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퇴치 전도사가 윤락녀 스토커로 전락’인천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윤락녀 A씨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협박해온 박모(34)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9월 강남경찰서에 자신이 윤락을 했다며 증거물을 들고 찾아와 윤락업소를 처벌해달라고 했던 인물. 당시 박씨는 “윤락업소에서 만난 여성을 사랑하게 돼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신고를 했다”고 밝혀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다. 그 남자, 윤락녀만 사랑한다?그러나 박씨는 채 5개월도 안돼 이번엔 파렴치한 상습 성폭행 혐의로 구속돼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윤락업소에서 만난 한 여성을 승용차로 납치해 강간하는 등 최근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상습협박과 성폭행을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 여성도 당시 자신이 고백했던 여성이 아닌 다른 업소에서 만난 윤락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초 강남의 모 안마시술소에 손님으로 찾아가 A씨(33·여)를 만났다. 첫 만남 이후 박씨는 한 달 정도 그녀와 2∼3차례 따로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하지만 A씨는 박씨의 행동이 이상하고 미심쩍어 더 이상 만나지 않고 그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이것이 빌미가 돼 박씨는 집요한 스토커의 본색을 드러냈다. 박씨는 A씨의 집 주소를 알아내 집 주변 PC방, 찜질방을 배회하며 A씨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실제 A씨의 집 주변 사람들은 박씨를 소상히 기억하고 있었을 정도다. 박씨는 “만나주지 않으면 윤락녀란 사실을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폭로하겠다”고 A씨를 상습적으로 협박했고 하루에 평균 30∼40여통의 문자메시지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박씨는 심지어 자신이 윤락을 자진 신고한 사실이 매스컴에 보도된 기사들을 스크랩해 보여주며 “기자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나를 건드리면 좋지 않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박씨는 A씨가 타고 다니던 고급 벤츠 승용차에도 욕심을 부리는 등 금전적인 요구도 가했다. 납치 성폭행 일삼아 박씨의 말은 단순한 협박으로 끝나지 않았다. A씨의 부모와 동생 등 가족은 물론 가족이 다니는 직장에까지 ‘A씨는 윤락녀’라는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하고 전화 협박을 통해 그녀를 괴롭혔다. 박씨가 A씨를 따라다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심한 줄을 눈치채지 못했던 가족들도 충격이었다. 사태해결을 위해 A씨의 남동생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박씨를 찾아가 “당신이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며 추궁한 뒤 “앞으로 절대로 따라다니지 않겠다”는 이행각서를 요구한 것. 각서를 받은 뒤 2∼3일 간은 잠잠했지만, 박씨는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납치, 성폭행까지 일삼았다. 지난해 5월에는 A씨를 강제로 차에 태우고 경기도 용인의 한 놀이공원 근처 야산으로 끌고 가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또 올해 초에는 A씨를 인천 제부도의 한 모텔로 끌고 가 시너로 협박했다. A씨에게 시너를 끼얹고 자신의 몸에도 시너를 부운 뒤 라이터를 켜 “만나주지 않으면 같이 죽겠다”는 협박까지 했다.A씨는 “끌려왔다. 어디인지는 모르겠다”고 가족들에게 구조요청을 했다.

이에 가족들은 112신고를 했다. 하루하루가 공포의 나날이었던 A씨도 윤락녀라는 사실 때문에 더 이상 끔찍한 협박 속에서 살아갈 순 없었다. 결국 용기를 내 박씨를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했다. 이같은 사실을 모르던 박씨는 A씨의 집 근처에서 전화로 협박을 하던 도중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며 “합의하에 이뤄진 애인 사이의 성관계였다”고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박씨는 또 A씨를 협박한 사실에 대해 “윤락녀 생활을 청산시키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현장검증을 통해 나온 박씨의 협박 흔적과 증거들을 들이대자 말꼬리가 흐려졌다. 경찰조사결과 박씨는 다니던 직장에서도 무단결근을 일삼다 결국 지난 2월 퇴사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박씨의 집요한 스토킹과 파렴치한 행동으로 고통받은 피해 여성은 ‘제발 도와달라’고 애원했다”며 “이같은 짓을 저지르고서도 ‘사랑해서 그랬다’고 하면 다 용서가 되느냐”고 혀를 찼다.

한때 윤락 퇴치 전도사 자처

윤락녀 스토커로 전락해 윤락녀를 상습 성폭행해오다 구속된 박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이 직접 윤락을 한 뒤 업소를 고발해 화제를 낳았던 인물이다. 박씨는 당시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S 안마시술소에서 여종업원과 윤락행위를 한 뒤 경찰서를 스스로 찾아가 양말에 숨겨 가져온 성관계 때 사용했던 콘돔과 현장을 몰래 찍은 휴대폰 카메라의 사진을 자신의 윤락 증거물로 제시했다. 물론 자신도 윤락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박씨는 당시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윤락업소의 사장과 직접 술을 마신 적도 있을 만큼 그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불법적인 윤락업소를 근절시키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배경을 이야기했다.

2002년부터 만난 윤락녀 A씨를 사랑하게 됐는데 그녀가 일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윤락업소로 돌아가자 그녀를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것. 박씨는 또 “S 안마시술소를 신고한 다음날에도 윤락업소 한 곳을 찾아가 같은 방법으로 신고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들 업소들에 대해 당국이 실질적인 단속을 할 때까지 앞으로도 처벌을 감수하면서 내가 증인이 돼 신고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락퇴치 전도사가 되겠다”던 박씨는 그 후 5개월만에 ‘윤락녀 스토커’로 전락했고, 파렴치범이란 멍에를 쓴 채 철창에 갇히고 말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