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 위안이요? 조금 더 좋은 것 좀 보여주세요.” 보모 손을 쥔 채 아장아장 걷고 있는 남자아이를 동반한 중국의 젊은 엄마가 백화점의 아기용품점에서 아기 옷 한 벌을 사고 있는 모습이다. 1,998 위안이면 한화로 약 30만원에 해당되는데 중국의 다른 지방에서 왔음직한 보모 월급(대략 1,000위안 전후, 한화 약 15만원)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아기 옷 한벌 가격으로는 비싸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에서는 이것보다 더 비싸지 않느냐며 피식 웃는다. 남편이 자그마한 사업을 하는 덕에 다소 여유가 있다는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나는 아이를 위해 한 달에 서너번 쇼핑을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상하이의 중심가인 난징루(南京路)에 위치한 일본계 이 백화점의 아동의류나 완구코너에는 그녀와 같은 젊은 엄마들의 모습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이 백화점의 맞은 편에 위치한 중국계 제일 백화점의 지하에는 그날 따라 유난히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웨삥(달모양의 떡, 月餠)코너 때문이었다. 우리의 송편과 같이 중국의 중추절을 상징하는 웨삥은 그 성질상 상품도 아니었고 가격과도 무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소득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중추절 전통음식 웨삥도 백화점의 고급 상품으로 진열대 위에 놓이게 되었다. 제일 백화점에는 50위안(약 7,500원)에서 금박이 둘러쳐진 3,000위안(약 45만원)짜리 웨삥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매장 샤오찌에의 말에 의하면 전 품목이 그야말로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간다고 한다.

프랑스의 파리바 은행이 발표한 ‘중국소비 전망’에 의하면 중국의 소비는 향후 2020년까지 매년 평균 10.8% 씩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1인당 GDP가 1,000달러를 초과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기존의 소비구조가 고급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게 된다. 이와 같은 전망 속에 파리바 은행은 GDP 1,000 달러시대를 넘어선 중국(참고로 2003년 1인당 GDP는 1,090달러)은 이제 투자위주의 경제성장에서 소비위주의 경제성장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실제로 중국은 소득증가와 더불어 주택이나 자동차 등의 소비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현재는 그 추세가 교육, 여행, 정보 및 레저산업 쪽의 지출로 빠르게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찾는 한국인이 최근 수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거의 대부분이 차이나 드림을 좇는 사람들이라 생각됩니다.”중국에서 벌써 10년 넘게 무역업을 하고 있는 김성엽 (49)씨의 말이다.

중국의 자본주의화는 이제 물러설 수 없을 만큼 이뤄졌고, 또 이를 통해 중국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져 이른바 ‘13억의 거대시장’ 모습을 실제로 갖춰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연안지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소비증가는 필연적으로 관련산업 및 주변 서비스 공급업체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경제는 이런 식으로 모든 산업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중국은 현재 소비위주의 황금시장으로 급변하고 있어요. 한국은 이러한 중국특수를 더 잘 이용해야 합니다. 중국시장을 잘만 활용한다면 한국에도 중국의 활황이 금방 옮겨붙게 될 것이니까요.”김씨의 동업자인 신대호씨 (46)씨의 분석이다. 그 역시 중국생활 8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이곳의 경제발전 추이를 지켜본 결과, 지금이야말로 차이나 드림의 전주곡이 시작되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가하는 고민에 문득문득 긴장하게 된다고 덧붙인다. “솔직히 다른 한국인들이 들어와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원치 않지만.…, 그래도 중국을 통해 한국경제가 살아난다면 내 욕심만 차릴 수는 없겠죠.”중국 양쯔(楊子)대학 정치경제학의 리싱쭌(李星準,남·40대) 교수는 중국의 1978년 이후 2003년까지의 소득대비 소비현황을 보면 중국인들의 향후 소비증가가 어렵지 않게 예측된다며 각종 지표를 설명한다. 현재 중국정부는 사회불평등 해소의 일환으로 내륙지역의 저소득 지원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내륙지역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최저생계비 보조 인상, 고용창출 등의 각종 조치를 속속 취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뭐, 이와 같은 통계수치나 탁상공론 대신 실제로 상하이의 최고급 주거단지인 꾸베이신취(古北新區)를 한번 가 보십시오. 그곳에서는 아직도 활활 타는 건설현장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교수는 한 나라의 국내 경기지표는 무엇보다도 건설경기를 보면 잘 파악할 수 있다면서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 상하이, 그것도 그 곳의 최중심에 위치한 곳에서는 아직도 건설업이 활황임을 상기시켜준다. 그에 의하면 상하이의 최고급 주거단지라는 ‘항아리’도 아직 채워지지 않았으니 중국 전체라는 항아리를 채우기까지는, 바꿔 말해 중국 건설업의 발전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관련업계와 각종 서비스업계의 동반 발전으로 이어지며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지갑을 그 만큼 두둑하게 할 것이므로 결국 중국의 소비는 앞으로도 지칠 줄 모르고 늘어가게 될 것이란다.

“과거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 대륙으로 향한 중국인들도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미국에서 ‘차이나 드림’을 말하고 있어요. 두고 보십시오. 이 차이나 드림이 진취적이고 발품 파는 사람들에게는 엘도라도가 될 것입니다.”차이나 드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시종 자신있게 말하던 이교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자는 왠지 모를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말을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바야흐로 21세기 판 아메리칸 드림이 차이나 드림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을 기자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기자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 아무쪼록 대중 경제관계에서는 여러모로 다른 나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 한국이 이 기회를 잘 활용, 다시 한번 멋지게 도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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