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이 일어나고 이틀 지난 4월 18일 모 종편방송은 민간 잠수부 행세를 한 홍모씨를 전혀 검증 없이 출연시켜 “민간 잠수부가 생존자의 소리를 들었다”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투입을 막고 있다”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구조 활동을 막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등의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거짓말을 여과 없이 내보내 파문의 절정을 유도했다.

거짓말이 밝혀지고 난 뒤 문제의 종편 방송은 오보를 낸 데 대한 보도국장의 사과방송 한 줄로 파장 책임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한 종편방송은 같은 날 저녁 뉴스 시간대에 언딘(선박 인양회사)측이 민간 잠수사들의 실적을 가로채고 수색을 지연시켰다는 주장을 흥분해서 내보내고 이튿날 방송에서는 강 모 민간잠수사의 일방적인 주장을 특종보도처럼 내보냈다.

그 방송의 앵커는 강 씨 말에 마치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 현장 아나운서처럼 들떠서 시청자들의 감성을 극도로 자극시켰다. 이 방송 후 국민감정은 터질 만큼 격앙해서 반 정부 정서가 들불처럼 번졌다. 방송만이 아니었다. 일부 종합신문까지 선동적 기사로 정권 몰아세우기에 합류했다. 불순한 의도로 생산된 유언비어들이 일부 제도권 언론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한국민들은 심한 트라우마에 빠져들었다.

반정부 정서에 놀란 어떤 인터넷 기자는 실종학생 어머니가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는 장면을 보고 ‘종북 좌파의 연극’이라며 “참으로 잘 죽었네요”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유족들을 극도로 흥분시켰다. 민주노총은 아이들 추모제단에 선전물을 붙이고 수백명 국민 목숨까지 반정부 정권퇴진 운동에 활용하는 진면목을 보였다.

명색이 교사집단이라는 ‘전교조’는 하다가 하다가 “국정원이 세월호 시신을 숨겼다”는 유언비어를 수업하는 지경에 도달했다. 참사 직전까지 경기지역 교육감 했던 사람은 도지사 하려고 사퇴해 나와서 생긴 ‘단원고 수습공백’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새정치연합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목매서 “정권 심판”만 외쳐댔다. 학부모들이 절규하는 참사 현장에 교회목사라는 사람이 엉터리 유족대표로 나서고, 자원봉사를 가장한 유족 구호품 절취사건까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런 것들이 ‘관피아’ ‘해피아’ ‘모피아’ ‘세피아’ ‘원전마피아’ 같은 우리사회에 산재한 악어와 악어새 관계의 먹이사슬 실상과 더불어 세월호로 드러난 대한민국 자화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살신성인의 세월호 의인(義人)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5년 10월 조총련 교포들이 34년 만에 첫 모국방문으로 고국땅을 밟았다. 눈부신 경제발전에 놀란 교포 일행이 “이만한 조국이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고 자랑할 수 있다”고 한 당시 기사가 기억에 새롭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 성과가 ‘한강의 기적’으로 표기되어 여러 후진국들이 벤치마킹하는 동안 한국사회 내부는 곳곳에 부정부패가 켜켜이 쌓이고, 무사안일과 적당주의, 형식주의가 한없이 많은 ‘세월호’를 사회 구석구석에 시한폭탄처럼 터질 시간만을 기다리게 해놓았다.

1960, 70년대 새마을운동은 우리 강산을 푸르게 변화시켰고 경제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번 세월호 교훈을 국민적 운동으로 받들지 못하면 푸른 강산, 선진국 문턱의 국민 GNP 성장은 모래성을 높인 데 불과할 따름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새국민 운동’을 펼쳐야 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경제가치관 개조 및 정신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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