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부터 여자와 술마시며 토킹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일명 바(Bar)문화가 점차 변하고 있다. 과거의 바 문화라면 술을 1차로 먼저 먹은 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들러 입가심하는 정도였다. 아리따운 바텐더가 있으니 그녀를 바라보면서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면서 토킹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주로 바가 밀집해 있는 일산지역에서 이런 업소들이 생겨났으며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추세다. 새롭게 변하고 있는 바 문화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자영업자인 최모씨는 기분이 울적한 날이면 어김없이 바에 들른다. 늦은 밤시간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낮 2시부터 영업을 하는 바들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일반적인 바들의 경우에는 최소 7시 정도가 되어야 문을 열지만 이러한 ‘대낮형 바문화’는 낮술을 가능케 한다. 최씨는 그렇게 2~3시부터 얼큰하게 취한 뒤 저녁에 들어가서 잠을 자면 다음 날 술로 인한 부담도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낮 2시에 시작되는 술판

“바 문화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손님이 별로 없는 대낮에 그녀들과 술한잔을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세상 시름을 모두 잊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거기다가 대낮에는 손님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여유있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내가 직장인이라면 그런 일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만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물론 양주를 먹기 때문에 비용은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한다. 특히 요즘에는 점점 더 젊은 여성들이 바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다. 거기다가 바에 있는 여성들은 아직까지 화류계에 많이 물이 들지 않았다. 그런만큼 여성에 따라서 풋풋한 맛도 있고 함께 대화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러한 바 문화의 최대 장점이라면 조금은 럭셔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룸살롱의 경우에는 서로 진한 스킨쉽을 하고 성적인 쾌락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바의 경우에는 고급스러운 대화도 가능할뿐더러 차분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룸살롱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것보다는 여성과의 격조 높은 대화를 더욱 좋아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 이런 사람들에게는 룸살롱보다는 바가 훨씬 더 좋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고 한다.

바에서는 아가씨만 잘 만나면 충분히 인간적인 교류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저 아가씨와 손님의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친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디있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잘 알고 적당한 선에서 지키기만 하면 바 아가씨들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다른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바에서 한 2년 전에 그녀를 만났을 때이다. 물론 처음에는 아가씨와 손님으로 만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친한 친구가 되어 같이 밥도 먹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가끔씩 보는 애인 정도라고할까. 함께 성관계를 하지는 않지만, 꼭 그런 것이 없어도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관계가 있지 않은가. 흔치 않은 관계이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또 일부 남성들은 이러한 바 여성과 친밀한 성적 관계를 갖고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직 미혼인 직장인 조모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바텐터 여성을 처음 만난 것은 휴가 기간이었다고 한다. 막상 휴가가 시작됐지만 그간 너무 바빠서 휴가계획 조차 제대로 짜지 못했던 그의 눈에 우연히 들어온 것이 바로 대낮 바였다는 것. 그곳에서 아가씨와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 덧 정이 들기 시작했고 서서히 연인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물론 아직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향후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결혼이라는 책임감 있는 부분보다는 ‘애인’으로서 만나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낮 바가 꼭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낮부터 술을 먹기 때문에 술에 빨리 취하고 그만큼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밤에는 그나마 시간적인 제약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출 수 있지만 낮 2시부터 술을 먹으면 한참을 먹어도 초저녁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자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과도한 술을 먹게 되고 바에서 쓰는 돈을 늘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술 마시는 남자들의 이러한 속성을 아는 바텐더 여성들이 이를 더욱 부추켜서 더욱 돈을 많이 쓰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낮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진 남성은 여기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낮 토킹 바’를 찾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기 때문에 주로 자영업자들이 이러한 곳을 자신들의 새로운 ‘아지트’로 여긴다.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여기면서 그곳에서 남들은 모르는 자신들만의 즐거움도 추구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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