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사회 곳곳에는 한탕하고 뜨자는 한탕신드롬이 번지고 있다. 윤락가에도 한탕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여러 업주들로부터 빌린 ‘마이킹’을 갚지않고 잠적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손님의 직불카드를 이용 6,000만원의 거금을 훔쳐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친구들 사이에서 ‘짠돌이’라고 불릴 정도로 알뜰하게 살아온 30대 회사원 김모(33·회사원·인천)씨는 지난 19일 결혼을 앞둔 친구의 함진아비를 하기 위해 전주를 찾았다. 친구의 결혼식 전날인 이날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함께 술을 진탕 마신 김씨는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만취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짓궂은 김씨의 친구들은 ‘딴 짓’ 한번 하지 않고 착실하게 살아온 순진한 김씨를 ‘선미촌’이라고 불리는 전주 시내 사창가에 혼자 덜렁 내려놓은 채 그냥 가 버렸다. 혼자 남겨져 비틀거리는 김씨는 호랑이 우리 안에 든 토끼 꼴이었다. 홍등가의 여성들은 비틀거리며 정신 못 차리는 김씨를 보자 굶주린 하이에나가 먹이를 향해 달려들 듯 서로 김씨를 빨아들이려 아우성이었다. 만취해 정신이 없는 김씨에게 간택된 윤락녀는 임모(29·광주시 남구 백화동)씨였다. 김씨는 술김에 일을 치르려 했으나 당시 ‘짠돌이’ 김씨의 수중에는 3만원 밖에 없었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던 김씨. “현금이 아니라 카드도 된다. 카드 있으면 달라”는 윤락녀의 말을 듣고 꺼내든 것은 신용카드가 아니라 직불카드였다. 순간 당황한 윤락녀는 “이 카드로는 여기서 계산 못해. 이거 말고 신용카드 없어?”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이에 “지금 돈이 없다. 화대를 낼 테니 그 직불카드를 은행에 가지고 가서 6만원을 찾아오라”고 말했다. 임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럼 돈을 찾아 올 테니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김씨는 순순히 직불카드의 비밀번호를 일려 주는 것이 아닌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자 임씨는 곧장 은행으로 향했다. 임씨는 인근 은행 365코너에서 김씨가 뽑아 오라는 화대 6만원을 인출한 후 김씨의 통장에 남은 잔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의 잔액이 무려 6,000여만원이나 되었던 것. 임씨는 당시에 대해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빚에 쪼들린 자신에게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임씨는 6만원을 찾아와 화대로 업주에게 주고는 김씨와 일을 치르기 위해 그를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나 만취한 김씨는 도저히 일을 치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뻗어 버렸다. 임씨는 뻗어 있는 김씨를 한동안 방치해 두었다가 나가라며 깨워서 업소에서 내보냈다. 방에서 나온 김씨는 직불카드를 돌려 받는 것도 잊은 채 비틀거리며 현장을 떠났고 임씨는 그 직불카드를 그대로 삼켜 버렸다. 다음날 김씨는 이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다시 인천으로 돌아갔다. 김씨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 이날 은행을 찾은 윤락녀 임씨는 김씨의 직불카드로 통장의 잔액 6,000만원 가운데 5,0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옮기고, 나머지 1,000만원은 현금으로 인출했다.

이렇게 돈을 빼낸 임씨는 여동생과 자신의 빚 3,500만원을 갚고 한 벌에 100만원이나 하는 옷을 사 입는가 하면 호스트바를 드나들면서 잔고가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마음껏 쓴 뒤 고향인 광주로 잠적했다. 그러자 이를 수상히 여긴 임씨의 동료 윤락녀들은 “임씨가 손님의 카드를 훔쳐 돈을 펑펑 쓰고 다니다 도망간 것 아니냐”고 수군거렸고, 결국 이를 의심한 경찰에 임씨의 범죄는 들통이 났다. 경찰은 “김씨가 친구들로부터 ‘짠돌이’로 불릴 만큼 돈을 쓰지 않아 카드 분실 이후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분실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이 경찰은 “경찰이 사실 확인을 위해 경찰서로 와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윤락녀 임씨를 보고 싶지 않다며 한사코 거부해 하는 수 없이 그의 대리인이 경찰서에 다녀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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