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탄핵정국 최고의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주목받은 ‘물은셀프’ 동영상.2.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각 당의 ‘말짱’ 들은 돌발영상의 주요 타깃이다.3. 구성의 파격과 과감한 패러디는 돌발영상의 연출 핵심이다.4. 근엄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정치인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뉴스’ 란 단어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근엄함이었다. 방송사들을 대표하는뉴스 프로그램에서 가벼움, 발랄함은 결코 허용될 수 없었다. 그러나 작년 3월, 돌발영상은 고정화된 뉴스 장르와 형식을 깨면서 YTN의 뉴스 프로그램 한 코너로 시작했다. 이름조차 없던 한 꼭지에 불과했던 영상물이었지만, TV나 신문에서 좀처럼 보고 듣기 힘들었던 정치권의 ‘뒷담화’와 회의 중 졸고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담는 등 무방비 상태에 있는 정치인들의 보습을 보여주면서 단번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노무현대통령 탄핵 가결때 웃고 즐거워하는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들과 울부짖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줘 이후 펼쳐진 탄핵정국의 여론과 민심의 흐름을 주도했으며 4·15총선 때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발언, 김종필 전 자민련 명예총재가 ‘조용필’ 이란 연호 소리를 듣는 총선 유세장 풍경을 담는 등 중요한 정치적 현장엔 돌발영상의 카메라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돌발영상의 가장 큰 매력은 심각하지 않게 가벼운 터치로 웃기면서도, 신랄한 비판과 사태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쳐 여론형성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충분히 뉴스가치를 가졌음에도 점잖지 못한 화면과 거칠게 오가는 대화내용 등은 깨끗한 화면과 단정한 말투를 보여줘야만 하는 기존의 뉴스제작 형태와 맞지 않아 편집되기 일쑤였지만 돌발영상에서는 좋은 소스가 되는 것이다.

노종면 PD를 포함 4명으로 구성된 팀이 YTN은 물론 다른 방송사 정치 관련영상까지 모조리 돌려보며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편집할 영상물의 분량도 만만치 않다. 정규 뉴스만을 위해서라면 핵심적인 내용 중 일부만 찍어도 되겠지만 돌발영상을 위해서는 계속 카메라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노 PD에 의해 포착된 영상물은 최종편집을 거쳐 앵커나 기자의 멘트없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빠른 음악을 배경으로 영상만 보여주면서 만화에나 쓰일 법한 자막과 말풍선 등을 인용, 최대한 재미있게 편집을 하였다.독특한 화면구성과 더불어 처음부터 인터넷을 염두에 두고 제작해 네티즌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었던 점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었다. 재미있는 게시물이나 영상들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인터넷의 속성을 이용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돌발영상의 반향은 네티즌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정계와 정치인에도 미치고 있다.

실언이나 실수를 하고 난 직후 YTN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모습이 어떻게 다루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기사를 빼달라는 압력을 넣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당에 불리한 내용이 방송되면 의원들은 “다음번에는 상대당에 불리한 것을 내보내 달라” 고 주문을 해오기도 한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이거 돌발영상에 나가는 거 아니냐?” 라고 물을 정도로 영향력을 가지게 된 돌발영상.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재가 너무 정치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재미를 위주로 정치인을 지나치게 희화화해 뉴스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이미지 정치를 심화시키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딱딱한 뉴스에 무관심했던 네티즌들을 TV나 컴퓨터 앞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는 뉴스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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