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리더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책임감과 도덕성이 결여됐는 지 그리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순박한 사람들만 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지 이번 대형 여객선 세월호참사로 다시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탑승 인원만 500여명에 달하는 대형 여객선 선장이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 한명의 승객이라도 더 구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일 먼저 선원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피해자 학부모들뿐만 아니나 일반 국민들의 열패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한민국 1%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노브리스 오블리주가 허울좋은 말뿐이고 자기 먼저 살겠다고 어린학생들을 죽음의 어둠속에 남겨두고 배에 올랐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해졌다. 선장의 책임감과 도덕성이 이 정도 일진데 함께 무사생환한 선원들에게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그나마 함께 탈출에 성공한 선원들은 최소한 양심에 털이라도 박혀 있어 선장이 먼저 탈출해야 자신들의 탈출도 정당화되리라는 생존 본능 기제가 작동해 선장 탈출을 종용했다고 봐야하는 우울한 현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지막 집세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유서를 남긴 뒤 자살한 송파구 3모녀 사건이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이라는 암울한 사실을 목도했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프다. 실종되거나 사망한 사람들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로 선장의 지시를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인 탓으로 생과 사가 엇갈렸다.

반대로 선장의 엉터리같은 지시를 제대로 알고 발빠르게 선상으로 움직인 사람들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또한 승객들 목숨을 구하기위해 묵묵히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한 선원은 목숨을 잃고 선장 옆에서 눈치만 보던 선원들은 선장과 함께 목숨을 부지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탈을 쓰고 그동안 억누르며 감춰왔던 두 가지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세월호 선장만 이런 것일까. 우리 주변에는 세월호 선장과 눈치빠른선원들을 여기저기서 목도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권을 바라보는 대국민 의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대형 참사로 박근혜 대통령, 안철수 공동대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현지를 방문했지만 희생자 가족들은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말뿐인 리더’,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리더를 선거철마다 봐왔던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 1%를 자처하는, 리더가 되고 싶은 잘난 사람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이른바 (N.O)을 강요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 1%99%를 먹여살린다고 주장하듯 반대로 그 1%의 잘못된 책임감과 도덕성 결여가 99%를 죽음으로 몰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이번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99%를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1%의 노풍 운동을 제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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