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은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비행체(무인기)가 북한 것임을 인지했으면서도 1주일 넘게 “조사 중”이라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했던 한 무인기 전문가는 “한눈에 보고 북한군 무인기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군이 쉬쉬한 것은 방공망이 쉽게 뚫렸다는 비난을 덮고 “통일 대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한 고위층의 걱정도 작용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실상 북한 무인기가 3월24일 오전 9시22분 경 서울 청와대 바로 위에서 20여초나 비행하며 사진을 촬영했는데도 군의 방공망은 깜깜했다. 만약 이 무인기가 화학무기를 싣고 청와대로 자폭 돌진했더라면, 어떤 끔찍한 참상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더욱이 북한은 1994년부터 “서울은 불바다”를 외쳐댔으며 작년 11월엔 “청와대”가 “타격 대상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청와대를 위해 입체적으로 대비하지 못했다. 백령도, 파주, 삼척에 북한 무인기가 고장나 추락할 때까지 전혀 몰랐다.

2010년 천안함이 우리 영해에서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격침당한 것도 우리 해군의 대비태세 불비와 무관할 수 없다. 사전 허술한 대비가 빚어낸 비극이었다. 2011년 북한의 연평도 기습 포격 때도 임전태세에 구멍이 나 있었다. 연평도에 배치된 우리 군의 K9자주포들 중 상당수가 고장으로 불을 뿜지 못했다. 관리와 정비가 소흘했음을 반영하였다.

그 다음 해인 2012년 10월2일 밤엔 북한 병사가 귀순하기 위해 강원도 고성의 비무장지대(DMZ) 철책을 뚫고 들어왔다. 그는 우리 군의 동해안 최전방 경비대 내무반 건물을 찾아가 유리문을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그는 다시 30여m 떨어진 내륙 초소 내무반 건물로 달려가 문을 노크한 뒤에야 우리 초병을 만나 귀순 의사를 밝힐 수 있었다. 그를 “노크 귀순”이라고 한다. 북한 병사의 “노크 귀순”은 북한 특공대가 철책을 뚫고 침투해 우리 전방초소 군인들을 몰살해도 꼼짝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었음을 드러냈다. 우리의 최전방이 무방비 상태로 뚫려 있었음을 실증한다.

2008년 4월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전방초소에서 벌어졌다. 북한 장교가 귀순을 위해 경기도 파주 지역 DMZ를 넘어 우리 군 경계초소 100m 까지 접근했다. 거기서 항복을 알리는 하얀 천을 흔들며 권총 7발을 쐈다. 여기에 초소 초병들은 겁에 질려 대응사격도 못하고 참호속으로 숨어들었다. 답답해진 북한 장교는 초소 까지 걸어가 “장병” “장병”하고 소리쳤으나 근무병 한 명이 보더니 그냥 올라갔고 그후 속옷을 입은 부사관이 나와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초소 근무자들은 북 장교의 귀순 과정이 탄로나면 징계받을 것을 우려, 유도작전을 펼친 것처럼 꾸며 상부에 보고하고 표창까지 탔다.

앞서 지적한 대로 연평도 해역을 순항하던 우리 해군은 남한 해역으로 침투한 북한 잠수정에 폭침당했고, 적진 앞에 배치된 대포들은 고장나 북의 기습 포격에 침묵했다. 청와대 방공망은 북한의 무인기로 완벽하게 뚫렸다. 그런가하면 최전방을 지키는 군은 귀순병이 내무반 유리문을 두드려도 몰랐고, 귀순을 알리는 총소리에 겁먹고 참호속으로 숨어들었다.

임전태세가 흐려진 군에게 우리의 안보를 맡길 수 없다. 일부 군인들의 흐려진 임전태세는 공산 월맹에 패망한 월남군을 상기케 한다는 데서 불안하기 그지없다. 군에 대한 과감한 쇄신과 철저한 수술이 요구된다. 장관으로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쇄신 대상이다.

정부는 국민의 혈세로 군을 잘 먹이고 잘 입힌다. 직업군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급료에 후한 연금도 보장한다. 우리 군은 너무 배가 부른 모양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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