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3진아웃 후보’ 경선참여에 시당 ‘황당’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차갑게 얼어붙은 가운데 유독 뜨거운 곳이 정치권이다. 여야 모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과 경선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공천폐지’를 반대해온 새누리당의 경우 대안으로 도입한 ‘상향식 공천’ 역시 유명무실함이 <본지>가 입수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문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앙당에서 음주운전 삼진 아웃에 걸린 후보자를 시도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선에 참여시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대안으로 도입한 ‘상향식 공천’이 사실상 ‘하향식 공천’이라는 볼멘소리가 시도당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요서울>이 최근 입수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사무총장, 부위원장 김재원)가 서울시당에 내보낸 공문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제18차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사항(2014.4.17일)’이라는 제하의 공문에서 중앙당 공천위원회는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종훈) 기초의원 관련 ‘동대문구 0선거구에서 진행중인 경선을 즉각 중단하고 ○○○공천신청자를 포함하여 경선 진행할 것’, ‘송파구 제0선거구는 ○○○공천신청자를 포함하여 진행중인 경선을 그대로 진행할 것’, ‘영등포구 0선거구는 진행중인 경선을 즉각 중단하고 ○○○공천신청자를 포함하여 경선 진행할 것’ 이라는 결정사항을 통보하며 중앙당의 지침을 따를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문제는 송파구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A 공천 후보자의 자격 논란이 일면서 중앙당과 서울공천관리위원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시당에서는 10년 전 음주운전으로 삼진 아웃에 걸린 A 공천 신청자에 대해 공천위원들 간 회의를 거쳐 2번씩이나 공천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 하지만 중앙당은 공문을 통해 A 공천 신청자를 ‘경선에 참여 시켜라’ 종용하면서 A 신청자에게 특혜를 줘 경쟁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김종훈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장, ‘울화통’

특히 비공식 석상에서 김종훈 서울공천관리위원장은 “기초의원 공천은 시당에 맡긴다고 하더니 시당 공천위원회가 핫바지냐”며 “내가 초선이라고 너무 무시한다”고 중앙당 공천위원회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선 경쟁자 측 또한 A 공천신청자가 버젓이 현수막을 걸고 선거운동을 벌이자 중앙당을 항의 방문해 규탄대회를 가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기초단위 상향식 공천을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여전히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천 개입이 벌어지고 있는 정황도 [본지]에 포착됐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누님, 오늘 회의 이제 마쳤습니다. ○○○씨는 살려낼 방법이 없었구요. ○○○씨는 제가 여러 가지로 변론을 해보았으나 결국 출석위원 13명중 11명이 원안대로 하자고 표결되어 부결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종훈 드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용을 보면 해당 지역구 여성의원이 ‘낙점’한 두 명의 기초의원에 대해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원은 A 공천 신청자를 막후에서 공천받도록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 부탁을 했지만 서울시당에선 부결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앙당은 서울시당 반대 의결에도 불구하고 A 신청자를 경선에 참여하도록 해 결국 해당 국회의원의 입김이 통한 셈이다.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으론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다’면서도 기초단위 공천 심사과정에서 해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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