름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경우까지 있다.

현재 사내 연애를 하고 있는 이모씨의 경우에는 상대방과 함께 사내연애에 대한 철저한 수칙을 세웠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입으로 연애 사실이 절대로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사내에서는 서로 문자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혹시라도 문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읽혀지게 되면 꼬리를 밟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자나 전화통화는 철저하게 퇴근 후나 주말에 하게 되고 만남도 주말에만 갖는다. 또한 서로 통화기록이나 문자를 아예 깡그리 지우는 것도 원칙이다. 주말에 데이트를 할 때에도 사람들이 많은 공연장이나 캠핑장 등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주로 차를 통해서 이동하며 서울 시내 외곽의 한적한 곳에서 연애를 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좀 답답한 면도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이런 방식의 연애방식을 고수할 생각이다. 이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이렇게까지 하면서 연애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내 생활의 터전이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내가 회사를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건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여성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사랑하다 헤어질 수는 있어도 그것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생계의 위협까지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애인과 충분히 이야기를 했고 서로 합의 했다. 문제가 생기면 둘 다 다치기 때문에 그런 일만큼은 생기지 말자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완전히 결혼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생각이다. 양가의 합의까지 얻어야지만 완전한 결혼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부모님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그런 방법이 가장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

집에서만 만나는 커플도 있어

이렇게 철저하게 비밀연애를 하는 이유는 회사에서 사내연애에 대해 은근히 안 좋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 무슨 연애질이냐’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장이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사내연애가 인사고과에 반영이 되고 따라서 이런 부분이 향후 승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앞서본 이씨보다 더 철저하게 ‘보안유지’를 하는 경우도 많다. 심할 경우에는 마치 연예인들처럼 공개적인 장소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로의 집에서만 연애를 하면서 혹시나 있을 마지막 하나의 가능성마저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사내 연애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연애를 하게 되면 연애다운 연애를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연애라는 게 뭔가. 서로 즐겁게 데이트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부분이 전혀 충족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지방 여행을 많이 다니게 되지만 이 역시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주 가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좋은 점은 이렇게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게 더욱 서로를 가깝게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장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사내연애가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 않다.”

사내연애를 하는 이들은 헤어지는 것도 좀 남다른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이별이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문제를 크게 일으키지 않기 위해 상대방에게 동정표를 얻는 방식으로 헤어지기를 원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 상대나 나에게 앙심을 품지 않아 해코지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내 연애가 깨질 경우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욱 피해가 큰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연애를 하게 되면 ‘잠자리’를 하게 되고 그것이 여성에게는 더 입방아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앙심을 방지하기 위해 집안의 문제라든지, 혹은 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예로 들어서 남성과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헤어져도 그때의 사랑만큼은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감성적인 멘트로 남성의 마음을 달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야만 남성도 여성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앙심을 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내연애가 오히려 더 좋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사랑과 연애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그것이 꼭 회사 내라고 해서 남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상사들의 인사고과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사내연애는 보다 조심스러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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