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주변의 윤락업주들이 지난 22일 윤락업소에 대한 경찰 수사에 반발해 “그 동안 경찰에게 정기적으로 상납을 해왔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떡값, 휴가비 제공 폭로

윤락업주 남모(45)씨는 이날 “용산경찰서 경찰관들에게 10여년 동안 명절 떡값, 휴가비, 회식비 등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왔다”는 내용의 진정호소문과 함께 경찰관 20여명의 이름과 상납 액수 등이 적힌 진술서를 공개했다. 남씨는 이 호소문을 통해 “영업의 특수성 때문에 경찰과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하고 있는 것이 업주들의 현실로 그 동안 경찰이 온갖 뒤처리를 해주며 살아왔다”며 “직원들의 가족들까지, 생일 및 연회잔치를 해줘야 했고, 심지어 직원들을 위해 기차표 암표 구매와 함께 업주들의 돈을 걷어다 주면서 비위를 맞춰왔다”고 폭로했다. 남씨는 구체적으로 “용산경찰서 OO반 OOO반장이 파출소에서 근무하다가 OO계 반장으로 부임했을 때 그 밑에 있는 OOO형사가 전화를 걸어 ‘인사를 하라’고 했다”며 “반 직원들에게 술을 접대했고, 반장에게는 따로 현찰을 넣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남씨가 진정서와 함께 공개한 별도의 ‘상납 리스트’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경찰관에게 제공했던 금품과 향응 내역이 담겨있다. ‘OOO형사가 용산경찰서 소속일 때 향응 및 휴가 명절 떡값 3회’‘OO계 OOO 사건청탁으로 1,000만원 상당 제공’‘OO지구대 OOO 모친 병원비 100만원’ ‘파출소 OOO 명절 떡값 50만원’ 등 현직 경찰관 20여명의 이름과 소속, 상납 내역이 상세하게 명시돼 있는 것. 그러나 이름이 거론된 경찰관들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경찰서 한 관계자는 “경찰이 윤락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일부 업주들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며 “이들이 공개한 리스트도 신빙성이 떨어지며 마치 이를 빌미로 경찰과 협상하려하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단속 항의 분신소동

남씨의 폭로가 있기 전인 지난 20일에는 한 윤락업주가 경찰의 단속에 항의, 분신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용산역 부근에서 10년 정도 윤락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업주 박모(41)씨가 용산경찰서 강력계 사무실에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준비해온 라이터 기름을 머리에 붓고 불을 붙여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간 것. 박씨는 “용산서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얘기를 듣고 내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동네주민 10명이 하고 있는 계를 범죄조직으로 엮어 넣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용산서 측은 “최근 박씨 등이 다른 업주들로부터 화대 중 일부를 갈취해 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며 “박씨가 점점 수사망이 좁혀오자 경찰서까지 찾아와 분신 소동을 벌이고 뇌물 장부 운운하며 경찰을 향해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주들의 이같은 폭로가 의혹을 불러일으키자 서울경찰청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청은 분신을 시도했던 박씨와 상납내역을 공개했던 남씨의 집과 업소 등에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업주들이 폭로한 상납내역에 이름이 거론된 전·현직 용산경찰서 직원들에 대해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업주들은 분신과 상납리스트를 통해 경찰의 단속에 항의한지 채 며칠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주장을 뒤엎었다. 분신 소동을 피운 박씨와 상납리스트를 공개한 남씨는 지난 4월 23일 서울청에 출두하며 “장부는 없고, 꾸며낸 이야기다”고 말을 바꾼 것.

그러나 경찰은 자체조사결과 윤락업주 남씨의 폭로내용 중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남씨와 이모씨가 용산서 직원들의 식대 48만원을 대납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박씨와 남씨가 또 다시 말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 아래 자백과 관계없이 상납 실체와 폭로 경위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다. 결국 업주들의 고의적인 폭로인지 아니면 그 동안 뿌리깊게 형성돼 왔던 경찰과 윤락업주의 결탁관계가 드러나게 될지 서울청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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