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100명의 남자 상대했어요.’가출 청소년들이 먹을 것과 잠자리 해결을 위해서 원조교제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제작진이 3개월 동안 서울.부산.대전 등을 돌며 수백 명의 거리의 청소년들을 취재한 결과, 대다수의 가출 청소년들이 성매매, 소매치기 등 범죄에 노출돼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취재 결과는 지난 7일 방송됐다. 방송은 또 집과 학교를 떠나 갈 곳 없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 가출청소년들의 참혹한 실태를 보여줬다. ‘북한의 꽃제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3개월 동안 수 백명 아이들의 충격적인 증언과 삶의 모습을 취재한 제작진은 “거리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 북한의 꽃제비들과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말로 가출청소년들의 실태를 평가했다.

이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전기, 수도도 없는 폐가에 모여서 겨울을 나거나, 1평도 안되는 쪽방에 남녀 가릴 것 없이 7∼8명이 함께 섞여 살면서 하루 1끼를 겨우 때우거나 굶으면서 살고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또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대부분 방안에서 술과 담배, 잡담으로 소일하고 남녀가 한데 섞여 살면서 혼음 등도 아무 거리낌없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돈이 없어 감기, 성병, 임신 등의 문제가 생겨도 병원에 갈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한다는 것. 특히 거리의 아이들은 대다수가 매춘과 범죄 등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은 “취재중에 만난 15살 영숙(가명)양은 ‘집을 나온 이후 1년 동안 약 100명의 남자와 매춘을 했다’고 털어놨다”며 “더욱 놀라운 것은 ‘거리의 청소년들’ 대부분이 원조교제, 매춘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또 “16살 미경(가명)이는 엄마가 있지만 집을 나와 엄마 나이와 동갑인 38살 남자와 동거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미경이는 아버지의 폭행, 이혼, 빈곤, 돌보는 사람이 없는 가정 등을 뒤로하고 14살 때 집을 나와 매춘 등을 하면서 ‘거리의 아이’로 살아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래의 남자아이들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처음엔 주유소, 전단지 배포,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한달 20∼30만원의 수입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속칭 ‘삥뜯기’, ‘자판기털이’, ‘차털이’ 등을 거쳐 본격적인 범죄에 나서기도 한다는 것. 당장 먹을 것, 잠자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는 게 아이들의 고백이라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이처럼 거리의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현재 이들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매년 경찰에 신고되는 가출 청소년 8만여명과 그 동안의 누계를 합해 적게는 10만, 많게는 100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제작진은 “가출 청소년들은 부모의 이혼, 빈곤 등으로 가정이 해체돼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가정이 없거나 부모가 돌보지 못하는 가정이 많아 결국 가출을 반복하다가 아예 ‘거리의 아이들’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의 청소년 정책이 가정과 학교에 소속된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 소속이 없는 ‘거리의 아이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가출청소년들을 위한 ‘쉼터’, ‘그룹홈’등의 시설은 정부, 지자체의 보조로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시설에서 돌보는 아이들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1∼2달 정도의 기간만 돌보기 때문에 결국 아이들은 거리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사회가 지금 ‘거리의 아이들’을 철저하게 방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가정, 학교를 떠나 독립된 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상은 미국 등 서구사회가 경험했던 과정을 똑같이 밟아가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10년, 20년 후 우리사회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치러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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