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파워 M&A 입질…결국 동부제철 패키지도

▲ <뉴시스>

예비입찰 마감일에 또다른 매물에 대한 속내 밝혀
몸집 줄이고 조직 추스르겠다던 의지 어디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포스코가 신임 권오준 회장을 맞이한 후 첫 번째 인수ㆍ합병(M&A)으로 어떤 매물을 택할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초 관전포인트는 정부의 의중대로 동부제철 패키지를 택할 것인지 또는 자의로 추진하는 동양파워를 밀어 붙일지였다. 하지만 갑자기 포스코가 동부제철 패키지와 동양파워 모두에 힘을 쏟는 양상이 펼쳐지면서 쉽사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포스코가 포스코에너지를 앞세워 동양파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동양파워 매각 예비입찰에는 포스코에너지를 비롯해 총 7곳이 전략적투자자(SI)로 출사표를 냈다.

사실 포스코는 과거 공기업이었던 탓에 민영화가 완료된 지금까지도 정권에 휘둘리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정부는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장 매각이 시급한 동부제철 패키지를 포스코에 넘기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포스코가 동부제철 대신 동양파워 매각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으로 정부의 뜻을 거스르고 M&A 매물을 고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스코는 결국 동부제철도 외면하지 못하고 동양파워와 동부제철 패키지 모두를 가져갈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걸림돌인 건 알지만…”

애초 동부제철 패키지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은 매물로 예상 매각가격은 1조6000억 원가량이다. 가격대가 높은 만큼 포스코가 일부 지분만 투자하고도 동부제철 인천공장 경영권과 동부발전당진의 우선협상권을 받는 인수방식까지 논의됐다. 사실상 정부가 상당한 조건을 내걸며 포스코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에도 포스코가 동부제철 패키지보다 동양파워를 택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정부의 자존심도 한때 구겨질 뻔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스코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철강에 추가 투자하기보다는 화력발전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면서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과 거리를 두려 애썼다.

그러나 포스코가 동양파워 매각에도 입찰하는 동시에 동부제철 패키지에서도 손을 떼지 않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상황은 어느 쪽으로 갈지 모르게 됐다. 오숭철 포스코 상무는 동양파워 입찰 마감날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동부제철 패키지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오 상무는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가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공급 과잉으로 점점 수익성이 떨어지는 컬러강판의 구조조정 기회로 삼을 수 있고 발전 기저산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 상무는 “다만 가치가 있고 가격이 좋다 하더라도 그룹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인수 가능성이 작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마쳤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현 상황에서 동부제철 패키지와 동양파워 모두를 인수하는 것은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래 포스코도 이를 인지하고 동양파워에만 관심을 쏟았으나 동부제철 패키지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자 할 수 없이 언급한 것이라는 후문도 나돈다.

특히 포스코의 몸집을 줄이고 조직을 추스르겠다던 권오준 회장의 첫 M&A인 만큼 이번 인수로 포스코의 기조가 바뀔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포스코가 무리해서라도 동양파워와 동부제철 패키지 모두를 인수하면 권 회장의 초기 다짐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솔직히 동양파워에 대한 니즈만큼 동부제철 패키지에 대한 니즈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알다시피 여전히 정부와의 교감이 중시되는 만큼 현재로서는 무리해서라도 동부제철 패키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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