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쇼트트랙 17세 심석희 女王 질주만이 남아있다
여자쇼트트랙 17세 심석희 女王 질주만이 남아있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3-24 15:27
  • 승인 2014.03.24 15:27
  • 호수 1038
  • 5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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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무대 데뷔 첫해 국가대표 선발전 종합우승
세계선수권 3관왕으로 소치 개인전 아쉬움 씻어내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 여자쇼트트랙의 대들보로 우뚝 선 심석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여자쇼트트랙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더욱이 올해 17세인 심석희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금메달 주역으로 더욱 기대되고 있다. 최근 화보에도 도전한 심석희, 태극전사에서 소녀로 변신한 그를 만나본다.

지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각각 한 개씩 목에 걸며 쇼트트랙 여왕의 자리를 예고했던 심석희는 지난 1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끝난 ISU(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총점 102점으로 여자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심석희는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조해리(28·고양시청)가 우승한 이후 3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 대회에서 심석희는 1500m와 1000m에서 1위에 오르며 소치대회의 아쉬움을 씻어버렸다. 또 상위 8명이 겨룬 3000m 슈퍼 파이널에서 4분50초892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심석희에 이어 박승희는 금·은·동메달을 각각 하나씩 획득하며 2위 자리에 올랐다. 남자부에서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로트 안)가 개인 통산 6번째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주니어시절부터 예고된 질주

심석희의 질주는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쇼트트랙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오륜중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인 2013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동계 유스 올림픽에서 500m와 1000m에서 2관왕에 오르며 전 세계 빙상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미 중국 등 경쟁국 선수들을 앞지르는 기량을 과시했고 시니어 무대에 첫 선을 보인 2012-2013 시즌에는 6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1차 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고 1500m에서는 6개 대회 모두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돌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심석희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첫해 2013-2014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월드컵에서도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1차 대회에서 3관왕(1000m, 1500m, 3000m 계주)에 올랐고 2차대회에서는 1000m와 3000m 계주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3차 월드컵에서는 다시 3관왕에 올랐고 4차 대회에서도 금·은·동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며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이에 심석희의 주도로 한국 여자대표팀은 소치 대회 개인전 출전권을 모든 종목에서 따내는 경사를 맞았다.

하지만 심석희는 첫 출전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세계 강호들의 틈새에서 큰 기대에 따른 압박감이 컸다는 것이다. 이는 실력부족보다는 어린 나이에서 비롯된 노련한 전략이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15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심석희는 동료 김아랑(19·전주제일고)을 비롯해 세계기록 보유자 저우양(중국),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요리엔 테르모스(네덜란드), 리지안루(중국), 에밀리 스캇(미국)과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심석희는 6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올라섰고 2위로 달리던 저우양과의 거리를 벌리면서 금메달 획득에 파란불을 켰다.

금메달 0순위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2바퀴를 남기고 선두자리를 지난 대회 우승자인 저우양에게 추월을 허용해야 했다. 결국 심석희는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그는 아쉬움에 눈물을 쏟으며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올림픽의 부담감을 벗어나기 시작한 심석희는 3000m 계주에서 우승의 주역이 되며 빛을 발한다. 지난달 18일 열린 소치동계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대한민국은 1번 레인에서 출발해 선두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3바퀴를 남긴 상태에서 중국에 추월당하며 금메달 사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러나 심석희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며 아웃코스로 추월하는 짜릿한 역전극을 펼쳐 8년 만에 여자 3000m 계주 왕좌를 다시 찾았다.

심석희의 뒷심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통했다. 여자 3000m 슈퍼파이널서 줄곧 2위 그룹을 유지하다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속도를 올리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큰 키의 단점을 안정적인 자세로 극복

키가 175cm에 달하는 심석희는 피치(다리로 얼음을 밀어내는 동작)당 긴 활주거리가 장점으로 손꼽힌다. 또 지구력도 좋아 장거리 종목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석희에 대해 “다른선수들보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스케이팅 자세가 안정적이다. 낮은 스케이팅 자세로 흔들림이 적고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면서 “타고난 근지구력 덕분에 장거리에서 강하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쇼트트랙에는 변수가 많다. 당일 컨디션과 빙질, 상대 선수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쇼트트랙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강한 멘탈”이라며 “심석희는 아직 열일곱밖에 되지 않았지만 승부욕이 대단하다. 평소 말수가 적고 차분한 성격 덕분에 경기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큰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심석희를 위한 가족들의 뒷바라지도 그의 승부욕에 자극제가 됐다.
아버지 심교광씨는 일명 ‘스케이트 대디’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딸을 위한 희생이 남달랐다. 그는 일곱 살 때 강원도 강릉에서 취미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심석희가 운동에 재능을 보이자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딸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집도 강릉에서 서울로 옮겼고 서울에서도 훈련장과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겨 다니기까지 했다. 또 그는 무뚝뚝한 딸의 투정도 모두 받아준 아버지였다.

소치 올림픽에서 유난히 빛났던 심석희의 녹색 스케이트도 화제가 됐다. 용인대 유도학과에 다니는 오빠 심명석씨는 훈련 비용 마련에 바쁜 부모님 몰래 동생의 스케이트를 장만해 선물해 준 것. 그는 휴학계를 내고 9개월여 동안 햄버거가게 배달과 경호원 파트 타임 등으로 200만 원을 호가 하는 스케이트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가족의 희생은 오늘날의 심석희를 만들어준 자양분이 됐다.

평챵을 향한 당찬 각오
“더 채워나가겠다”

심석희는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귀국인터뷰에서 “대표팀 생활이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배운 것이 많았다. 앞으로는 나를 더 채워나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또 “소치대회 이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올림픽 때도 마음 독하게 먹어야겠다고 했는데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잘 되는 게 아니더라”며 “올림픽 후 칼을 갈았다. 계속 훈련해서 보완하려고 힘썼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모습이다.

한편 심석희를 비롯해 조해리, 박승희(22·화성시청), 공상정(18·유봉여고), 김아랑 등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최근 패션매거진들과의 화보촬영에 참여해 전문 모델 못지않은 면모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일 보그코리아에서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 대표 선수들의 화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화보는 화이트 컬러의 의상을 착용하고 프로 모델 못지않게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해리는 인터뷰를 통해 “운동선수들은 추후 몇 년간의 젊음과 건강을 가불받아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기가 끝난 후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환희를 느낀다. 평범한 삶을 살았더라면 경험해보지 못할 커다란 감정을 느껴본 우리는 행운아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21일 진행된 마리끌레르 화보촬영에서 심석희는 평소 쓰던 뿔테 안경을 벗고 화이트 레이스 원피스를 입어 완벽한 모델로 변신했다. 특히 늘씬한 몸매와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해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