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 경찰서는 지난 달 26일 고양시 일산구 자기의 집에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이유로 부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중국 동포 이모(40)씨를 긴급체포했다.이번 사건의 피해자 홍모(여·35)씨는 오랫동안 ‘코리안 드림’을 품고 있었다. 지난 96년 첫 번째 탈북을 시도한 홍씨는 북한 당국에 체포돼 귀순이 좌절됐다. 탈북을 포기할 수 없었던 홍씨는 아버지, 여동생과 함께 2차 탈북을 시도해 성공했다. 중국 흑룡강성에 정착하게 된 홍씨 가족은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나름대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중국에 살고 있던 이종사촌여동생으로부터 한 남자를 소개받았다.

그가 바로 이 사건의 피의자인 중국 동포 이모(40)씨였다. 홍씨는 탈북 이후 외로움을 느꼈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결정했다. 홍씨 부부는 결혼 이후에도 역시 농업에 종사했고 이들 사이에는 7살난 아들이 있었다.중국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홍씨에게는 애인이 생겼고, 심적으로 많은 부분을 의지하면서 남편에 대한 애정도 식어갔다. 이즈음 홍씨는 주중 한국영사관에 한국 귀순 의사를 밝혔다. 이어 홍씨는 제3국 필리핀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남편과 아들은 중국에 둔 채 친 여동생만 함께 입국했다. 입국한 홍씨와 애인 황모씨와의 연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황씨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홍씨와의 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홍씨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고 지난 9월 8일 남편과 아들을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입국 이후 남편은 아내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불륜을 의심했다. 남편 이씨는 차라리 숨겨주기를 바랐지만 아내는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한국에 머물고 있는 애인 황씨를 만났다. 사건 당일 아내 홍씨는 중국으로 돌아가는 황씨를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착잡함을 느꼈다. 집에 돌아 온 홍씨는 남편 이씨에게 술 한잔을 권했다. 홍씨 부부는 막걸리와 고량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어볼까 했지만 어느 새 언성이 높아졌다.

아내 홍씨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한국에 초청한 건 단지 아이가 보고 싶어서였다”며 중국으로 간 애인 황씨에 대한 애정까지 서슴지 않고 표현했다. 그 동안 쌓인 감정이 많았던 남편 이씨는 분노를 참지 못했고 이내 심한 싸움이 벌어졌다. 겁에 질린 아들을 옆방으로 보낸 후 남편 이씨는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씨의 손에는 피묻은 칼이 쥐어져 있었다. 남편은 아들 손을 잡고 무작정 집을 나섰지만,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경찰에 검거됐다. 이로써 홍씨의 불륜행각과 이들 부부의 ‘코리안 드림’은 산산조각 났다. 이 사건을 담당한 일산 경찰서 김대범 형사는 “남편 이씨는 ‘당시 소리를 지르는 아내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바람피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입국 후 성관계를 거부하는 등 더 이상 아내가 아니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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