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청와대가 7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했던 회담 요청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입장을 통보했다.

이로 인해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결단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2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만나 약 10여 분에 걸쳐 회담 요청 거부 입장을 밝혔다.

민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박 수석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 국정현안을 논의하고자 몇 차례 회동을 제안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공식 회동이 실현되지 않았다"면서 "기초 공천제 폐지 사안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서 여야가 논의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박 수석은 "기초공천 폐지 사안은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할 사안이 아니고 여당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니 여야가 합의를 이뤄주기 바란다"고 정치권에 바통을 넘겼다. 박 수석은 이어 "대통령과의 회동 문제와 관련, 현재 선거가 임박해 있는 상황이다.

5월부터 후보등록이 시작되고 22일에는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다. 각 당이 선거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선거 중립 등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지방선거가 치러진 후에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 민생과 국익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발전을 기대하며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 앞으로 국정운영의 많은 협조를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 수석이 지난 4일 '사견'이라고 한 발언과 한글자도 다르지 않게 똑같은 말씀을 했으며, 그 말을 듣는 동안 김, 안 대표는 세번에 걸쳐 말을 중단한 채 깊은 침묵을 지켰다"고 전했다.

금 대변인은 두 대표가 "새로운 얘기가 없지 않느냐"면서 "더 드릴 말씀이 없다. (박 대통령이) 대선 때에는 선거법 개정사항인줄 몰랐느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박 수석은 "박 대통령만큼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 없다"고 반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두 대표는 "그건 정말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라고 답했으며 안 대표는 "지금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난다고 해서 누가 선거개입이라고 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겠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수석이) 똑같은 내용을 반복했다.

사과나 양해가 아닌 걸로 생각한다"며 향후 대응책에 대해 "고민하고 조만간 말씀드리겠다"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지난 4일과 다른 게 있다면 (박 수석이) 그때는 '사적인 얘기'라고 하더니 오늘은 '대통령 얘기'라고 하더라"면서 "(대응 방향은)생각 좀 해봐야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면담에는 청와대 쪽에서 주광덕 정무비서관이 참석했고 민주당 쪽에서는 김관영 대표 비서실장과 이윤석 박광온 금태섭 대변인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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