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기러기 가족. 우리에게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그런데 아빠만을 남녀둔 채 외국유학 길에 오른 한국의 기러기 가정이 중국에서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상사원이나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아빠가 귀국발령을 받아 그 가족들만 중국에 남는 형태가 바로 중국판 한국의 기러기 가족의 모습이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박군은 한국 식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생이다. 상사원인 아빠를 따라 초등학교 때 가족 모두가 나왔다. 그런데 박군의 아빠가 내년 초면 본국발령으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박군 가족은 모두 중국에 남을 계획이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으로 귀국하면 고교 1학년 과정을 포함해야만 받을 수 있는 한국 대학으로의 특례입학 자격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박군 가족의 기러기화는 역시 순전히 박군의 교육 때문이다.한편 이와는 약간 다른 기러기 유형도 있다. 아빠의 중국근무 발령으로 인해 아빠와 일부 자녀만이 중국에 나와 있고 엄마는 한국에서 다른 자녀를 돌보는 케이스다. 이는 아빠가 중국에 장기간 와 있거나 중국으로의 장기 출장이 잦은 경우에 나타난다. 아빠는 동반한 자녀를 중국학교의 기숙사에 넣거나 따로 집을 구해 조선족 가정부를 고용하며 살아가는데 아빠와는 주말마다 재회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 중에 간혹 자기 집을 ‘아지트’화 하여 아빠의 부재중에 탈선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또 한가지 기러기 유형으로는 고3이 된 자녀를 둔 가정을 예로 들 수 있다. 즉 한국대학으로의 특례입학을 위해 일반적으로 고3이 되면 특례입학 학원이 집중된 서울의 강남으로 엄마와 해당 자녀만이 1년 정도 훌훌 날아가 살게되는 경우이다. 이때 중국에는 아빠와 다른 자녀, 혹은 다른 자녀가 없으면 아빠만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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