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지난 9일 서울가정법원 청연재에서 양육비 산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서울가정법원(법원장 최재형)은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제정·공표한 이후 도입 2주년을 맞아 양육비 산정기준표의 적용성과를 점검하고 새로운 통계자료를 반영하기 위하여 이번 공청회를 마련했다.

최재형 서울가정법원장은 “사안에 따라 적절한 양육비 액수를 산정할 수 있는 개별 요소들을 구체화함으로써 보다 현실성 있고 내실있는 양육비 산정기준표가 될 수 있도록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개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양육비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와 학계 전문가들과 실제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 '양육비'를 키워드로 넣어 수집한 910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2012년 6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전국 5개 지역 가정법원에서 양육비 청구가 인용된 판결문 중 산정기준표를 고려했다고 언급한 사례는 4%(38건)에 불과했고, 지역별로는 서울 이외 지역의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연구위원은 “활용 사례 38건 중 31건이 서울가정법원의 판결문이었고 대전(4건), 대구(2건), 부산(1건)이었고, 광주 지역에서는 산정기준표 적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이나 심판문에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고려하였다는 언급만 하지 않을 뿐이지 실제 가사재판에서 법관과 소송대리인인 및 사건 당사자에 대한 행위규범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가사재판의 판결문과 심판문을 작성하거나 조정이 이루어지는 실무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형사사건에서도 법관의 양형 재량을 범위를 정하고 재판을 받는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양형기준표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양형기준표는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서 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원조직법에서는 비록 양형기준표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더라도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가사사건에서 활용되는 양육비 산정기준표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제정하여 공표하고 법률에서 그 규범적 효력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양육비 산정기준표’와 ‘양형기준표’는 규범의 형식과 제정 주체 등이 달라서 서울가정법원 이외의 다른 법원에서 진행되는 가사재판에서는 실질적으로 활용되지만 굳이 판결문이나 심판문 이유에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인용하고 있지 않을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가정법원 이외의 법원에서 양육비 산정과 관련된 변론을 할 때 양육비 산정기준표의 규범적 효력과 제정 주체 등을 고려하여 참고자료인 것처럼 주장을 하지만 실제 가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법관과 소송대리인을 물론 당사자도 법률 규정과 같은 규범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2012. 5. 30.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제정하여 공표하였다. 처음 제정된 양육비 산정기준표는 자녀의 연령, 가구소득 및 지역별 통계를 바탕으로 양육비를 산출하고, 최저양육비 개념을 도임함으로써 양육비 재판에서 정해지는 양육비 액수가 현실에 맞는 적정한 액수로 정해지고 양육비 산정의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하였다는데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양육비 산정을 위한 연구모임을 시작으로 2007년 11월경 최초로 만들어진 양육비 산정기준표가 법원 내부자료로만 활용되었다.

그 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09년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서 자녀연령별, 가구소득별, 가족공동항목과 자녀개인항목으로 나눈 통계가 산출되었고, 가구소득 및 자녀 연령별 월평균 양육비를 통합한 자료가 산출되면서 이 자료를 반영한 양육비 산정기준표의 도입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한편 2012년 시행된 개정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 ‘여성가족부장관은 자녀양육비 산정을 위한 자녀양육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법원이 이혼판결시 적극 활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서울가정법원에 법관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제1기 양육비위원회를 발족하게 되었고, 2012년 5월 양육비 산정기준표가 제정·공표되었다.

배인구 부장판사(서울가정법원)는 발제를 통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3년마다 실시하는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라 2012년도의 기초 통계자료를 반영할 필요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4년 제정되어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제2기 양육비 위원회가 발족되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배 부장판판사는 “도시와 농촌을 통합한 전국 평균 양육비를 기준으로 하나의 기준표를 정하고, 자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양육자녀가 2명인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거주지역이나 자녀수 중중진환 또는 장애 유무 등을 가산 또는 감산요소로 고려하도록 기준표를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부산가정법원 박숙희 판사, 전영순 학국한부모연합 공동대표 및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재판실무에서 기준표의 활용사례 및 한부모가 바라는 양육비 산정기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서울가정법원 양육비위원회는 앞으로 세 차례에 걸친 추가회의를 통해 양육비 산정기준의 개선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반기 중 논의를 마무리 짓고 오는 6월 개정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법원은 경제 환경 등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3년에 한 번씩 기준표를 갱신할 방침이었으나, 현행 양육비 기준이 너무 높아 실제 사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일 년 앞당겨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엄경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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