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범하는 중국에 대한 근본 오류.우리는 흔히‘미국에서는~’혹은 ‘중국에서는~’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경우 성립되기 어려운‘위험한’표현이 아닌가 여겨진다. 미국인들은‘나는 미네소타주 사람이며 미국인’,‘난 캘리포니아주 사람이며 미국인’이라며 자신의 2개의 주체성(Identity)을 지칭, 미국이라는 큰 틀과는 또 다른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이곳 중국인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한 중국인이 다른 중국인에게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냐?”혹은 “당신은 어디 사람이냐?”고 물으면‘나는 산동사람’혹은 ‘나는 사천사람”이라거나 ‘난 상하이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 같은 중국인이지만 서로 확연히 구별되는 자신들만의 전통, 언어, 관습과 문화 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소개방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중국은 56개 소수민족이 22개 성과 4개의 직할시(북경,상해,천진,중경시), 5개의 자치구(신쟝,시짱,닝샤,네이멍구,광시)로 구성, 유럽의 전체 면적과 비슷한 전세계 육지 면적의 1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이다. 22개 성가운데 1개 성이 전체 한반도보다 훨씬 크며 인구도 가볍게 1억을 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시 각 지역마다 고유의 방언과 특색, 전통이 있듯, 광활한 중국대륙은 이런 특색이 더욱 강하다. 실제로 각 지역의 언어만 해도 다른 외국어일 정도로 전혀 소통이 안되거나 고유문화와 전통 및 생활방식 또한 같은 국가의 그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낯설고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곳을 ‘중국’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 일반화하기란 너무 무모하고 맹랑한 오류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중국에는 일반적으로 베이징 요리, 상하이 요리, 쓰촨 요리 그리고 광뚱요리 등 4대 요리가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도 호남성풍, 귀주성풍, 동북풍 요리나 조선족풍,좡족풍요리 등 각 성별 자치구별 음식이 너무 판이한 특색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한 잘못된 분류라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아울러 산동성 사람들은 호탕하고 술을 잘 먹는다, 동북성 사람들은 거칠고 사나워 대하기 힘들다, 협서성 사람들은 교묘하게 속이기를 잘해 믿고 사귈 수 없다.북경사람들은 내실없이 큰소리만 치며 괜히 으스댄다.상하이사람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개도 다 빼 줄 인간들이라는 등, 각 지역사람들에 대한 평가 역시 천양지차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는 결국 각 지역사람들의 전통과 관습, 언행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중국인들은 바로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각 지역 이미지를 기본으로 상대에 따라 교제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저 “중국은~”혹은 “중국에서는~”이라고 뭉뚱그리려 할 경우, 스스로 큰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차제에“베이징에서는~”이라던가 “상하이 사람들은~” 혹은 “내가 쓰촨을 조금 아는데~”라는 식으로 좀 더 그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겸허한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지 않을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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