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콜 받은 인사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냐”

▲ 김무성(왼), 서청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지방선거 이후 당권 겨냥한 캠프 구성 위한 물밑활동 치열
YS문하생·2007년 박근혜 대선 캠프 공통점 때문에 인물 겹쳐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부에선 누가 차기 당대표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권주자들은 일단 지방선거 전까지 ‘정중동’ 행보를 취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정치적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강력한 당권경쟁 후보이자 라이벌인 ‘서청원-김무성’ 의원이 ‘사람전쟁’을 벌이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람전쟁을 ‘당권경쟁’을 둘러싼 파워게임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구나 친박 주류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등도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 내에서 당권을 놓고 비주류-친박, 서청원-친박 주류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당권후보의 서 의원과 김 의원 간의 기싸움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교통정리 여부도 최대 관심사다. 당권을 둘러싼 여권의 물밑 신경전을 들춰봤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다.”

얼마 전 새누리당 한 당직자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던진 말이다. 그는 “서청원 의원 측과 김무성 의원 측으로부터 캠프 영입 제의를 받았다”며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 5일 캠프를 차릴 예정이니 도와달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서청원, 김무성 의원 측 역시 “지방선거 이후 캠프를 소규모로 차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김 의원은 이미 당권 경쟁을 위해 캠프 인사 영입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다

앞서의 이 관계자는 “양측으로 콜을 받다보니 어디로 가는 것이 향후 행보에 도움이 되는지를 잘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러브콜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같은 YS 문하생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겼으며, 외부에서 볼 때는 ‘사람 전쟁’을 치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서 의원과 김 의원은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 문하생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상도동계라는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YS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에서 정치 경험을 쌓기도 했다.

또한 YS의 뜻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상도동계 다수는 이명박 후보에게 마음을 둔 YS 뜻을 따랐지만 두 사람은 박 후보를 지지했다.

김 의원도 2007년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YS가 김 의원에게 이명박 후보 지원을 권유하자 김 의원은 “내가 박근혜 캠프에서 나가면 배신자 소리를 듣게 되는데 YS 수하가 어디 가서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 좋겠느냐”고 말한 일화도 있다. 결국 ‘YS 문하생’, ‘2007년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김 의원이 소원해졌고, 서 의원의 여의도 복귀가 ‘김무성 견제’를 위해 청와대에서 적극 지원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도당위원장 선출 문제로 양측 간의 각축전이 벌어졌다. 이후 이번엔 ‘사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당권 경쟁 후보 간의 ‘사람 전쟁’이 시작되자 러브콜을 받은 인사들은 일단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원내대표 경선, 지방선거 등 정치적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 레임덕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박근혜 정부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서 의원에게 힘을 실을 수 있다.

반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당내에서 청와대를 견제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거세지면서 박 대통령과 ‘상극’인 비박계의 적극 지원을 받고 있는 김 의원에게 무게가 쏠리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상황이 민감하게 변화하면서 ‘서청원-김무성 간의 사람 전쟁’이 당권 향배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러브콜을 받은 인사들이 ‘재’고 있기 때문에 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 지방선거 결과 등에 따라 인물이 한 쪽으로 몰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최경환 원내대표도 ‘변수’다. 원내대표 임기 후 당권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을 마치면 당분간 쉴 것”이라고 말해오다 최근 “좀 두고 보자”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권을 놓고 김무성,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3파전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당내에선 ‘친박 견제론’이 불거져 김 의원에게 사람이 더 쏠릴 것이라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돌고 있다.
서-김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물밑에서 캠프 인사 영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적 변수가 많다. 서 의원의 경우 ‘당권’에 방점을 두고 있으나 친박 주류에서는 국회의장으로 선회하길 바라고 있고, 비박계에서는 비리전력이 있는 이는 아무런 당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최 원내대표도 변수로 떠오르나 당 분위기는 원내대표 직후 바로 당권 도전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여론도 나오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뿐 아니라 개인적인 행보에도 어느 쪽이 더 향후 행보에 유리한 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 추대론
김무성-최경환 경쟁?

이들은 당장 당권 경쟁 전초전으로 불리는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부터 캠프가 가동되기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본 뒤 거취를 결정해도 늦지 않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 누가 강력히 거론되고 있을까.

세월호 사고 여파로 경선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쉽지 않다는 점까지 고려했을 때 ‘이완구 원내대표 추대론’으로 거의 확정되었다는 게 당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비박계 심재철 의원, 친박계 정갑윤, 정우택, 유기준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으나 후발주자로 나선다 해도 시간적 여유가 없다. 더구나 후보로 거론됐던 당사자들도 출마를 유보하거나 부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때 지역 안배를 고려해 ‘서청원 당대표-정갑윤 원내대표’, ‘김무성 당대표-이완구 원내대표’, ‘최경환 당대표-이완구 원내대표 혹은 홍문종 원내대표’도 폐기처분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그동안 이완구 원내대표 카드를 띄웠고, 비박계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서 의원은 정갑윤 카드를 꺼내어 당권에 도전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그러나 서 의원 측에서는 ‘지역 안배론’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서 의원 측 한 관계자는 “고향은 충청이지만 서울 동작구에서 6선을 하지 않았느냐”며 “지역이 겹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완구 의원이든, 정갑윤 의원이든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 의원이 당 대표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자 친박 주류 간의 권력다툼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류로 인해 친박 내에서도 ‘서청원-최경환 간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자칫 친박 표가 분산이 돼 비주류에게 당권을 건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서 의원은 당권을 노리고 있으나 친박 내에서 국회의장으로 가야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수도 있다. 이른바 ‘서청원-국회의장, 최경환-당대표론’이다.

따라서 서 의원과 김 의원에게 러브콜을 받았던 인사들은 친박 주류의 교통정리 등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한 뒤 김 의원이나 서 의원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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