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2014년 3월 26일) 통합신당 ‘새정치연합’이 공식 창당됐다. 민주당이 안철수 의원 측과 50:50의 통합을 전격 선언할 때 많이 놀라웠다. 지방선거 막판에 ‘야권단일화’ 명분의 또 한 차례 야합 아닌 국회의원 126명의 거대 제1야당이 단 2명 국회의원의 신당추진세력과 동등한 지분으로 합해진다는 것이 산술적으로나 정치공학적으로나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결론은 두 입장이 어지간히 다급했다는 생각뿐이었다. 덩치 큰 한 쪽은 제1야당 체모에 지지율 10%대에 맴돌고 있는 현실이 모든 걸 양보케 했고, ‘새정치’ 한다는 쪽은 말마따나 ‘새사람’은 보기 힘들고 여야 정치권에서 한 걸음 밀려나 보이는 ‘헌(?)사람’ 일색 돼버린 현상이 시종일관 ‘헌정치’로 공박한 민주당과의 한 살림을 결심케 한 것 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통합선언을 하는 김한길, 안철수 두 사람 머릿속에는 상기된 표정만큼이나 시너지 효과에 대한 무지갯빛 희망이 들어있어 보였다. 반면 야권 균열상태로 6·4지방 선거 전략을 마련하던 새누리당 표정은 순간 완전히 한방 먹은 듯 멍해보였다. 내심 손쉬운 선거로 느긋해 있던 여권상황으로는 갑자기 날아든 비보였을 수 있다.

그런데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생각보다 형편없이 나타나자 다시 새누리당이 여유로워졌다. 살모사는 허물을 벗어도 살모사일 수밖에 없다는 여유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식창당되기 전에 김한길, 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제주대 토크콘서트에 나와 ‘실천하는 새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했다. 당 정강정책이 중도층 공략이라는 선거공학적 담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가운데 나온 ‘실천’ 다짐이었다.

정강정책에 보수진영의 전유물인 ‘번영’이 추가됐고 ‘번영하는 나라’를 포함시킨다는 계획도 있는 만큼 실천하는 정치에 관한 유권자 기대가 없을 수 없었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지지율 상승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럴만한 명백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통합신당이 겉으로 이념적 좌표를 중도강화에 맞추고 있으나 아주 중요한 대목을 빠뜨리고 있다.

“국가정체성에 관한 이념이 다른 세력은 신당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말 표현과 창당대회 초청자들을 독립유공자, 한국전쟁 참전용사, 탈북자 등으로 구성한 것만으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어리석고 오만한 것이다. 천안함 폭침 추모식에 몰려가고 안보문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엔 오히려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할 노릇이다.

그전에 안철수의 확고한 역사인식이 필요했다. 중도 보수를 껴안겠다는 사람이 대한민국 건국과정에 대한 역사인식조차 미약한 철학 부재로는 중도층 확장은 고사하고 기존 지지세력 탈루가 일어날 수 있다. 다소 빗나간 예가 될지 몰라도 위헌정당으로 해산위기에 놓인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사례는 통진당이 친북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확고한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더 확실한 건 정치집단의 통합이 상층부의 이해관계 일치에 의한 물리적 결합만으로는 촌보의 시너지효과도 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1990년 노태우 정권 때의 여야 3당합당은 정치세력 사이의 간극이 훨씬 컸지만 내부 갈등을 융합해내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존재해서 2년 후의 대선 승리를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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