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샘표식품]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4-14 13:34
  • 승인 2014.04.14 13:34
  • 호수 1041
  • 4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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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맛의 세계화’ 글로벌 기업이 되다

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마흔 여덟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샘표식품(대표이사 박진선)이다.

1946년 설립된 샘표식품은 국내 최장수 상표인 ‘샘표’ 브랜드로 국내 간장 소비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샘표식품의 시작은 고 박규회 창업자가 서울 충무로 ‘삼지장유 양조장’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누구나 집에서 만들어 먹던 간장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후 샘표는 반세기 이상 국민기업으로서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도 우리 전통 장류의 맛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담가 먹는 간장을 대량생산

샘표식품은 1946년 창업주 고 박규회 사장을 시작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금의 대한극장 맞은편에서 장류 전문 제조업체로 출발한 샘표는 1959년 도봉구 창동에 제 2공장을 건설하면서 국내 장류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이후 가정에서 담가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간장을 대량생산하고 유통시장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사업은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번창했다. 이후 간장처럼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고추장과 된장의 시판제품도 생산·판매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농수산물 가공식품 회사인 조치원식품과 양포식품을 계열회사로 두고 수산물, 과일 통조림 등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 외의 협력회사를 통해 면류, 차류 등의 가공식품을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판매해 종합식품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그러다 1987년 경기도 이천에 양조간장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의 간장공장을 건설했다. 2001년에는 250억 원을 들여 고추장, 된장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했다. 샘표식품의 영동공장은 국내에서 첫 손가락에 들 정도로 최첨단, 최신식 설비를 갖췄다. 그 뿐만 아니라 완벽한 위생시설을 자랑하며 연간 1만2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또 샘표식품은 1998년과 2000년에 각각 ISO 9001 및 ISO 14001을 인증 받은 것을 비롯해 2000년 산업자원부로부터는 품질경쟁력 50대 우수기업 에 선정됐다. 2002년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 전부문에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지정을 받았다. 2003년에는 부설 식품안전센터가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3-MCPD에 대한 국내 최초의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제 기준에 따라 품질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정비된 기관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이처럼 샘표식품은 품질과 식품위생 공히 국내 최고 수준의 식품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뉴시스>

장수 비결은 사심 없는 경영

현재의 박진선 대표는 오너 3세다. 박 사장이 샘표식품에 들어온 건 1990년으로 그의 나이 40세 때다.

그의 조부 고 박규회 회장이 삼시장유 양조장을 인수해 회사를 세운 뒤 부친인 박승복 회장이 키워 샘표식품을 그에게 넘겼다. 그의 할아버지가 30년, 아버지가 21년 경영을 했다. 박 대표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부터 현재까지 회사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존하는 최고의 브랜드이자 간장업계 부동의 1위를 하는 샘표식품의 장수 비결로 전임자들의 경영철학을 꼽았다. 성품이 곧고 성실한 그의 조부와 부친은 돈에 대한 욕심이 없이 투명경영을 고수했다. 만약 정치권에 기웃거리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재벌 기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조부나 선친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의 기업관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차별된 인재상 추구

샘표식품의 인재상은 겸손하고 사심이 없으며 열심히 일하는 인재다. 또한 능력도 있어야 한다. 보통 기업들은 능력을 가장 먼저 우선시하지만 샘표식품은 능력을 맨 마지막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심이 없는 사람을 판별하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박진선 대표는 “맡은 일 그 자체의 성과보다 그 일의 수혜자가 누구인지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은 합리적으로 의심해볼만 하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겸손’을 잃지 않기로 유명하다. 박 대표가 닮고 싶고, 이상으로 꿈꾸는 회사는 3M 회사다. 즉 기업이미지가 좋은 회사,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 그리고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회사 대부분 CEO가 누군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런 회사의 CEO는 나서서 잘난 척 하는 일이 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 대표가 꿈꾸는 회사는 일하는 게 즐거운 회사, 함께 일하는 게 즐거운 동료로 가득 찬 회사가 자신이 꿈꾸는 회사다. 기업은 사람이 사는 회사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모름지기 직원들이 직장에서 행복해야 진정으로 행복하므로 직장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회사의 임무라고 말한다. 그 이유로 한국 사회는 가정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으로 꼽았다. 직장이 행복해야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기업의 구성원들이 행복한 회사의 조건에 대해서 “존경할 만한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자기도 존경받는 것이라고 답하는 회사원들이 많은 회사”라고 말한다.

오늘날은 존중하기도 존중받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존중받기도, 존중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특히 존경은 커녕 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회사가 많은 현실에서 그런 조직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박 대표는 그런 회사를 만드는 방법으로 “그런 사람들을 회사가 뽑아서 그런 목표를 향해서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버스에 사람들을 채워 목표를 향해 가다가 존경받을 수 없는 사람은 하차시키고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만 태워 함께 가는 것이다. 그렇게 가는 도중에 철학이 맞지 않으면 도중에 버스에서 내리게 되고, 목표와 철학을 함께 공유한 사람은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존경받을 수 없는 사람을 강제로 퇴출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업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인정받지 못하고 승진도 되지 않으니 저절로 떠나게 돼 있다고 한다.

샘표식품의 이 같은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마케팅을 위해 철학을 공부하다

박 대표는 철학박사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원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전공을 바꾸자 그의 선친은 회사를 인계할 마음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오로지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철학을 공부했다고 말한다.

그가 귀국해 회사를 맡았을 당시 샘표식품은 아예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당시 그는 “미국에서 보니 샘표식품이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미국 기업들은 마케팅에 주력하는데, 샘표는 가만히 있었다. 기업과 브랜드가 쪼그라들 수 있단 불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정도로 샘표식품은 오로지 제품만 만드는 회사로, 만들어놓으면 그저 소비자들이 구매해가는 정도의 마케팅에 그쳤다. 그러나 박 대표가 회사를 맡으면서부터 샘표는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8년부터 샘표식품은 중국 시장에 진입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샘표식품은 거대 시장인 중국은 한국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으므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우리 식품이 세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들었지만 이 때 박 대표가 미국에 처음 진출할 당시의 경우를 떠올렸다.

그는 “처음 ‘코리안’으로 식당을 개업했을 때 몇 년간 죽을 쒔지만 이름을 ‘하와이언’으로 하고 새 단장을 하자, 메뉴는 똑같은데도 고객이 두 배나 급증했다. 따라서 중국에서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사업의 성공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벌이는 사업마다 족족 성공하면 그것은 사업이 아니다. 전망이 불투명하지 않은 사업은 이 세상에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잘 드러나는 말이다.

샘표식품은 2012년부터는 스페인의 유명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와 손잡고 한국의 장을 유럽 음식에 활용하기 위한 ‘샘표 장 프로젝트 스페인’을 시작했다.

이처럼 올해로 창업 68주년이 된 샘표식품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국제적 식품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와 함께, 장류 전문회사로서 전 세계인에게 우리 맛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장맛은 물론 음식문화까지도 세계로 전파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전 임직원이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샘표식품은 요리 에센스 ‘연두’를 통해 엷은 색의 한식 간장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나트륨의 함량을 30% 이상 줄인 소금의 대체제로써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작업할 때도 연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또 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해외에서의 가능성도 엿봤다. 박 대표는 “세계의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집중해 올해는 중식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확대할 계획이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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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박시은 기자>
<출처=대한민국 최고의 CEO│지은이 이주민│미래북>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