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듯 말듯…선거의 여왕, 대통령의 마음은 ‘신기루’?

당권 노리는 친박 주류, 실체 없는 ‘박심’ 활용 자기사람 심기
홍준표 경선 통과 등 ‘박심’ 후보들 고전…친박 주류 초비상
친박주류에 대한 공천 불만…원내대표, 전당대회 때 폭발할 수도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지방선거 공천전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여기저기서 “나는 친박이다”라는 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모셨다”며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거는 후보들도 잇따른다. 정작 박 대통령 및 청와대는 “누구를 지지한다”고 얘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박근혜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박근혜 마케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근혜 마케팅으로 인해 선관위에 고발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심 실체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친박 주류에서 박심을 팔고 있을 뿐 박심은 없다라는 게 논란의 주된 골자다. 이를 놓고 비박계에선 ‘친박 주류 전횡’이라며 '두고보자'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박심,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에 대한 앞과 뒤를 들춰봤다.

새누리당 지방선거 공천경쟁 과정에서 ‘박근혜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 오른 4명의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홍보물들을 게재했다.

조원진 의원은 “조원진은 박근혜 정부와 잘 통합니다!”라는 홍보물을 비롯해 한중 정상회담 특별수행한 사진도 함께 담았다. 서상기 의원은 박 대통령의 귓속말에 귀를 가까이 대는 사진을, 이재만 후보는 박 대통령과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진, 권영진 후보는 박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을 담았다.

충북지역에서도 후보들이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는 등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장 김황식 후보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육사 37기 동기인 전인범 특수전사령관 부인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을 영입해 ‘박근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더구나 경선과정에서 박심 논란이 공개적으로 불거지면서 계파갈등이 드러나는 듯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일 때부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선거판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박 대통령이 지원유세 한 번 참여하면 순위가 뒤집힌다는 설이 있다. 후보들이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에선 ‘박근혜 마케팅’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평택시장 예비후보들은 공공연하게 ‘청와대의 힘’,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모셨다’며 청와대에서 지지하는 것처럼 얘기해 경쟁 후보들이 즉각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서울·부산 등에서도 박심 논란이 일면서 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박심 논란이 일자 황우여 대표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특정 계파에 대한 지원 논란이 벌어지지 않게 각자 언행을 조심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당 지도부는 중립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박심의 실체는

하지만 이런 당 지도부의 기류는 외견상일 뿐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친박 주류에서 박심을 이용해 지방선거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등 친박주류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최 원내대표와 홍 사무총장이 당권 장악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다 이번 기회에 독자적인 정치를 해보려고 자기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말도 들린다.

더 나아가 최 원내대표와 홍 사무총장 간의 교통정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친박 주류에서 나오고 있다. ‘최경환-당대표, 홍문종-원내대표’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독식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주류 및 비주류 측에서는 불쾌해하고 있지만 공개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이들에게 “적당히 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최 원내대표와 홍 사무총장은 세 확산을 위해 박심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당 안팎에선 친박 주류로 통하고 있는 최 원내대표가 ‘박심’을 강조하며 지방선거에 개입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급기야 이런 분위기는 ‘박심이 진짜 있는가’라는 문제로 옮겨 붙었다. 일부에서는 최 원내대표와 홍 사무총장이 박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박근혜의 오더’, ‘박심’이라며 특정후보를 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당내에서는 친박 주류의 개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박심’을 활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비박계 한 관계자는 “경남지사 경선에서는 박심이 먹히지 않았다.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친박 주류에서 노골적으로 밀었다. 실제 최 원내대표와 홍 사무총장의 경우 사석에서 박 전 시장의 얘기만 할 뿐 홍 지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특히 박 전 시장이 이길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녔다. 그러나 친박 주류가 민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홍 지사가 보여줬다. 더구나 친박 주류에서 ‘박심이다’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것에 거부감이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박심은 없지만 친박 주류에서 박심을 적극 활용해 당권을 잡으려는 개인적 욕심이 문제가 됐다. 당원들과 대의원 사이에서도 친박 주류 등의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진짜 박심’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친박 주류가 공천권을 놓고 좌지우지할 경우 원내대표 선거, 전당대회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최 원내대표와 홍 사무총장에 대한 비토세력이 갈수록 많아질 뿐 아니라 청와대를 견제하고, 홍 사무총장과 최 원내대표 등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결국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 주류의 실체 없는 박심 활용 등이 오히려 비박계 세를 확산시켜주는 꼴이다. 박심, 즉 박근혜 마케팅은 결과적으로 현재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 역학구도가 비박계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 부산·경남(PK)에 지역구를 둔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오더’가 안 먹혔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친이 지역’이었던 PK가 친박들의 대거 진출로 ‘친박 지역’이 됐지만, 초선이 대부분이어서 ‘박심’이 먹히지 않고 조직 장악력이 세지 못했다.

실제 경남도지사 경선에서 홍 지사는 당원·국민 선거인단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4506표를 얻어 4079표를 득표한 박 전 시장에 427표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이에 대해 PK지역에 기반을 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지역조직은 50% 정도밖에 장악하지 못했다고 봐도 무관하다. 이 때문에 ‘박심이다’ 등 박근혜 마케팅이 먹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사무총장과 최 원내대표가 박심을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지면서 ‘박심은 없다고 믿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경선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장수 총리를 역임했던 김황식 전 총리에 공을 들였던 친박 주류. 당초 당내 경선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금은 친박 주류의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선전을 하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호재로 작용할 줄 알았던 박심 논란은 역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장 경선에서는 친박 서병수 의원이 비박계인 권철현 전 주일대사, 그리고 박민식 의원과 대결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서 의원이 권 전 대사에게 밀리고 있다. 인천에서는 친박 주류의 유정복 의원이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 외에 정창수 강원지사 후보 등도 친박 후보이지만 열세다.

친박 주류 비토 분위기

문제는 친박 주류를 비토 하는 분위기가 원내대표와 전당대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감이 현실화되는 데 있다. 친박 주류에 대한 비판여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비박계에 힘이 쏠릴 수 있다는 것.

물론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당-청간의 조율이 가능한 사람이 적임자라며 당권 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경선과정에서 보여줬던 ‘박심’ 논란이 일면서 당-청 견제를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박심 마케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새누리당 내 중론이다. 결국 그 동안의 친박 주류의 자가발전으로 인해 외면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진짜 박심이 있는 것인지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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